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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國歌)들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흥미로운 국가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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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저널리스트가 쓴 '국가로 듣는 세계사' 출간

(서울=연합뉴스) 김준억 기자 = 올림픽은 '국가(國歌)의 향연'이기도 하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1921년 금메달을 수여할 때마다 해당 선수의 국가가 연주돼야 한다는 규정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평화의 상징인 올림픽에서 연주되는 국가를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이번 도쿄올림픽 개막식에서 일본 유명 가수가 부른 일본 국가 '기미가요'(君が代)는 '군국주의 일본'을 상징한다는 점에서 일본에서 오랜 논란의 대상이었다. 도핑 샘플 조작으로 국가대표가 아닌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 소속으로 경기에 나선 러시아 선수들은 금메달을 목에 걸 때 러시아 국가 대신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을 들어야 했다. 홍콩에서는 펜싱 선수의 금메달 시상식이 중계된 쇼핑몰에서 중국 국가가 연주될 때 야유했다는 이유로 시민이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영국 저널리스트가 쓴 '국가로 듣는 세계사'(틈새책방)는 각국의 국가에 얽힌 역사와 논란 등을 유쾌하게 풀어낸다.

연합뉴스

도쿄올림픽에서 마지막으로 연주된 국가는 '국가의 대명사'격인 프랑스 국가 '라 마르세예즈'였다. 책은 1792년 7월 프랑스 혁명 때 517명의 의용군이 프랑스 남부 마르세유를 떠나 북부 파리로 행진했던 경로를 자전거로 여행하면서 국가에 얽힌 일화들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마르세유 의용군들이 행진할 당시 불렀던 노래는 '라인 군을 위한 군가'라는 제목을 달고 있었지만, 이들이 파리에 도착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곧 '라 마르세계즈'라고만 불리게 됐다고 한다.

이 노래는 1792년 4월 프랑스가 오스트리아에 선전 포고를 했을 때 군인이었던 클로드 조제프 루제 드 릴이 하룻밤에 만든 군가로 알려져 있다. 작곡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이 곡은 프랑스 전역으로 퍼져나갔고, 마르세유 의용군에게도 전해져 환영을 받았다.

그러나 노래를 만든 지 4개월도 지나지 않은 1792년 8월 루제는 군인 자격이 유예되고 '조국의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혔다. 왕정을 폐지하고 공화국을 선포할 정부의 명령을 거부했다는 죄목이었다. 이후 그는 왕당파라는 이유로 투옥됐고, 1년을 감옥에서 보내다 1794년 석방된 후 다시 군대에 복귀했다.

그의 군 복귀 1년 뒤 그의 노래는 프랑스의 공식 국가가 됐지만, 왕당파라는 낙인에 그는 파리에 있는 네덜란드 대사관에서 연락관으로 일하며 쥐꼬리만 한 월급을 받았다고 한다.

저자는 많은 프랑스인이 라 마르세예즈가 지나치게 인종차별적이고 제국주의적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한다. 이는 '무장하라, 시민들이여'로 시작하는 후렴구의 '그들의 불순한 피로 우리의 밭고랑을 적시자'라는 가사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프랑스 인구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프랑스 식민지였던 알제리와 튀니지 출신 이민자들은 식민 지배를 상징하기 때문에 라 마르세예즈에 반감을 품는다고 한다.

저자는 "1792년 라 마르세예즈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 이 노래는 프랑스에게 전부였다. 샤를 10세가 7월 혁명을 통해 폐위된 1830년에도 노래는 여전히 전부였다. 또 세 번째로 국가로 지정됐던 1879년에도 그 노래는 여전히 프랑스의 전부였다. 1차 세계대전 중 독일군이 프랑스 영토를 침범했을 때도,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이 프랑스를 점령했을 때도 여전히 그랬다"고 전한다.

그러나 저자는 마르세유 경로를 일주하고서는 "예전의 의미를 조금이라도 가진다고 말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다"며 "여행하면서 만났던 사람 중 너무 많은 이들이 그 노래를 단지 부풀려진 농담 정도로 치부했고, '라 마르세예즈'를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그저 머뭇거릴 뿐이었다"고 말한다.

아울러 책은 1999년 일본의 한 고등학교 교장이 교육 당국으로부터 졸업식 때 기미가요를 제창하라는 직무명령을 받고 고민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을 중심으로 기미가요를 둘러싼 논쟁을 다룬다.

이 밖에도 미국의 국가 성조기(The Star-Spangled Banner)를 비롯해 네팔, 카자흐스탄, 리히텐슈타인,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이집트, 남아프리카공화국, 파라과이 등의 국가들과 관련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박미준 옮김. 560쪽. 2만2천 원.

justdus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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