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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이슈 물가와 GDP

수박이 4만5000원…서민 생활물가 무섭게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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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가 초비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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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마켓컬리 쇼핑몰. 수박 9㎏ 한 통이 4만5000원이었다. 12㎏짜리는 6만2000원이나 하는 것도 있었다. 지난해 여름 9㎏짜리 수박은 2만원대였다.

지난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주 대비 3.9원 오른 ℓ당 1641원이었다. 13주 연속 올랐다.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을 살펴봤더니 서울의 강남·용산 등 주요 지역 주유소에서는 이미 휘발유값이 ℓ당 2000원을 훌쩍 넘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집값과 전셋값은 이미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3일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7.61(2015년=100)로 전년 동월 대비 2.6% 올랐다. 앞서 5월에 기록했던 9년1개월 만의 최고 상승폭을 두 달 만에 다시 경신한 것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넉 달 연속 2%대 중반을 오르내리고 있다. 구입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품목을 중심으로 체감물가를 반영하는 생활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3.4% 올라 2017년 8월 이후 3년11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조만간 물가가 잡힐 것이라 호언장담했던 정부 전망과 정반대로 하반기 들어서도 물가 상승이 멈추지 않고 있다. 밥상물가를 좌우하는 농축산물 가격을 비롯해 라면·햄 같은 생필품 가격과 외식비, 기름값, 전·월세까지 고공비행을 하자 주부들 사이에서는 "숨 쉬기도 무섭다"는 말까지 나왔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시금치, 마늘 등 채소값도 작년에 비해 1.5~2배 이상 뛰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집밥 한 끼를 먹기 위해 장바구니를 들었다가 10만원으로도 모자란다는 얘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글로벌 곡물가가 고공행진 중이다. 농축산물 가격 상승세가 반영되면서 외식 물가는 2.6% 올랐다.

[김효혜 기자 / 양연호 기자 / 진영화 기자]

폭염에 과일값 2~3배 뛰고…유가상승에 휘발유ℓ당 2000원 속출

소비자물가 넉달째 2%대 상승

농축산물 '이상기후' 직격탄
달걀 57% 마늘값 46% 급등
외국인 일손부족도 큰 영향

식당선 계란반찬 서비스 중단
라면·빵·참치도 줄줄이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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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통계청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7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2.6% 상승했다. 이날 한 소비자가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의 달걀 판매대를 지나치고 있다.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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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명절을 한 달여 앞두고 가파르게 오르는 물가에 가계 주름이 깊어지고 있다.

여름 제철과일인 수박은 작년보다 두세 배가 올랐고, 라면과 가공식품 가격도 일제히 오르고 있다. 이달 들어 서울 시내 곳곳에서 휘발유 가격이 ℓ당 2000원을 넘어선 곳이 등장했다. 달걀값은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일부 식당에서는 달걀 반찬 서비스를 중단한다는 안내문도 내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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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후와 운송비용 증가 등으로 글로벌 곡물가와 유가가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어 수입물가를 안정시키기엔 역부족이다. 외국인 노동자 일손 부족으로 산지에서는 과일 수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달걀값을 잡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달걀 가격 담합 단속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산란계가 부족한 근본적인 이유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추석 전에 물가가 안정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지만, 홍 부총리의 '희망고문'을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전날 도매가격 기준으로 여름 제철과일인 수박 한 통은 2만2760원으로 1년 전 1만5730원보다 44.7% 올랐다. 마켓컬리나 쿠팡 등에서 온라인으로 주문할 수 있는 수박들은 9㎏에 3만8000원에서 4만5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11㎏이나 12㎏ 한 통은 각각 5만5000원, 6만2000원에 판매되는 것도 있다. 작년에는 대부분이 2만~3만원대 수준이었다. 수박 도매업에 종사하는 임 모씨는 "수박은 일교차가 커야 잘 자라는데 지속되는 폭염으로 일교차 없이 덥기만 해서 작황에 차질이 생겼다"고 말했다. 배는 15㎏ 한 박스에 10만8200원으로 1년 전 5만8890원보다 83.7% 올랐고, 참외는 10㎏ 한 박스에 3만8420원으로 전년 3만3155원 대비 15% 올랐다.

밥상에 자주 오르는 채소들 가격도 크게 뛰었다. 전날 기준 시금치 4㎏ 가격은 4만9580원으로 지난해 2만7310원보다 81% 상승했다. 마늘 10㎏도 7만5850원으로 1년 전 4만100원보다 2배 가까이 상승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농산물들이 폭염으로 잎끝이 타거나 짓무르는 등 피해를 입고 있다"며 "여기에 코로나19와 폭염 영향으로 외국인 노동자들의 산지 인력 수급이 원활하지 않고 인건비도 상승하면서 수확과 출하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AI로 산란계 대량 살처분 뒤 달걀 가격 상승세는 장기화 국면에 들어섰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2일 특란 30구 평균 소비자가격은 7418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47% 인상됐다. 지난해 여름까지만 해도 5700원대를 보이던 달걀 가격은 올해 들어 6000원대, 2월 중순에는 7821원까지 오르더니 현재 7000원 중반대에서 떨어지지 않고 있다. 마트에서 판매되는 달걀 한 판 가격은 9000원에서 1만2000원대에 형성돼 있다.

3일 오후 한 대형마트를 찾은 주부 김 모씨(서울)는 "물가가 너무 올라 마트에 가도 집어 올 것이 없더라"며 "해먹을 반찬이 없다"고 했다. 맘카페의 한 네티즌은 "과일값이 왜 이렇게 올랐느냐"며 "장보기가 무서울 지경"이라고 했다.

가공식품 가격도 오르면서 밥상 물가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서민 먹거리를 대표하는 제품인 라면 가격이 뛴다. 라면 업계 1위인 농심은 이달 16일부로 신라면 등 주요 라면 출고가격을 평균 6.8% 인상한다. 봉지당 평균 676원에 판매되는 신라면 가격은 약 736원으로 조정된다. 농심이 라면 가격을 올리는 것은 2016년 12월 이후 4년8개월 만이다. 삼양식품과 팔도 등 업체들도 조만간 가격 인상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가공식품 가격도 줄줄이 올랐다. CJ제일제당은 최근 스팸 등 육가공 제품 20종 가격을 약 9.5% 인상했다. 동원F&B 역시 참치캔 가격을 10%가량 올렸다. 연초에는 뚜레쥬르가 빵 가격을 9% 올렸다. 동원F&B의 즉석밥 '쎈쿡' 가격은 11% 상승했다.

[김효혜 기자 / 진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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