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안산 선수를 지켜달라”…황당한 ‘백래시’에 반격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일부 누리꾼 “숏컷은 페미니스트다 걸러야 한다” 막말 공격

여성들 “억지에 사과해선 안돼”…양궁협회 게시글 5000개 넘어


한겨레

사회관계망 서비스에서 안산 선수를 보호하자는 온라인 운동을 독려하는 홍보물. SNS 갈무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도쿄올림픽 양궁 금메달리스트 안산 선수를 도를 넘는 공격으로부터 보호해달라는 온라인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들이 안 선수가 페미니스트라며 대한양궁협회에 항의 전화를 하고 안 선수의 에스엔에스(SNS)에 사과와 해명을 요구하는 글을 올리자 대응에 나선 것이다.

29일 오후 4시 현재 대한양궁협회 자유게시판에는 “안산 선수를 보호해달라”는 내용의 게시글이 5000개 넘게 올라왔다. 자유게시판은 접속 폭주로 한때 접속되지 않기도 했다. 온라인 운동은 안 선수의 쇼트커트 머리 모양에 대해 일부 누리꾼이 올림픽 중계 댓글창과 남초 온라인 커뮤니티에 “숏컷은 페미니스트다. 걸러야 한다”는 등의 글을 올리며 시작됐다. 일부 누리꾼들은 안 선수가 여대 출신이고, “여배우라는 단어가 여성 혐오적 단어”라고 말한 배우의 에스엔에스 계정을 팔로하고, ‘오조오억’처럼 일부에서 ‘남성혐오’라고 주장하는 표현을 과거에 에스엔에스에서 사용한 것을 문제 삼았다. 이들은 대한양궁협회에 항의 전화를 한 사실을 공유하고, “메달 반납을 해야 한다”며 실력행사에 나서자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에 28일 저녁부터 ‘안산 선수를 지켜달라’는 내용의 온라인 운동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트위터 등을 중심으로 공유되는 ‘국가대표 선수를 향한 테러로부터 안산 선수를 지켜주세요’라는 문구가 들어간 사진에는 대한양궁협회의 전화번호와 누리집 자유게시판, 응원 메시지 통로를 통해 안 선수를 보호하라는 메시지를 낼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면서 안 선수가 사과하게 하지 말고, 절대 반응해주지 말며, 도를 넘는 비난에 대해 강력하게 선수를 보호해달라고 양궁협회에 요청하자고 주장했다.

안 선수를 향한 공격 행태를 외신에 알리자는 움직임도 있다. 트위터에서는 한국 남성들이 안 선수를 향해 페미니스트라고 공격하며 메달을 빼앗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상황을 영어로 번역해 올림픽 관련 해시태그와 함께 올린 트윗이 1000회 넘게 리트윗되기도 했다.

한겨레

“안산 선수를 보호하자”는 글이 올라오는 대한양궁협회 누리집 게시판. 누리집 갈무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전문가 “백래시 노이로제 걸린 여성들의 반격”

전문가들은 남성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 백래시 공격에 기업과 공공기관이 사과에 나서자 여성들이 더는 같은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를 형성해 행동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안 선수 보호 캠페인에 나선 이들은 “일부 남성들이 지에스(GS)리테일이나 경찰 등 기업과 공공기관의 홍보물 속 집게손가락을 남성혐오의 은밀한 징표라고 몰아가며 사과를 압박하는 등 백래시를 지속하는 것을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이라영 예술사회학자는 “집게손가락 논란이 일었을 때 논란의 대상이 된 정부기관이나 기업들이 사과하기 시작하면서 페미니즘을 향한 공격은 일부의 행동이 아닌 명백한 사회적 현상이 돼버렸다”며 “여성 커뮤니티에서 주로 쓰는 말을 ‘남혐’ 단어라고 규정지으며 여성들의 입을 틀어막는 현상도 반복된 지 오래”라고 말했다. 이어 “국가대표 여성선수에게까지 비슷한 행동을 가하는 것을 보면서 노이로제에 걸린 여성들이 먼저 반격하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손희정 경희대 비교문화연구소 학술연구교수는 “집게손가락 논란은 맥락을 모르는 사람의 경우 ‘해당 손가락 모양이 남혐’이라는 주장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여지도 있었다. 그러나 머리가 짧고, 여대를 나왔으며 특정 가수를 좋아한다고 비난하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이해되지 않는 지적”이라며 안 선수에 대한 일부 누리꾼들의 공격이 공감대를 얻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벗 덕분에 쓴 기사입니다. 후원회원 ‘벗’ 되기
한겨레 서포터즈 벗이 궁금하시다면? ‘클릭’‘주식 후원’으로 벗이 되어주세요!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