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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우린 적폐 취급… 유럽 대홍수 참사 막아낸 ‘네덜란드판 4대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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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삼희의 환경칼럼] 북극 증폭이 일으키는 지구 전역 극단 기상들

서유럽 폭우로 독일·벨기에 210명 사망

이웃 네덜란드는 무탈… 江 보강 치수 사업 덕

‘4대강’도 균형 평가를

조선일보

7월 15일 벨기에의 베르비에시 교차로에 폭우로 떠내려온 자동차들이 빗물이 빠진 다음 포개져 있는 모습./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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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의 북위 50도 지역에서 6월 말 기온이 섭씨 49.6도까지 올라갔다. 7월 중순엔 서유럽 폭우로 독일, 벨기에에서 사망자가 210명 이상 나왔다. 그 며칠 뒤 중국 정저우에선 1년 치 비가 한꺼번에 쏟아져 지하철이 침수됐고 63명이 사망했다. 미국 서부는 7월 내내 극심한 산불에 휩싸였다.

개별 기상이변 하나하나를 놓고 기후 붕괴 탓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정상 기후에서도 아주 낮은 확률로 극단 기상이 빚어질 수 있다. 6년 전부터 국제 연구팀이 특정 기상 재해가 온실가스 때문인지의 확률을 계량화하는 시도를 해왔다. 온실가스 축적이 있는 상황과 없는 상황에서 각각 해당 기상이변이 나타날 확률을 컴퓨터 모델링으로 계산해 대비한다. 연구팀 26명은 캐나다 폭염 1주일 만에 온실가스가 폭염 확률을 150배 높여놨다는 분석을 내놨다.

지구 기후 시스템이 모종의 티핑 포인트를 넘었거나 넘고 있는 중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기후 시스템에 꾸준히 누적돼오던 불안정성이 어떤 균형점을 넘으면 질적으로 아주 다른 단계로 굴러떨어질 수 있다. 작은 변화가 쌓여 커다란 질적 변화를 야기하는 현상은 물의 상태 변화에서 대표적으로 관찰된다. 영상 0.1도에서 영하 0.1도로 살짝 더 추워졌을 뿐인데 액체 물이 고체 얼음으로 변한다. 빙하와 바다 퇴적토에서 확인되는 고(古)기후의 급변들은 대부분 빙하 얼음이 물로 녹거나 바닷물이 얼어 빙하를 형성하는 과정을 거쳐 촉발됐다. 특히 민감한 것이 북극 바다 빙하다. 북극 빙하는 태양 빛의 80% 이상을 우주로 반사시키지만, 빙하가 녹은 다음 노출되는 바닷물은 5~10%만 반사시키고 나머지 태양열을 흡수한다. 최근 40년 사이 여름철 북극 바다 빙하는 절반으로 줄었다. 온실가스가 북극 빙하를 녹이고 나면, 빙하가 녹은 효과로 추가 기온 상승이 촉발된다. 이런 자기 강화 메커니즘 때문에 북극권 기온 상승치는 지구 평균의 2~3배가 된다. 이걸 북극 증폭(Artic Amplification)’이라고 부른다.

지구 전역의 기상이변 다수가 북극 증폭과 관련 있다는 견해가 유력하다. 온난화 상황인데도 이따금 나타나는 겨울 극단 한파는 북극 증폭으로 북극~중위도 간 기온 격차가 좁아지면서 중위도를 감아 도는 제트기류가 약해진 탓이라는 설명은 이제 상식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올 2월 희생자 150명, 200억달러 피해를 낸 미국 텍사스 한파 같은 경우다. 6월 말 캐나다 폭염 역시 약해진 제트기류 탓이라는 것이다. 제트기류가 헐거워져 오메가(Ω) 형태로 출렁대는 상황에서 Ω의 오목 부위에 고기압대가 갇혀버리는 ‘오메가 블로킹’이 나타났다. 표토에서 달궈진 뜨거운 공기가 사발 모양의 고기압 열돔에 갇혀 버렸다. 서유럽 홍수도 기류 흐름이 늦어지면서 비를 뿌리는 저기압대가 계속 한곳에 머물렀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작년 9월 칼럼에서 미국 역사상 최대의 비를 뿌린 2017년 8월의 허리케인 하비(Harvey)는 히로시마 원폭 1000만발만큼의 에너지를 멕시코만 바다에서 끌고 올라갔다는 논문을 소개했다. 하비는 휴스턴 일대에서 닷새 동안 꾸물꾸물 정체해 있었는데, 이 역시 기류 움직임이 늦어진 것과 관련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2018년 6월 네이처엔 1949~2016년 사이 허리케인 속도가 시속 19㎞에서 17㎞로 늦어졌다는 연구가 발표됐다. 중국 미세 먼지가 크게 개선됐는데도 한국 미세 먼지는 여전한 것은 풍속 저하 탓이라는 ‘기후 페널티’ 이론도 있다. 2012년 논문에선 최근 50년 사이 전 지구 육지 풍속이 초당 0.7m 늦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북극 얼음이 녹은 것이 중위도 극단 기상의 원인이라는 주장은 2012년 제니퍼 프랜시스라는 미국 학자가 처음 그 메커니즘을 설명했다. 지금 기온은 산업혁명 전(前)보다 1.2도 올라 있고, 매 10년마다 0.2도씩 상승 추세다. 추세대로면 파리협정에서 설정한 ‘1.5도 억제’ 목표는 15년 뒤 깨진다. 앞으로 수십 년은 기후가 더 사나워질 것이다.

그렇다면 온실가스 감축과 함께 극단 기상 대응도 필수적이다. 서유럽 폭우에도 독일·벨기에와 라인강·뮤즈강을 공유하고 있는 네덜란드에선 한 명의 사망자도 없었다. 역사적으로 수해에 민감한 네덜란드의 경보 시스템이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그와 함께 네덜란드가 1993·1995년 큰 수해를 겪은 후 추진한 ‘강에 여유 주기(Room for the River)’ 프로젝트가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강바닥 준설, 강폭 확대, 제방 보강 등이 핵심이다. 우리의 4대강 사업과 겹치는 시기(2007~2015년)에 이뤄졌다. 비슷한 치수(治水) 사업인데 두 나라에서 대접은 크게 다르다. 전체를 보는 균형 있는 시각이 필요하다.

[한삼희 선임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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