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이란에 우리 방식의 메시지 갈 것"
미·영에서도 직접적으로 이란 호명
이란-이스라엘 8년만에 강대강 구도
핵합의 복원 협상도 난항 빠져
중동의 대표적 앙숙인 이란과 이스라엘은 이미 수차례 양측의 소행으로 규정한 민간 선박에 대한 공격을 주고받았지만, 8년 만에 양측 지도자가 강경파로 바뀌며 ‘강대강’ 국면에서의 혼란이 커지는 모양새다.
나프탈리 베넷 이스라엘 총리가 1일(현지시각) 각료회의에 참석해 귀엣말을 듣고 있다.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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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현지시간) 나프탈리 베넷 이스라엘 총리는 주례 각료 회의를 통해 “이란이 유조선을 공격한 것이 절대적으로 분명하다”며 “이번 사건에 대한 정보 증거를 이미 확보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우리는 이란에 우리 방식대로 메시지를 보내는 방법을 알고 있다”며 이란에 대한 강력 대응을 천명했다. 앞서 이르 라피드 이스라엘 외무장관도 지난달 30일 성명을 통해 “이란에 대한 보복전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날 베넷 총리는 “이란이 이번에 엄청난 실수를 저질렀음을 국제사회가 명확하게 알려주기를 희망한다”고도 당부했다.
이에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성명을 발표해 “이번 사건은 이란이 무인기를 이용해 벌인 공격으로 확신하고 있다”며 “명분 없는 공격에 대해 파트너들과 협력하며 적절한 대응책을 찾고 있다”고 호응했다.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장관도 같은 날 “이란이 무인항공기를 1대 이상 동원해 유조선을 공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결론지었다”며 “이번 공격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8일 이란 대선에서 당선한 에브라힘 라이시가 21일 테헤란에서 내외신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라이시는 21일 테헤란에서 당선 뒤 첫 내외신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과) 만나고 싶지 않다” “(JCPOA에 복귀하려면) 미국이 먼저 제재를 풀어야 한다”는 등의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UPI=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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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지난달 29일 오만 인근 해상에선 유조선 머서 스트리트호가 자폭 드론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공격을 받아 영국인 1명과 루마니아인 1명이 사망했다. 머서 스트리트호는 일본 기업 소유의 선박이지만, 이스라엘 재벌 이얄 오퍼의 국제 해운사 ‘조디악 해양’(Zodiac Maritime)에 의해 운용되고 있다. 당시 유조선은 탄자니아를 출발해 아랍에미리트에 도착할 예정이었고, 기름은 싣지 않고 있었다. 사건 이후 머서 스트리트호는 미 항공모함 USS 로널드 레이건이 안전한 항구까지 호송됐다.
다만 사이드 하티브자데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번 사건에 대해 “이란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며 의혹을 일축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스라엘이 이란을 겨냥해 근거 없는 비난을 한 게 처음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9일 오만 인근 해상에서 피격된 유조선 머서 스트리트호.[AP=연합뉴스] |
이란과 이스라엘이 서로를 배후로 지목한 공격을 주고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영국 BBC는 “지난 3월 이후 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에선 민간 선박에 대한 여러 차례의 ‘주고받는 사건’(tit-for-tat incidents)들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선 이번 일이 과거와 달리 사태가 심각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6월 이스라엘에선 반(反) 베냐민 네타냐후 연정으로 보수 강경파 베넷 총리 내각이 구성된 데 이어, 이란에선 오는 3일 성직자 출신이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최측근인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이 취임하기 때문이다. 양측 모두 강경파 체제가 들어서는 건 지난 2013년 8월 이후 8년 만이다.
지난 2019년 사우디아라비아 항구 제다 인근에서 2발의 로켓포 공격을 받아 폭발한 이란 유조선 '사비티'호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는 모습. [텔레그래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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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은 이란 핵합의(포괄적 공동행동계획ㆍJCPOA) 복원 협상이 교착상태인 상황에서 나왔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란의 공격으로 프로세스(JCPOA를 뜻함)가 더 복잡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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