공화 “사이공 함락보다 나쁜 속편”
FT “바이든 신용 갈가리 찢겼다”
‘아프간 내 미군 완전 철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16년 대선 공약이었고, 미군 철수를 위해 탈레반과 협상을 시작한 것도 트럼프 행정부였다. 하지만 그 협상을 지휘한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조차 13일(현지 시각) 폭스뉴스에 출연해 “그들(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 정권)은 이것(미국 인력의 안전한 철수)을 해낼 능력이 없는 것 같다”며 바이든 행정부를 비판했다.
바이든은 지난달 8일 아프간 관련 연설에서 “탈레반은 월맹군이 아니다. 역량이 그에 훨씬 못 미친다. 주아프간 미국 대사관의 지붕에서 사람들이 (헬리콥터로) 구조되는 모습을 보게 될 상황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의 발언 후 한 달여 만에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사실상 접수, 미국 대사관 인력의 안전을 우려하게 됐다.
이에 대해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12일 “바이든 대통령의 (아프간 철군) 결정은 우리를 굴욕적이었던 1975년 사이공 함락보다 더 나쁜 속편(worse sequel)을 향해 가게 만들었다”는 성명을 냈다. 그는 바이든이 정한 철군 시한인 31일 이후에도 아프간 정부군을 돕기 위해 공습 지원을 해야 한다며 “그러지 않으면 알카에다와 탈레반은 9·11 공격 20주년을 카불의 주미 대사관을 불태우는 것으로 축하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이크 로저스 하원 군사위 공화당 간사도 “우리는 바이든 대통령의 ‘사이공 모멘트(사이공이 함락되는 순간)’가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는 것을 보고 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 9일엔 “바이든 대통령의 업적은 무자비한 테러 조직의 처분에 맡겨진 무고한 아프간 여성과 아이들의 유혈로 얼룩질 것”이라고 했다.
국제사회에서도 바이든의 철군 결정 및 전략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4일 ‘(국제사회에서) 바이든의 신용은 아프간에서 갈가리 찢겨져 버렸다’는 칼럼에서 “미국의 아프간 정책 실패는 바이든 대통령의 핵심적 메시지인 ‘미국이 돌아왔다(America is back)’를 추진하기 어렵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바이든은 이날 “나는 공화당 2명과 민주당 1명에 이어 아프간 주둔 문제를 다루는 4번째 대통령이었다”면서 “이 전쟁을 5번째 대통령에게 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사회는 아프간의 미래에 대해 걱정을 쏟아내고 있다. 유엔은 “아프가니스탄 전역에서 피란민 39만명이 발생할 수 있다”며 “폭력 사태가 크게 줄어들지 않으면 유엔 기록이 시작된 이래 아프간에서 사상 최대의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CNN의 수석 국제 앵커인 크리스티안 아만푸어는 “2001년 11월이 생각난다”며 “발전과 희망은 또다시 사라졌다, 미국의 무모한 도박이었나?”라고 평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유엔 안보리 긴급 회의를 개최하기 위해 다른 국가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김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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