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달 워싱턴 백악관에서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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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미(親美) 성향의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탈레반에 사실상 항복한 가운데, 수도 카불에 있는 미국 대사관이 완전 철수를 위해 공항으로 이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섣부른 철군에 대한 비판론이 비등하지만, 정부는 “아프간에서의 임무는 더 이상 남아있지 않다”며 결정을 옹호했다.
15일(현지시간)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아프간 정부 붕괴 소식이 전해진 직후 ABC방송에 출연, “(대사관 인력 대피가) 매우 계획적인 방식으로 질서정연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해당 작업이 미군과 함께 이뤄지고 있다며 “만약 탈레반이 (현지) 미국 인력을 방해할 경우 신속하고 단호한 대응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현재 대사관 인력 대피는 대사관 경내에서 미군 헬기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때문에 외신들은 이를 베트남전 패망 때인 1975년 미국이 작전명 ‘프린퀀트 윈드’를 통해 헬기를 미 대사관에 띄워 사람들을 탈출시켰던 점과 비교하곤 한다. 당시 대사관 인근 호텔 옥상에 내린 헬기를 타려고 사람들이 줄지어 사다리를 오르기도 했다.
AP는 “이 장면은 탈레반이 아프간을 점령할 수 있다거나 미군 헬기가 대사관 옥상에서 이륙하는 등 아프간전이 베트남전을 연상시키는 장면으로 끝날 것이라는 우려를 올 초 조 바이든 대통령이 무시한 이후 나왔다”고 전했다. 하지만 블링컨 장관은 이날 “이곳은 명백하게 사이공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40년 넘도록 ‘미국의 치욕’으로 불리는 최후의 탈출 작전과는 다르다는 것을 항변한 것으로 보인다.
미군 철수가 성급했다는 지적을 두고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탈레반 측과 벌인 철군 협정에 얽매여 있다”며 결정을 옹호했다. 그는 이 결정을 취소했다면 미국이 탈레반과 다시 전쟁을 벌였을 것이며, 수만 명의 미군을 아프간에 다시 급파해야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아프간 주둔을 통해 그간 미국에 대한 공격을 막는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고 자찬하며 “더는 아프간에 남는 것은 미국에 이득이 안 된다”고 강조 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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