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다음주 국민지원금 지급 세부기준과 사용처 등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르면 이달 말에 재난지원금 지급을 시작해 9월 추석 연휴 전에 집행의 대부분을 마친다는 구상이다.
재난지원금 '커트라인' 기준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기획재정부] |
이는 여름 휴가나 추석 전후 등 씀씀이가 커지는 시기에 맞춰 재난지원금을 풀어 내수 진작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의도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5일 “상생 국민지원금은 9월 말까지 90% 집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34일째 네자릿수를 기록하고, 비수도권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대면 소비를 권장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재난지원금 지급이 대면 소비를 촉진해 코로나19 확산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당초 기대한 소비 진작 효과를 낼 지도 의문이다. 이미 수도권에서는 낮 시간대 사적모임은 4명으로 제한되고, 오후 6시 이후에는 2명까지만 만날 수 있다. 주요 기업들은 재택근무를 강화하고, 외부 식당 및 미팅을 금지하는 등 직원들에게 대면 접촉을 자제할 것을 권고하고 나섰다. 돈을 쓰려고 해도 쓰기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 돼버린 셈이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재난지원금의 목적은 골목상권에서 지갑을 열게 해 소상공인ㆍ자영업자에게 소비 효과가 흐르도록 하자는 것인데,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대면 소비에 제약이 생겼다”며 “지급을 안 하는 것보다는 효과가 있겠지만, 실제 들인 예산만큼의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박영범 교수는 이어 “경제 활성화를 염두에 두고 정한 8월16일 대체공휴일도 같은 이유로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소비자물가 추이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
물가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는 점도 정부의 재난지원금 고민을 키우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7.61(2015년=100)로 1년 전보다 2.6% 상승했다. 하반기 들어 물가가 안정될 것이라는 당초 정부의 예상과 달리 두 달 만에 다시 올해 최고치 상승률을 기록한 것이다.
재난지원금 같은 현금성 지원은 시중의 유동성을 늘린다. 최근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 국제 원자재 가격 오름세, 추석을 앞둔 수요 증가 등과 맞물려 물가 상승을 더 부추길 수 있다. 실제 지난해 5월 처음으로 전 국민에 재난지원금이 지급되면서 집밥 식재료 소비가 늘었고, 축산물 가격이 잇따라 올랐던 사례가 있었다.
특히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1%대에 머무르며 저물가 기조를 유지했던 지난해와 달리, 지금은 2%대 상승률이 넉 달 연속 이어지고 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재난지원금이 생활물가에 영향을 미치면 저소득층이 상대적으로 더 타격을 받고, 반대로 소비가 충분히 되지 않으면 돈이 자산시장으로 흘러갈 수 있다”고 짚었다.
한편 정부는 재난지원금을 소상공인ㆍ자영업자 매장 위주로 사용할 수 있게 사용처를 정할 방침이다. 다만 지난해 불거진 사용처 논란은 보완할 예정이다. 지난해에는 재난지원금을 백화점ㆍ대형 마트ㆍ온라인 쇼핑몰에서 쓸 수 없게 하면서 외국계 유통 판매점은 막지 않아 이케아ㆍ애플 스토어 등지로 사람이 몰렸다. 병원도 규모나 진료 과목에 제한을 두지 않아 대형 성형외과ㆍ피부과가 특수를 누리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급 기준을 어떻게 가져갈지에 대해서는 부처 간 협의가 어느 정도 조율됐다”며 “다만 구체적인 지급 시기는 코로나19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라고 전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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