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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매크로'에 '의사 찬스'까지…잔여백신 새치기, '처벌' 안 하나 못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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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유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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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여 백신 접종을 위해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하거나 의사찬스를 쓰는 것에 대해 형사처벌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백신 공급이 원할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접종 순서를 둘러싸고 편법이나 불법이 횡행해 이를 제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1일 화이자 백신을 특혜 접종받은 충남 당진시 전 부시장과 이들의 특혜 접종에 관여한 충남 당진시 전 보건소장 등 4명이 검찰에 송치됐다. 경찰에 따르면 부시장을 지낸 충남도청 국장급 간부 A씨와 지역 낙농축협 직원과 보건소 직원 등 총 4명이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뒤,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전 부시장 등은 접종 순서가 아님에도 화이자 백신을 우선 접종한 혐의를 받는다. 전 부시장에 대한 접종은 당진시 보건소장에 의해 이뤄졌다. 당진시에 의해 직위해제된 보건소장에겐 직권남용과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이들은 "잔여 백신이 버려질 것 같아 재량으로 접종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반면 수사기관은 '잔여 백신이더라도 지침 위반을 했고 재량을 넘어섰다'고 본다.

지난 3월9일부터는 감염병예방법 제32조에 신설된 "누구든지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예방접종을 받아서는 아니 된다"는 제2항에 따라 '백신 새치기'는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이 조항에 따라 백신 접종을 위해 증명서를 허위로 작성하거나 사실과 다른 내용을 제출하는 등 거짓 또는 부정한 방법으로 예방접종을 받으면 2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이 조항이 시행되기 전인 지난 2월에도 경기 동두천시의 한 요양병원에서 운영자 가족 등 11명이 접종 대상자가 아님에도 먼저 백신을 맞아 '처벌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감염병예방법 제32조 제2항 신설 전이라 처벌대상이 아니었다. 해당 요양병원 측은 접종을 받은 운영자 가족 등이 병원 종사자로 등록돼 있어 접종 대상이 된다고 주장했지만, 동두천시는 이 요양병원의 백신 접종 위탁계약을 해지하고 병원에 남아있던 백신도 모두 회수했다.

당진이나 동두천 사례처럼 '특혜' 접종 혐의가 명확한 경우에는 감염병예방법 위반으로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현장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고 있는 매크로를 통한 '새치기'나 백신 접종 위탁 의료기관인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나 간호사 등 의료인을 통한 '지인 찬스'에 대해선 아직 방역 당국이나 경찰 등 수사기관에서 처벌 대상으로 고려하진 않고 있다.

지난 3월 정세균 전 총리가 '백신 새치기'에 대해 엄정 대처하겠다고 직접 말하기도 했지만, 아직 형사처벌에 이른 경우는 없을 뿐 아니라 현장에서 가장 많은 유형인 매크로나 지인 찬스에 대해선 당국도 처벌 대상인지에 대해 확실한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일부 동네 병원에서 네이버·카카오 등 정부가 정한 SNS 잔여 백신 예약 시스템에 등록하지 않은 채, 의사나 간호사의 지인들에게 임의로 '접종 우선권'을 주는 것에 대해선 감염병예방법에서 금지한 처벌대상인 '백신 새치기'로 볼 지에 대해 의견이 나뉜다.

한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지인 우선 접종은 관련 지침 위반이지만, 의무 사항이 아닌 권고이기 때문에 처벌할 수는 없다"고 했다. 노쇼 등으로 남는 잔여 백신을 SNS 잔여 백신 예약시스템에 올리지 않고 병원 자체 예비명단에서 가능한 사람에게 연락해 접종하는 것까지 처벌 할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병원에서 자체 예비명단을 만드는 과정에서의 편법이 사실상 '불법' 요소가 있어 처벌 대상으로 볼 수 있단 견해도 있다. 병원의 자체 예비명단은 방역 당국 지침에 따르면 만성질환자나 60대 이상 고령자를 우선순위로 둬야 하지만, 실제로는 일부 병원에서 의사 친척이나 지인들을 예비명단으로 넣고 접종해주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 변호사는 "정부 당국이 새치기 접종에 대해선 엄벌한다고 했고 법 개정까지 하면서 처벌 규정도 만들었지만, 의사 찬스 등에 대해선 형식상으론 명단을 만들었으니 불법여부를 적발하기도 어렵고 법 조항상의 '거짓이나 기타 부정한 방법'에 해당되는 지에 대해 법리 검토가 필요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동네 병원이 지침을 위반하면서 지인들을 불러 접종시키는 과정에서 예비 명단을 사후적으로 꾸민다거나 하는 문제가 있다면 그런 경우엔 기본적으로 정부가 처벌 하려는 새치기 접종에 해당 될 수도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의사단체와 현장 의료인들은 SNS예약 시스템에 먼저 올리라는 정부 지침을 그대로 따르기 어렵고, 노쇼 등으로 발생한 잔여 백신을 급하게 소진하기 위해선 지인을 부르는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현장의 자율성을 존중해 달라는 입장이다.

유동주 기자 lawmak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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