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정의당 의원.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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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치의 상징적 인물인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12일 "이번 대선에서 우리 정의당의 미래를 여는 길에 저 심상정의 쓰임새가 있다면 후보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사실상의 내년 대선 출마 선언이다.
심 의원은 이날 오전 당원 게시판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 같은 글을 올리고 "한국 정치가 다시 퇴행하고 있다. 촛불로 탄생한 정부는 국민들의 마음과 멀어지고 있다"며 출마 배경을 설명했다. 또 "시민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졌고 앞날에 대한 불안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며 "정의당이 주춤하는 사이에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진보정치의 역사 위에 있는 저의 책임이 가장 크다. 책임 앞에 눈 감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심 의원은 "생태 위기와 불평등을 극복하고 개인의 존엄을 지키는 사회, 새로운 사회체제를 만들어가는 전환의 정치는 대통령 한 사람, 어느 한 정치세력이 홀로 풀 수 없다"며 "초인 같은 대통령을 기대하기보다 시민권이 강한 나라를 만들어가자고 제안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시민들의 요구와 견해를 모아내는 다원적 협력정치를 이뤄나가자"고 덧붙였다.
그는 "모두가 살고 싶은 대한민국을 위한 정의당의 재건, 진보 집권을 향한 정의당의 새 도약을 반드시 이루어내겠다"며 "정치가 자신들을 버렸다고 생각하는 시민들에게 정치에 대한 희망을 복구하러 가겠다"고 했다.
노동운동가 출신의 심 의원은 지난 2004년 민주노동당 비례대표로 17대 국회에 입성한 이후 19대 국회부터 21대 국회까지 경기 고양갑에서 내리 3선을 한 4선 의원이다. 2015~2017년, 2019~2020년 정의당 대표를 역임했다. 특유의 언변과 추진력으로 고 노회찬 전 의원과 함께 진보정치의 아이콘으로 불렸다.
심 의원은 대선출마 선언은 네 번째다. 2007년 17대 대선 당시 민주노동당 후보 경선에서는 권영길 의원에게 밀렸고, 2012년 18대 대선에서는 진보정의당 후보로 출마했으나 문재인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대한 지지를 밝힌 뒤 중도사퇴했다. 정의당 후보로 나선 2017년 19대 대선에서는 6.17%의 득표율로 5위에 그쳤으나, 1987년 이후 진보정당의 대선후보로서 최다 득표율을 기록했다. 현재 정의당에서 내년 대선을 앞두고 출마선언을 한 이는 심 의원이 처음이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 출마 선언문 전문
정의당 당원, 심상정입니다. 1. 사랑하는 당원 여러분, 심상정입니다. 저는 오늘 정의당 당원의 한 사람으로 여러분과 마주합니다. 여러분과 무릎을 맞대고 정치인 심상정의 마지막 소임을 찾고자 합니다. 저는 제가 누구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지난 20년 동안 진보정치를 함께 일구어 온 수많은 분들의 삶이 만들어준 사람입니다. 수많은 동지들이 수없이 출마해서 수없이 낙선한, 헌신의 시간이 만들어 준 사람입니다. 그 열정의 역사는 곧 자긍심의 역사였습니다. 동지들이 끝없이 도전하고, 당원들이 온 힘을 다해 밀어 올리며 정의당은 명실상부한 제3정당의 자리에 올라섰습니다. 그리고 바로 우리가 제3정당이었기에 대한민국은 더 나은 세상을 꿈꿀 수 있었습니다. 정의당이 있었기에 보수 권력의 심장부에서 노동자들이 인간다운 삶을 꿈꿀 수 있었습니다. 정의당이 앞장섰기에 대한민국 국회에서 독재자의 후예를 탄핵하는 일이 가능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 정의당은 서민들의 삶을 지키는 최후의 방파제였고, 한국 정치의 미래를 밝히는 등대였습니다. 2. 한국 정치가 다시 퇴행하고 있습니다. 촛불로 탄생한 정부는 국민들의 마음과 멀어지고 있습니다. 현 정부를 통해 삶을 바꾸고자 했던 촛불 시민들의 바람은 허탈감과 분노로 변해 버렸습니다. 시민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졌고, 앞날에 대한 불안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 틈을 타고 탄핵 이후 숨죽이고 있던 세력이 살아났습니다. 심지어 가난한 시민이 불량식품을 먹는 것을 선택의 자유라고 떠들고 최저임금 인상이 범죄라고 강변하는 세력까지 활개치고 있습니다. 