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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금메달에 왜 中국가 연주?" 야유한 시민들 처벌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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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독립 옹호’ 금지한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

경찰 “CCTV 분석해 中 조롱 여부 확인하겠다”

세계일보

지난 26일 밤 홍콩 펜싱 선수 청카룽의 금메달 획득이 확정되는 순간 대형 쇼핑센터에 모여든 홍콩 시민들이 환호하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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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도쿄올림픽 펜싱 종목에서 금메달을 딴 홍콩 선수의 시상식 중계 당시 중국 국가 연주에 야유를 보낸 홍콩 주민들한테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중국에서 제정해 시행에 들어간 홍콩보안법은 ‘홍콩의 독립을 옹호하는 행동’을 처벌 대상으로 삼는다.

30일 홍콩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홍콩 경찰은 지난 26일 밤 쿤퉁의 한 대형 쇼핑센터에서 2020 도쿄올림픽 펜싱 남자 플뢰레 개인전 시상식을 중계하던 도중 중국 국가가 연주되자 야유를 보낸 이들을 상대로 조사에 나섰다. 경찰은 쇼핑센터 측에 요청해 당시 현장 상황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했으며, 그 분석을 통해 중국 국가가 연주되는 동안 아유를 보낸 이들이 누구인지 파악한다는 방침이다. CCTV 영상 속 야유자의 신원이 특정되는 즉시 소환조사를 실시하고 혐의가 인정되면 입건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보안법에 정통한 인사들은 언론 인터뷰 등에서 “해당 사건은 홍콩보안법을 위반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 국가가 울려퍼지는 동안 검은 옷을 입고 홍콩인의 정체성을 강조하는 구호를 외친 행위는 홍콩의 독립을 옹호하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여기서 ‘검은 옷’은 홍콩 시위대의 상징이다.

지난 26일 밤 해당 쇼핑센터 안은 대형 전광판을 통해 중계되는 홍콩 선수 청카룽의 플뢰레 결승전을 보기 위해 몰려든 시민들로 가득찼다. 청카룽이 결승전에서 이탈리아 선수를 꺾고 금메달을 따자 쇼핑몰 안에선 환호가 울려퍼졌다. 홍콩 선수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1996년 미국에서 열린 애틀랜타 올림픽 당시 여자 윈드서핑 종목 이후 꼭 25년 만의 쾌거였다.

하지만 환호도 잠시, 쇼핑센터는 곧 야유와 조롱으로 뒤덮였다. 시상식에서 중국 국가 ‘의용군행진곡’이 연주됐기 때문이다. 1997년 홍콩의 주권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됐고 홍콩은 독립국이 아닌, ‘중국의 일부’인 만큼 중국 국가가 연주되는 것이 맞기는 했다. 하지만 오랫동안 ‘일국양제’(한 나라 두 체제)를 보장받으며 중국과는 다른 정체성을 지켜온 대다수 홍콩 주민의 자존심은 흘러나오는 중국 국가를 쉬 받아들일 수 없었다.

세계일보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일(7월 1일)을 사흘 앞둔 지난달 28일 홍콩의 한 쇼핑몰 거리에 중국 국기 ‘오성홍기’와 홍콩을 상징하는 깃발이 나란히 걸려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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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은 손뼉을 크게 치며 “위 아 홍콩”(We are Hong Kond)이라고 외쳤다. ‘우리는 중국이 아니고 홍콩 사람들’이란 뜻이 담겨 있다. 결국 박수와 함성이 중국 국가가 울려퍼지는 소리를 완전히 덮어버렸다. 심지어 일부 주민은 홍콩이 영국 식민지이던 시절의 깃발을 꺼내 흔들기도 했다.

당시 현장을 담은 영상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널리 퍼져나갔다. 단단히 화가 난 홍콩 내 친중파 인사들은 지난 28일 홍콩 경찰본부 앞에 모여 “중국 국가를 모독한 자들을 조사하라”고 촉구하며 시위를 열기도 했다.

홍콩은 지난해 홍콩보안법 제정·시행을 계기로 “일국양제가 사실상 파탄이 나고 홍콩이나 공산주의 중국이나 별 차이가 없게 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동안 중국 정부, 그리고 시진핑 국가주석에 비판적 목소리를 내온 빈과일보가 얼마 전 폐간된 것은 홍콩이 직면한 엄혹한 현실을 잘 보여준다. 빈과일보가 문을 닫은 당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성명을 내 “홍콩과 전 세계 언론 자유에 슬픈 날”이라고 비통해 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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