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웃집 퀴어 이반지하
'고독을 건너는 방법' '남자, 여자를 읽다' 등을 펴낸 40대 작가가 90대 할머니를 돌보는 간병기를 엮었다.
작중 '피 여사'라 불리는 저자 할머니의 삶은 녹록지 않았다.
그는 소학교 졸업 후 정신대에 끌려가지 않으려고 스무 살에 낯모르는 남성과 결혼했다. 하지만 남편은 가족을 돌보지 않는 마약쟁이에다 첩까지 있었다.
한국전쟁 때 남편을 잃은 피 여사는 두 아들을 데리고 재혼하지만, 재혼 생활 역시 순탄치 않았다. 새 남편은 폭력을 일삼았고, 자식들도 연이어 사고를 쳤다. 오랫동안 인고의 세월을 견딘 피 여사는 이제 노인이 됐다.
"노인이 되면 젊어서는 미처 예상하지 못한 고통이 들이닥치는데, 이 고통은 세계 공통이다. 외로움, 생계 곤란, 건강 악화, 배우자와의 사별, 자식 문제, 시대 변화 부적응 등등. 피 여사는 이 모든 걸 겪으면서 노후를 맞았다."(15쪽)
노인이 된다는 건 아기가 된다는 말과 같다고 저자는 말한다. 아기가 먹고, 자고, 싸면서 일상을 보내듯, 피 여사도 먹고 자고 싸면서 하루를 보낸다.
저자는 할머니와 삼시세끼를 같이 먹고, 거동을 돕고, 밤마다 자세를 고쳐주면서 타인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방법을 배운다.
한겨레출판. 296쪽. 1만6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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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 = 렌털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 지음. 김수현 옮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 대여 서비스를 시작하겠습니다. 혼자 들어가기 어려운 가게 같이 가기, 게임 머릿수 맞추기, 꽃놀이 명당 미리 잡기 등 사람 한 명분의 존재가 필요할 때 이용해주십시오…아주 간단한 응답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5쪽)
일에 대한 재미도 못 찾고, 보수도 적어 불만이 많았던 프리랜서 작가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 대여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다.
회사원 시절 개성 없고, 조용하다는 이유로 마치 사회에서 존재가 없는 사람으로 여겨졌던 저자 모리모토 쇼지는 이름도 아예 '렌털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으로 바꾸고 새로운 서비스를 시작한다. 주로 동행, 동석, 옆에서 지켜보기, 이야기 들어주기 같은 서비스다.
책은 서열과 성과 위주로 사람을 평가하는 일본 사회의 단면을 포착하는 한편, 그런 사회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방식으로 인정받는 저자의 모습을 부각한다.
미메시스. 256쪽. 1만3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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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웃집 퀴어 이반지하 = 이반지하 지음.
퀴어 퍼포먼스 아티스트이자 현대미술가, 애니메이션 감독, 작가 등 여러 예술 분야에 몸담은 저자의 일상생활을 담은 에세이다.
식당 직원, 인구주택 총조사 조사원, 대기업 임원 영어 과외 선생, 편의점 알바 등을 병행하는 비주류 예술가의 곤궁한 일상이 담겼다.
책은 동성애자들에 대한 사회적 차별부터 저자의 내밀한 사생활까지 가감 없이 전한다.
저자는 청소년 시절 일탈행위, 저자에게 트라우마로 남은 순탄치 않은 가정사를 용기 있게 고백한다.
문학동네. 368쪽. 1만7천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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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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