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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단독] ‘훈련생 실신’ 경찰관들, 폭염 경보에도 마스크 쓰고 훈련 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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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경비 ‘101단’ 합격자 훈련 중 3명 실신·1명 중태

지침상 폭염경보 땐 야외 훈련 못 하지만 강행

경찰 “폭염 경보를 주의보로 잘못 알았다” 해명

가족 “의료진 없었던 것도 이해 하기 어려워” 분통


한겨레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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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경보가 내린 무더운 날씨에 야외 교육을 받던 신입 경찰관 3명이 열사병으로 쓰러졌고 1명이 의식을 회복하고 있지 못하는 가운데 해당 경찰관들이 뙤약볕에서 마스크까지 쓰고 훈련을 받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27일 <한겨레>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김아무개(27)씨 등 3명의 신입 경찰관이 지난 25일 저녁 6시께 충북 충주시 수안보면에 위치한 중앙경찰학교에서 마스크를 쓰고 훈련을 받던 중 열사병으로 쓰러져 충주 건국대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김씨 등 신입 경찰관 128명은 서울경찰청 101경비단 채용공채에 합격해 지난해 12월부터 경찰학교에서 교육을 받아왔다. 101경비단은 청와대 내부의 경호를 담당하는 경찰기관으로 승진도 빠른 것으로 알려져, 경찰관을 꿈꾸는 지원자들 사이에서도 선호도가 높고 경쟁률도 높다.

김씨의 가족은 <한겨레>에 “검은 긴 팔 기동복에 장화까지 신고, 일반인은 숨쉬기도 힘든 날씨에 마스크까지 쓰고 훈련을 받았다고 한다”며 “일요일에 훈련을 한 것도 이상한데, 휴일이어서 의료진도 없었다는 사실은 더더욱 이해하기 어렵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씨의 누나는 “다른 교육생들과 교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훈련 중에 동료들과 어깨동무한 채로 뒤로 눕기, 푸시업, 달리기를 했다고 한다”며 “교육생 중 성적순으로 절반 정도만 101경비단으로 가고 나머지는 일선 파출소로 배치돼 체력적 한계에도 훈련을 계속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101경비단은 25일 오후 4시께부터 야외 훈련을 진행했다. 경찰학교가 위치한 충주지역은 지난 21일부터 폭염경보가 발령된 상태였고, 이날 낮 기온은 33.5도까지 올라갔다. 교육관들은 당시 수안보 일대의 기온이 31.5도인 것을 확인하고 교육을 시작했다고 한다. ‘경찰청 혹서기 훈련 지침’은 폭염 경보가 내려지면 야외 훈련을 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101경비단은 훈련을 강행했다. 101경비단은 “폭염 경보를 폭염 주의보로 잘못 알고 훈련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김씨의 가족들은 101경비단이 교육환경을 제대로 갖추지 않고 훈련을 진행했고, 김씨가 쓰러진 뒤 이송도 늦어졌다며 경찰의 대응을 비판했다. 30도가 넘는 무더위에 교육을 진행하면서도 교육 현장에는 의료진이 배치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훈련을 받던 김씨는 저녁 6시께 운동장 구보를 하던 중 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졌고, 이후 잇따라 두 명의 교육생이 추가로 온열질환 증상을 보이며 쓰러졌다. 교육관들은 응급처치를 실시한 뒤 저녁 6시20분께 119구급대를 불러 인근 대학병원으로 이송했다.

김씨를 제외한 두 명은 즉시 충주 건국대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병원 쪽에서 “외상중증환자는 두명만 수용할 수 있다”고 난색을 표하면서 구급대는 다른 병원을 찾아나섰다. 괴산소방서는 인근 충주의료원도 중환자실에 자리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청주시로 김씨를 이송했다. 하지만 청주 지역의 의료기관에도 수용 가능한 중환자실이 없었다. 뒤늦게 건대병원에 자리가 난 것을 확인하고 김씨를 충주 건대병원에 다시 입원시켰다. 김씨가 건대병원에 도착한 시간은 저녁 8시34분으로 두시간 넘게 이송이 지연됐다. 괴산소방서 관계자는 “최근 폭염이 이어지면서 온열질환자가 늘고, 코로나19 감염환자도 늘면서 병원 중환자실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송된 두명은 의식을 되찾았으나 김씨는 27일 오후 현재, 이틀이 지나도록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중태에 빠졌다.

경찰 관계자는 ”달리기를 할 때는 마스크를 턱까지 내릴 수 있게 했고, 열외 희망자는 열외할 수 있게 했었다”며 “훈련 중 환자가 발생한 데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며 치료에 최선을 다하겠다. 향후 실외 훈련은 기온에 더 신경 써서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훈련 내용에 대해 경찰은 “구보 전 30여분간 푸시업, 어깨동무 등 몸풀기를 진행했다. 군에서 훈련 전에 몸을 푸는 피티(PT) 체조를 하는 것과 같은 개념이다”고 설명했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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