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의 정신분석·노자와 루소, 여든하나의 방
게임은 중독되기 쉽고 일상을 방해하는 나쁜 오락일까. 아니면 이 같은 생각은 고리타분하고 그릇된 것일까.
전공이 다양한 학자와 전문가 17명은 제목처럼 게임의 긍정적인 면을 강조한다. 고영삼 한국중독심리학회 게임중독분과장은 서문에서 "게임과 스마트폰은 비대면 시대의 오아시스"라며 "게임 기법이 경제·사회·문화·정치 영역에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박성옥 대전대 교수는 게임에서 아이들이 실패의 가치를 배우고 긍정적 동기 유발을 경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고 부모로부터의 믿음, 자존감 상승, 자기조절과 책임감이 선순환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또 김지연 서울사이버대 교수는 게임의 부작용으로 거론되는 폭력성과 선정성에 대해 "게임 콘텐츠의 영향력은 개인 특성과 환경에 따라 다르다"며 교육·기술적 조치·사회적 규범·법률 제정을 통해 아이들을 적절히 보호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호밀밭. 356쪽. 1만8천 원.
▲ 캐릭터의 정신분석 = 사이토 다마키 지음. 이정민 옮김.
만화와 게임 산업이 발달한 일본에서 일상 깊숙이 침투한 개념인 '캐릭터'를 의학박사이자 정신분석학자가 분석했다. 일본에서 '캐릭터'는 흔히 '캬라'라는 말로 불린다.
저자는 점차 캐릭터화하는 일본의 젊은이들을 소개하고, 만화·소설·예술과 캐릭터 관계를 고찰한다.
그는 캐릭터 특징으로 '다중인격'이며, 잠재적으로 복수형이고, 성장하거나 성숙하지 않는다는 점을 꼽는다.
저자는 캐릭터 문화가 특정인을 따돌리는 행위로 이어지기 쉽다고 인정하면서도 캐릭터로 인해 학생들의 커뮤니케이션이 활성화하는 측면이 있다고 주장한다.
또 캐릭터에 빠진 사람을 '인격장애'로 보기는 어렵고, 오히려 일본에서 일부 정신질환의 발생 빈도가 낮은 이유가 캐릭터에 있다고 진단한다.
에디투스. 296쪽. 1만6천 원.
▲ 노자와 루소, 여든하나의 방 = 정세근 지음.
충북대 철학과 교수인 저자가 고대 중국 철학자 노자와 18세기 프랑스 사상가 루소가 연극을 하며 대담한다는 설정으로 쓴 철학서.
저자는 중국에서 자연의 일은 노자가 맡았고, 문명의 일은 공자가 담당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루소가 자연 세계와 문명 세계를 나누고 자연으로 돌아가자고 외쳤다고 설명한다.
루소는 책에서 마지막으로 "자연은 싸우지 않는다. 자연은 싸우더라도 죽이지 않는다. 생명을 죽이지 않는 자연이야말로 철학자들이 배워야 할 것이다"라고 말한다.
두 사람의 긴 대화를 서술한 저자는 루소가 노자와 달리 윤리학 내용에 들어가야 할 덕목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이어 학계에서 그동안 루소의 평등사상을 깊게 다루지 않은 점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지식산업사. 584쪽. 2만4천 원.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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