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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PICK] 넉달만의 미중 고위급 회담…'기싸움 2차전' 관전 포인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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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무부의 웬디 셔먼 부장관과 중국 외교부의 셰펑(謝鋒) 외교부 부부장이 오늘(26일) 중국 톈진에서 회담을 가졌습니다. 셔먼 부장관은 이어서 왕이 외교부장과도 연쇄 회동을 합니다.

이번 고위급 대면 회담은 지난 3월 미국 알래스카에서 양국의 외교 수장들이 만난 이후 넉 달 만입니다. 3월 회담 땐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과 왕이 외교부장이 참석했습니다.

오늘 회담을 두고, 미중 간 첨예한 신경전이 벌어졌단 분석이 많습니다. 지난 3월에도 나왔던 평가였죠. 하지만 이번 회담에선 당시와는 다른 분위기도 감지됩니다.

● 1차전: 3.19-20, 미국 앵커리지
넉 달 전에 열렸던 미중 외교장관 회담의 분위기는 험악하기가 '홍문연(항우가 유방의 목숨을 노린 연회)'에 비유될 정도였습니다.

대개 회담이 시작되면 먼저 기자들 앞에서 서로 덕담을 나누는 모두발언 시간을 갖습니다. 하지만 3월 회담 때는 이런 관례가 깨졌죠. 모두발언부터 격렬한 설전이 벌어졌고, 양측은 서로 기자들에게 "기다리라(Wait!)"고 주문하며 1시간 이상 날선 비방전을 이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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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오른쪽 두 번째) /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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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담이 파행을 빚다보니 공동발표문도 합의문도 나오지 못했고, 심지어 만찬도 취소됐습니다.

외교적 성과는 전혀 없어 보이지만 중국은 대대적인 선전을 통해 기세를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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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 /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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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구시보 등의 매체는 "이번 회담을 통해 100년 전의 중국이 아님을 확인했다", "중국 외교사에 기록될 회담이다"라고 보도했습니다.

● 물 밑 접촉? But 샅바 싸움은 계속되고…
3월 회담이 엉망이 된 후 미중 간의 재회 노력은 치열한 샅바싸움의 양상을 보였습니다.

7월 14일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미국의 셔먼 부장관이 중국 셰펑 외교부 부부장과 만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그날 아시아 순방계획을 발표하기로 했던 미 국무부는 발표를 다음 날로 미뤘고, 15일 발표에서는 중국을 쏙 빼고 일본과 한국, 몽골을 순방한다는 자료를 내놨습니다.

이에 대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셔먼 부장관의 중국 방문이 무산된 것은 중국이 외교부 서열 2위인 러위청(樂玉成) 중국 외교부 부부장대신 외교부 서열 5위인 셰펑 부부장을 회담 상대방으로 제안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즉, "나는 미국 국무부 서열 2위인데, 너희는 서열 5위를 내세우겠다고!"하며 방중을 취소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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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펑 중국 외교부 부부장 / 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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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종종 격이 맞지 않는 인사를 내세워 외국과의 회담에서 기싸움을 걸곤 하는데, 미국이 이에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겁니다.

그랬던 셔먼 부장관은 아시아 순방 중이던 지난 21일 갑자기 중국 방문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서열은 낮지만 셰펑 부부장이 미국 담당이니 회담 상대방으로 적절하다"는 중국 측의 해명에 동의했던 걸까요?

그보다는 회담을 통해 얻어낼 것이 있거나, 회담 후에 있을 왕이 외교부장과의 만남에서 바라는 바가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해 보입니다.

● 2차전: 7.26, 중국 톈진

오늘 열린 2차전은 시작부터 1차전과 달랐습니다.

모두발언은 아예 생략됐습니다. 마치 "기싸움은 잠시 접어두고, 할 일부터 하자"는 분위기라고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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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중국 톈진 /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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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회담을 마치자마자 중국은 선전전을 시작했습니다. 셰펑 부부장은 "일부 미국인이 중국을 가상의 적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미국은 중국을 악마화하고 있다"며 비난을 쏟아낸 겁니다.

그럼에도 이번 회담은 알맹이가 전혀 없었다고는 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셰펑 부부장은 미국을 겨냥한 비난 뒤에 "기후변화, 이란 핵 문제, 한반도 핵 문제(북핵 문제) 등 폭넓은 이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했기 때문이죠. 그는 그러면서 "전반적으로 깊이 있고 솔직한 대화를 나눴으며 각자의 입장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고도 말했습니다.

이런 결과물이 공식 합의문으로 발표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번 회담이 10월 말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기간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과의 첫 정상회담을 위한 사전 준비작업이라는 해석도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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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 / 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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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셔먼 부장관과 왕이 부장 간 회담 내용도 아직 공개되진 않은 상탭니다.

다만 이번 대화는 분위기나 성과가 적어도 기싸움만 팽팽했던 지난 3월보다는 좋을 듯 합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지난번 앵커리지 회담 당시 양제츠 공산당 정치국원은 만찬이 무산돼 컵라면을 먹었지만) 셔먼 부장관은 멋진 만찬을 기대할 수 있다"고 보도한 것은 이런 낙관적 전망이 어느 정도 반영됐던 것이 아닐까요?

송무빈 기자(movi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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