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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경찰청장이 왜 정부 부동산담화에 나오나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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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금융위원회가 부처 합동으로 부동산 담화문을 내놨다. 그런데 그 내용이 국민들의 짜증을 유발할 정도로 황당하다.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거창한 제목까지 단 담화문을 낸다고 해서 집값을 잡을 묘책까지는 아니더라도 뭔가 있겠지 했는데 왜 냈나 싶을 정도다. 정부 혼자 집값을 잡기 힘드니 국민들의 협조를 바란다는 읍소 수준에 불과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정부 노력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가 하나 되어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했다. 집값 폭등이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는 궤변으로 들린다. 4년 넘게 "부동산만큼은 자신 있으니 우리를 믿고 따라오면 된다"며 호언장담을 해온 게 이 정부다. 그런데 이제 와서 언제 그랬냐는 듯 갑자기 국민도 집값 상승 책임을 지라고 하는 건 무책임한 것이다.

대출은 죄고 세금 폭탄만 안긴 규제 일변도 정책 헛발질로 집값을 천정부지로 올린 건 정부다. 정부가 시장교란자란 얘기다. 그런데도 홍 부총리는 시장이 지적하는 공급 부족·수급 문제는 없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정책 실패는 언급조차 안 했다. 대신 12건의 실거래 띄우기 적발 사례를 들어 과도한 집값 상승 기대심리, 투기 수요를 집값 급등 주범으로 지목했다. 지난 10개월간 조사한 71만건 중 고작 0.0017%만 적발된 수치를 들이대며 국민 탓을 한 것이다. 그러면서 부동산 교란행위 엄단 의지를 밝혔다. 정부가 이날 이례적으로 브리핑 현장에 경찰청장을 참석시킨 건 국민에게 보내는 명백한 신호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형사 처벌되거나 소중한 재산을 잃어버리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유의해달라"며 "전문 투기세력은 범죄단체조직으로 간주해 엄벌하겠다"고 했다. 국민 전체를 잠재적 투기꾼 범죄자로 취급하는 노골적인 겁박이다. 또 미친 전월세 폭등을 초래한 임대차 3법 폐지 요구가 빗발치는데도 홍 부총리는 "임대차 3법은 당분간 제도 안착에 주력하는 게 맞다"며 억지를 부리니 답답할 노릇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대출을 더 죄겠다고 했다.

이미 시장에서 철저하게 실패한 정책을 손보지 않고 더 강화하겠다는 건 집값을 잡을 의지가 없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러고도 집값이 더 오르면 또 욕심이 과한 국민들 탓이라고 할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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