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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국방부 “한-미연합훈련 관련 미국과 긴밀히 협의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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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 연기 위한 치열한 물밑교섭 시사

한겨레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 국방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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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간 직통연락선이 복원되면서 이를 남북, 북-미 대화 재개의 계기로 삼으려는 문재인 정부의 움직임이 눈에 띈다. 한반도 긴장 완화의 주요 변수로 떠오른 8월 한-미 연합훈련 실시 여부에 대해 국방부가 “미국과 긴밀하게 협의 중”이라는 입장을 밝히는 한편, 외교부는 조 바이든 행정부와 고위급 소통에 나섰다. 멈춰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을 위해 미국으로부터 ‘훈련 연기’ 동의를 얻어내는 등 치열한 물밑교섭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29일 정례 브리핑에서 “(다음달 예정된) 후반기 연합지휘소훈련과 관련해서는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19 상황, 연합방위태세 유지, 전시 작전권 전환 여건 조성,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외교적 노력 지원 등 제반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한-미 간에 긴밀하게 협의 중이다”고 말했다. 한-미 연합훈련과 관련해 북한에 군사회담을 제의했는지 여부에 대해선 “지금까지 제의한 바 없다”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 2019년 2월 말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뒤, 미국에 한-미 연합훈련 중지 등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구하며 지난해부터 미국과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이에 북한을 다시 북-미 대화 테이블에 앉히기 위해선 연합훈련의 연기 혹은 중단과 같은 ‘전략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지난 5월 말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코로나19로) 과거처럼 많은 병력이 대면 훈련을 하는 것은 여건상 어렵다”며 “연합훈련 시기나 방식, 수준에 대해서는 추후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현재,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로 인해 일일 확진자가 급증한 상황 등을 감안하면, 대규모 병력 동원이 없는 지휘소 훈련이라 해도 방역 상황에 상당한 부담을 주는 게 사실이다.

부 대변인은 ‘남북 군 당국 간 화상회의 시스템 구축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엔 “별도 계획은 없다”면서도 “필요할 경우 통일부 화상회의 시스템이 구축되면 그 시스템을 활용하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청와대는 이날 서훈 국가안보실장 주재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어 남북 간 통신연락선 복원 조치 이행 현황을 점검했다고 밝혔다. 이번 회의에서는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조속한 (남북 간) 신뢰 회복과 관계 진전을 추진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조속히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유관국 협의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외교부는 이날 조 바이든 행정부와 고위급 소통을 통해 통신연락선 복원 사실을 공유하고 한-미 간 협력 방안에 대해 협의했다. 최종건 1차관은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과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성 김 미 대북특별대표와 각각 전화 협의를 했다. 한국 쪽은 “남북 간 통신연락선 복원 이후 지속적인 대북 대화와 관여 노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미국 쪽은 “남북간 통신연락선 복원을 좋은 진전으로 본다”며 ‘남북 간 대화와 관여에 대한 미국 정부의 지지를 재확인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앞서 노 본부장은 이날 오전 국립외교원 주최 ‘2021 외교안보연구소 국제문제회의’에서 통신연락선 복원과 관련해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 간에 선순환 구조를 복원하고 북-미 대화를 재개하는 데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위해서는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이 긴요하다”며 “한-미 가 이미 협력 의사를 표명한 바 있는 인도적 지원, 협력 등은 모두의 이익에 부합하며 대화 여건 조성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은 28일(현지시각) 외교전문지 <디플로매트> 기고문에서 남-북-미 모두 이번 통신선 복원을 관계 개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이사장은 북한에 대해서는 ‘일방적 요구를 제쳐두고 국내 사정을 넘어 타협을 모색해야 한다. 코로나19 위험에도 남한, 미국과 더 적극적 소통을 하기 위해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반면 미국에는 ‘구체적인 대북 인센티브와 함께 보다 유연하고 실용적인 태도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북한은 단순한 미사여구(rhetoric·레토릭)에 속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외교를 중심에 둔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접근법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낼 유인책은 부재하다는 외교가의 지적을 상기한 것으로 보인다.

길윤형 김지은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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