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ARF 외교장관 화상회의서
“북과 대화 원하면 긴장 초래 말라”
한·미 외교 “대북 인도적 협력 논의”
통일부 “북 수해 주민 지원방안 검토”
왕이 |
지난 1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압박한 데 이어 왕이(王毅·사진)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훈련 중단을 주장했다. 한·미 당국이 사실상 10일 시작하는 훈련의 참여 인원을 3월 훈련 때보다 줄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북·중이 함께 한·미 연합훈련을 흔들고 있다. 청와대와 주무 부처인 외교부는 8일 왕 부장의 내정간섭 성격의 발언에 아무런 대응 없이 침묵만 지켰다.
왕 부장은 지난 6일 밤(현지시간) 화상으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 회의에서 “한·미 연합군사훈련은 현 정세에서 건설성을 결여했다”며 “미국이 만일 북한과의 대화를 회복하고 싶다면 정세 긴장을 초래할 어떤 행동도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현재의 교착상태를 타파할 효과적인 방법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의 가역 조항(스냅 백)을 빨리 가동해 제재를 완화하고 대화와 협상을 재개할 긍정적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그간 ‘쌍중단’을 내세워 북한에는 핵과 미사일 실험 중단을, 한·미에는 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해 왔다.
지난 7일 북한 외무성은 홈페이지에 왕 부장의 발언을 신속하게 전하며 북·중 공동 전선을 보여줬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화 손짓에 호응하지 않고 있는 북한이 중국의 입을 빌려 훈련 취소와 대북제재 완화를 촉구하고 나선 셈이다.
8일 북한 대외용 주간지 통일신보는 “남조선에서 외세와의 합동군사연습이 벌어질 때마다 조선반도에 일촉즉발의 전쟁 위험이 조성되고 북남관계 발전과 조국 통일운동에 엄중한 난관이 조성되고 하였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한·미는 훈련 실시에 따른 북한의 도발을 막기 위해 공조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핵·미사일 실험 재개 등 고강도 도발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등 저강도 도발 ▶복원된 남북 통신선 차단 등을 우려하고 있다. 이날 외교부에 따르면 지난 6일 정의용 외교장관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전화통화를 갖고 대북 인도적 협력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키로 했다.
북한은 코로나19 비상방역 사태, 식량난에 이어 최근 수해로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1일부터 함경남도 곳곳에서 폭우가 이어져 주민 5000명이 긴급 대피하고 주택 1170여 호가 침수됐다고 5일 보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피해 복구용 주요 자재를 국가 예비분에서 해제해 긴급 보장하라”고 지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전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아직 북한의 요청이 없는 상황에서 특정 분야를 지원하겠다고 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며 상황 파악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통일부 당국자도 “수해를 입은 북한 주민의 인도적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서울=유지혜 기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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