정의당이 주춤하는 사이에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국민들에게 믿음을 드리지 못하고 우리의 목소리가 미약했기에 벌어지는 일입니다. 우리 당원들과 지지자들이 옳았습니다. 진보정당이 더 큰 힘을 갖지 않으면, 불평등한 이 사회의 한 귀퉁이라도 제대로 부술 수 없습니다. 정의당을 국민들로부터 더 넓게 사랑받는 정당으로 더 강한 정당으로 만들고자 했던 우리들이 옳았습니다. 정의당이 차지하고 있던 제3당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우리가 흔들리면 우리와 함께하는 노동의 자리, 시민사회의 자리, 다른 진보정당들의 자리도 흔들리게 됩니다. 진보정치의 역사 위에 있는 저의 책임이 가장 큽니다. 이 책임 앞에 눈 감지 않겠습니다. 3. 저에게는 굳은 믿음이 있습니다. 시민들은 정치에 대해 거친 언어로 비난하기도 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는 좋은 정치에 대한 강한 열망이 있습니다. 소신 있고 열심히 일하는 정치인에 대해서는 정당의 크기를 따지지 않고 성원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거대 양당의 틈바구니에서 희망을 놓지 않았던 것은 시민들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정성을 다해서, 더 깊이 들어가, 이런 시민의 마음과 만나야 합니다. 우리도 때론 오판하기도 하고 잘못을 저지르기도 했습니다. 그때마다 호된 대가를 치러야 했습니다. 그 어려움을 다 같이 견뎌왔습니다. 외부의 비판을 기꺼이 감수했고, 내부의 아픔을 기꺼이 감당했습니다. 우리의 오류와 실수에 대해 정의당은 가치와 원칙으로 임해왔음을 국민들은 분명히 기억하실 것입니다. 성공은 성취가 아니라 쓰러졌을 때 일어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제 우리가 걸어온 길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를 되찾아야 합니다. 그럴 때만이 앞으로 우리가 나아갈 새로운 길도 응원받을 수 있습니다. 대의에 대한 헌신, 민중에 대한 애정, 역사에 대한 낙관, 바로 우리를 우리답게 했던 진보의 뿌리. 우리가 수없이 도전하면서 전진해온 그 자부심의 원천을 지키겠습니다. 국민들이 우리를 주목해온 까닭이었던 그 뿌리를 간직하고 나아가겠습니다. 이번 대선에서 우리 정의당의 미래를 여는 길에 저 심상정의 쓰임새가 있다면, 후보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 4. 사랑하는 당원 여러분, 우리 앞에 거대한 과제들이 버티고 있습니다. 개혁에 대한 기대가 높았던 만큼 국민들의 마음은 차가워졌습니다. 코로나19라는 전 인류의 위기 앞에 불평등의 어둠은 깊어졌습니다. 기후위기 극복, 노동의 변화라는 대전환의 과제들이 놓여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반드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낼 것입니다. 정의당이 힘을 내어 시민들의 마음을 다시 모아냅시다. 대한민국을 산재와 자살의 나라, 탈출하고 싶은 나라가 아니라 모두 살고 싶은 나라로 함께 만들어 가자고 호소합시다. 생태위기와 불평등을 극복하고 개인의 존엄을 지키는 사회. 새로운 사회체제를 만들어가는 전환의 정치는 대통령 한사람, 어느 한 정치 세력이 홀로 풀 수 없습니다. 초인 같은 대통령을 기대하기보다 시민권이 강한 나라 만들어가자고 제안합시다. 다양한 시민들의 요구와 견해를 모아내는 다원적 협력정치를 이뤄나갑시다. 이 전환의 정치를 위해 대선이라는 큰 항해에 도전합시다. 전국 방방곡곡에 정의당이라는 배를 띄우고 그 배에 진보정치를 응원하는 모든 사람을 태웁시다. 그리하여 내년 지방선거 승리의 발판을 마련합시다. 진보집권을 꿈꾸었던 동지들의 헌신을 희망으로 부활시킵시다. 5. 제 소원은 오래 전에 정해졌습니다. 진보집권의 꿈이 이루어지는 광장의 맨 뒷자리에 당원의 한 사람으로 여러분과 함께 앉아 앞단에서 진보정치를 이끄는 새로운 리더들에게 기쁨의 박수를 보내는 것입니다. 저와 같은 꿈을 꾸는 여러분, 그 꿈을 위해 우리 다시 앞으로 나아갑시다. 양당이 흔들리지 않을 수 없도록 한국 정치의 판을 가로지릅시다. 그 꿈을 위해 우리의 자긍심을 되찾읍시다. 작아도 품이 넓은 정당, 무엇보다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따뜻한 진보의 모습으로 동지들을 불러 모으고, 당원들을 일으켜 세우고 몸은 밖에 있어도 마음은 이곳에 두고 있는 모든 분들과 만납시다. 모두가 살고 싶은 대한민국을 위한 정의당의 재건, 진보집권을 향한 정의당의 새 도약을 반드시 이루어냅시다. 이것이 저 심상정의 진심이고, 우리 모두의 진심이라고 믿습니다. 전국의 당원 여러분, 함께 갑시다. 정치가 자신들을 버렸다고 생각하는 시민들에게 정치에 대한 희망을 복구하러 갑시다. 저 심상정과 함께 국민들을 만나러 갑시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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