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비 곳곳 한국어, '대한(大韓)' 등 조국 이름 남겨
안중근 의사 변호 비용 댄 무명 독립운동가도 다수
안중근 의사 재판에 기부금을 낸 이창환 비석 |
(창원=연합뉴스) 한지은 기자 = 20세기 초 하와이로 간 1세대 한인 이민자의 무덤에는 어떤 기록이 남아있을까.
창원대학교 박물관·사회과학연구소는 이 같은 의문으로 방치된 채 의미를 잃어가는 하와이 이주 1세대 이민자의 묘지와 묘비를 조사했다.
조사자들은 당시 이민자 선박 명부와 여권 발급 기록 등 남아있는 다양한 자료를 활용해 1903∼1905년 하와이로 이주한 1세대 한인 이민자 묘비의 주인을 찾았다.
힐로 알라에 공동묘지 136명, 코나 이민센터 호룰로아 커피농장 10명, 캡틴쿡 6명, 코힐라 침례교회 3명 등 155명이다.
묘비의 주인들은 하와이 빅아일랜드 지역 사탕수수농장과 커피농장 등 인근에 정착해 살다가 생을 마감한 한인이다.
이들 중 48명이 안중근 의사를 구제하려는 변호 비용 모금 자료인 '안중근 의사 의연금 납부 명부'에 이름이 올라있어 무명 독립운동가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또 절반 이상의 비석에 고향이 남아있고, '대한(大韓)', '조선(朝鮮)' 등 당시 잃어버렸던 국명이 기록돼 이들의 애국심과 소속감을 확인할 수 있다.
이름이나 고향을 한글로 기록한 비석도 흔히 찾아볼 수 있었다.
창원대는 광복 76주년을 맞아 조사 결과를 담은 보고서 '죽은 자의 트랜스내셔널 공간 하와이 빅아일랜드 초기 한인 이민자 묘비'를 발간했다고 10일 밝혔다.
당시 하와이 사회·경제적 상황과 이민자 집단의 정체성, 이민 세대별 언어 사용 습관 등 이민자의 삶을 파악할 수 있는 새로운 하와이 이민사 연구이자 복합적 학술자료다.
하와이 한인 이주사와 초기 한인 이민자 묘비 조사 내용 분석, 초기 한인 비석에 대한 고찰과 각 자료 대조에서 확인된 명단 및 사진을 담았다.
하와이 현지 조사단장인 문경희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이민자 비석 대부분이 세월이 흘러 마모되거나 방치됐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완전히 훼손돼 사라지기 전에 비석의 보존, 관리, 기록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윤상 박물관장은 "76주년 광복절을 맞아 오늘날 우리가 편히 살 수 있게 해준 많은 이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국내뿐 아니라 해외 무명 독립운동가가 기억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하와이 빅아일랜드 초기 한인 이민자 묘비 보고서인 '죽은자의 트랜스내셔널 공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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