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상권 소비 늘겠지만 방역 혼선 우려도 상당
"방역상황 고려해 지급시기 결정해야" 지적도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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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한창인 가운데, 정부가 동네상권에서 쓸 수 있는 일인당 25만 원의 재난지원금을 다음 달까지 대부분 지급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거리두기의 직격탄을 맞은 골목상권을 활성화하려는 취지지만, 한편으론 대면 소비가 늘면서 방역망에 구멍이 더 뚫릴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2일 43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에서 “코로나19 4차 확산과 방역강화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신속한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국민지원금(재난지원금)·희망회복자금을 다음 달 말까지 90%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2차 추가경정예산안에 마련한 재난지원금 11조 원을 이달 말부터 집행, 추석 전후로 10조 원을 뿌려 소비의 불씨를 최대한 되살리겠다는 것이다.
현재 논의 중인 재난지원금 사용처는 '지역사랑상품권을 쓸 수 있는 업종·업체'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골목상권 되살리기라는 정책 목적에 따라 대형마트와 백화점, 면세점, 온라인몰에선 쓸 수 없다. 프랜차이즈 역시 본사 소재지에선 직영·가맹점 모두 결제할 수 있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엔 가맹점에서만 재난지원금을 쓸 수 있다.
재난지원금 사용처인 동네 슈퍼마켓·음식점·카페, 전통시장 등에선 소비가 늘어나겠지만, 그에 따른 방역 혼선 우려도 상당하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거리두기 4단계에도 신규 확진자가 폭증한 건 공적모임이나 다중이용시설 이용은 모두 가능했기 때문”이라며 “재난지원금으로 카페·음식점 등 다중이용시설을 찾는 사람이 늘면 지역사회 감염이 더 빨라질 수 있다”고 경계했다.
비슷한 '대면 소비 우려'가 있는데도, 재난지원금과 달리 정부가 소비쿠폰 발급, 카드 캐시백 시행에는 고민을 거듭하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정부는 2차 추경안에 소비쿠폰을 편성하면서 백신 1차 접종률이 50%를 넘기면 체육·영화·전시·공연·스포츠 관람 쿠폰을, 70% 이상일 땐 숙박·관광·버스·철도 쿠폰을 발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기재부 관계자는 “소비쿠폰 발급 등은 방역 상황을 고려해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달 말이면 백신 1차 접종률(11일 기준 42.1%)이 50%를 넘길 전망이지만, 최근 확산세를 고려해 소비쿠폰 발급 시기를 미룬 것이다. 당초 8월 사용분부터 적용하려던 카드 캐시백도 역시 시행시기를 조율 중이다.
이에 재난지원금 지급 시기 역시 방역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지원하기 위한 재난지원금이 코로나19 확산세를 부채질해 4차 대유행이 장기화하면 결국 소상공인·자영업자가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어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방역위기 상황에서 감염 위험을 높이는 대면 소비를 부추기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지금보다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고 방역상황이 나아졌을 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세종= 변태섭 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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