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7 (토)

秋·尹이 남긴 '윤석열 사건' 수사지휘 공백…박범계는 뒷짐, 김오수는 눈치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지난해 秋 수사지휘로 총장 지휘권 배제
尹 떠나 명분 사라졌지만 복구 검토 없어
김오수 총장 소극적 태도에도 비판 목소리
한국일보

박범계(왼쪽) 법무부 장관과 김오수 검찰총장이 지난 6월 20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에서 검찰 직제개편안과 고검검사급 중간간부 인사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가족 및 측근 의혹 사건들에 대한 검찰의 지휘체계 공백이 장기화되고 있다. ‘추·윤 갈등’ 국면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윤 전 총장과 대검찰청의 사건 지휘·감독 배제를 지시한 것이 김오수 총장 체제가 들어선 지금까지도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검찰 안팎으로 원상복구에 대한 요구가 빗발치고 있지만, 정작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뒷짐만 지고 있고, 김오수 총장 역시 소극적 자세로 일관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추 전 장관이 지난해 10월 19일 윤 전 총장에게 내렸던 수사지휘와 관련해 지금까지 어떤 구체적인 검토도 진행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5일 박범계 장관이 “(총장 및 대검 지휘권 복구를) 검토 중”이라고 하긴 했지만, 이후 실무적으로는 전혀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추 전 장관은 수사지휘 당시 윤 전 총장 처가 의혹 등 5개 사건을 지목하며 “수사팀이 독립적으로 수사한 후 결과만을 총장에게 보고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이 중엔 윤 전 총장의 처가가 관여된 코바나컨텐츠 협찬금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윤 전 총장 본인이 언급되는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뇌물 의혹 등 서울중앙지검에 계류 중인 사건들이 다수 포함됐다. 추 전 장관의 지휘에 따라, 현재 이 사건들은 김오수 총장이 아닌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이 최종 지휘를 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추 전 장관의 총장 수사 배제 조치의 명분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추 전 장관은 당시 “본인 및 가족과 측근이 연루된 사건들은 ‘검사윤리강령’ 등에 따라 회피해야 할 사건”이라고 설명했는데, 윤 전 총장이 현재 검찰을 떠났기 때문이다. 오히려 대선 레이스를 이어가고 있는 윤 전 총장에 대한 검증 차원에서 사건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면서 검찰총장의 책임감 있는 지휘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만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지휘권 복구의 열쇠를 쥔 박 장관은 묵묵부답이다. “수사의 자율성·책임성 측면에서 서울중앙지검장에게 맡겨진 것인데, 그 기조 하에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이 전부다. 사실상 현 상태를 유지하는 데에 무게를 둔 발언으로 풀이되는데, 검찰 내에선 “검찰총장이 수사를 지휘하는 사건은 자율성과 책임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냐”라는 볼멘 소리가 나온다.

일각에선 박 장관이 총장 지휘권 복구로 또 다른 정치적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부담스러워하기 때문이란 분석을 내놓는다. 윤 전 총장 관련 사건들을 더 주목받게 만들거나 추 전 장관 지휘가 잘못됐다는 식의 해석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수도권 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특별히 시끄러운 사안이 발생하지 않았는데 굳이 장관이 추가 변수를 만들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검찰 내에선 김오수 총장의 소극적 자세에 대한 비판이 강하다. 최종 결정권자인 박 장관의 지휘를 받는 김 총장으로서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옹호의 목소리가 일부 있지만, 그 이상으로 총장이 당연한 수사 지휘권을 찾는 것에 소극적인 이유를 모르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지방 검찰청 간부는 “의견을 내야 지휘권 복구를 논의할 명분이 생기는 구도인데, 총장이 잠자코만 있으니 그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전했다.

지방 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결국 이 상태로 사건 처리 시점까지 간다면 박 장관이 검찰국장으로 같이 근무한 이정수 지검장과 직거래하려 한다는 뒷말이 나오지 않겠느냐”며 “이런 잡음과 괜한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예전처럼 총장과 대검이 책임을 지는 구조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