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에 소극적 문재인 정부 파고들어
왕이, ARF 회의서 제재 완화도 요구
내로남불 중국, 중ㆍ러 연합훈련 돌입
9일부터 13일까지 중국 닝샤 회족자치구의 칭둥샤 합동전술훈련 기지에서 중·러 군대 각 1만 명이 참가하는 ’서부·연합 2021’이 진행된다. 사진은 지난 7월 31일 이번 훈련에 참여할 러시아군의 수호이-30 전투기가 대기하고 있다. [CC-TV 캡처]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지난 1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한·미 군사훈련 중단을 압박한 데 이어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한·미 훈련 중단을 주장했다. 한국과 미국 군사 당국이 이달 시작하는 후반기 연합지휘소연습의 참여 인원을 3월 훈련 때보다 줄이는 게 확실시되는 가운데 북·중이 연합해 한미 연합훈련을 흔들고 있다.
왕이 부장은 지난 6일 밤 화상으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 회의에서 “한·미 연합 군사훈련은 현 정세에서 건설성을 결여했다”며 “미국이 만일 북한과 대화를 회복하고 싶다면 정세 긴장을 초래할 어떤 행동도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왕이 부장은 또 “현재 교착 상태를 타파할 효과적인 방법은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의 가역 조항을 빨리 가동해 대북 제재를 완화하고 대화와 협상을 재개할 긍정적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며 대북제재 완화를 요구했다.
중국은 그간 ‘쌍중단’을 내세워 줄곧 북한에는 핵과 미사일 실험 중단을, 한국에는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했다. 지난 2018년 8월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대변인은 “한·미 훈련 재개가 한국의 이익에 부합한가”라고 반문하며 “피차 합리적 우려를 고려하고 더 많은 성의를 보이라”며 훈련 중단을 압박했다.
북한 외무성이 7일 전날 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한·미 연합 훈련에 반대 발언을 신속하게 소개했다. [북 외무성 웹사이트 캡처]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그런데 이번엔 한국 정부와 여당이 김여정의 훈련 중단 요구에 호응해 훈련 연기론에 불을 지폈던 상황에서 등장했다. 한국 정부가 연합훈련 실시에 단호한 입장을 보이지 않자 중국이 이 틈을 파고 들어 훈련 중단 요구에 가세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7일 북한 외무성은 왕이 부장의 한·미 훈련 반대 발언을 신속하게 전하며 북·중 공동 전선을 보여줬다.
이번 북·중 공조가 북한의 악화된 식량 상황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8일 베이징 군사전문가 저우천밍(周晨鳴)을 인용해 “지금의 문제는 한국과 중국의 경제 원조로만 해결할 수 없다”며 “지속가능한 접근법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왕이 부장은 ARF 외교장관 회의에서 미국을 공개 비난했다. 그는 “동아시아 국가는 역사상 열강에 굴욕을 당한 공동의 경험을 갖고 있다”며 “오늘날 다시 무슨 ‘선생’이나 어떤 ‘구세주’도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근년 들어 개별 역외 대국이 새로운 지역 전략을 시도하면서 집단 대항에 기대 군사적인 억제를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매우 위험하며 마땅히 멈춰야 한다”며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비난했다.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한 중국이지만 중국은 정작 자신들의 연합훈련은 오히려 강화해 내로남불로 국제사회를 상대하고 있다.
그간 러시아에서 진행해왔던 양국의 대규모 연합 군사훈련이 9일부터 처음으로 중국에서 진행된다.
5일 중·러 군대의 ’서부·연합 2021’에 참여할 러시아 군인이 중국군 교관의 지도 아래 실탄 사격을 준비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중국군과 러시아군은 9일부터 13일까지 닝샤(寧夏)의 칭둥샤(靑銅峽) 합동전술훈련기지에서 ‘서부·연합 2021’ 군사훈련을 진행한다. 이번 훈련이 중국 군대가 처음으로 외국 군대를 중국 국경 안으로 초청해 진행하는 연례 전략 훈련이다. 이번 훈련에서 중·러 양군은 합동지휘소에서 혼합 편대가 공동 작전을 훈련한다.
중국 해방군보는 이번 훈련은 러시아군이 처음 참여하는 중국 전략 전역 훈련이며, 중국군의 주력 군사장비를 처음으로 사용하는 훈련이라고 보도했다. 양국이 각각 1만 명이 참여하는 이번 훈련은 미국의 압박 아래 중·러의 단결과 힘을 과시하려는 목적이라고 중국 환구시보는 평가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