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등장·제3지대 정치 행보 등 공통점
신중한 행보·모호한 화법에 ‘간보기’ 비판도
尹 두고 갈라진 국힘, 4·7 재보선 때와 비슷
[사진=국회사진기자단] [헤럴드경제=이상섭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왼쪽)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7일 정오 서울 종로구 한 중국식당(중심)에서 오찬 회동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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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과거 정치에 미숙했을 때 했던 판단과 비슷하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행보에 대해 한 말이다. 하락세를 타고 있는 윤 전 총장의 지지율 추이에 대해서는 “위험하다”고도 했다.
이 대표의 발언이 국민의당과 당내 친윤계 의원들의 반발을 불러온 것은 일단 차치하고, 정치권에서 ‘윤석열-안철수 평행이론’이 심심찮게 회자되는 것은 사실이다. 압도적 1위를 달리던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흔들리면서부터 더욱 그렇다.
윤 전 총장과 안 대표는 실제로 꽤나 유사한 면들이 있다.
일단 둘 다 등장부터가 화려하다. 윤 전 총장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로 정권에 압박을 받다가 끝내 직을 사퇴,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지금이야 다소 주춤 하다지만, 여전히 야권의 지지율 1위 대선주자기도 하다.
안 대표는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던 지난 2011년 ‘안철수 신드롬’을 일으키며 정치무대에 데뷔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당시 ‘대세론’의 주인공이었던 박근혜 후보를 앞지르기도 했다. 둘 모두 기성정치에 대한 염증이 정치권 밖의 인물을 단숨에 유력 대선주자로 끌어올렸다는 공통점이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헤럴드경제=이상섭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왼쪽)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7일 정오 서울 종로구 한 중국식당(중심)에서 오찬 회동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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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지대’에서 정치행보를 하고 있다는 점 역시 마찬가지다. 윤 전 총장은 대선 출마 선언 이후 국민의힘 입당에는 거리를 두고 ‘마이웨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대선 캠프도 여의도가 아닌 광화문 이마빌딩에 차렸다. 기성정치와 거리를 두고 중도 외연확장에 나서겠다는 취지다. ‘제3지대의 터줏대감’으로 꼽히는 안 대표 역시 지난 2012년 제18대 대선을 준비하며 종로구 공평빌딩에 캠프를 열었다.
이 대표는 “여의도 정치에 숙달된 분들과 거리가 있는 분들이 보통 여의도가 아닌 곳에 캠프를 차린다”며 “정치를 하려면 여의도 한복판에서 겨뤄야 되는 것이지, 여의도를 회피하면서 정치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성과가 안 좋다”고 꼬집었지만.
지나치게 신중한 행보와 언행으로 ‘간보기 정치를 한다’는 비판을 받는 것도 비슷하다. 일각에서는 윤 전 총장이 사퇴 후 100여일을 훌쩍 지나 정치선언을 한 것도, 국민의힘 입당 여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는 것을 두고 ‘지나친 간보기’라고 비판한다. 안 대표는 그동안 특유의 모호한 화법으로 ‘간철수’라는 부정적인 별명까지 얻었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하태경 의원은 윤 전 총장에 대해 “안 대표가 사실은 ‘윤석열 1기’”라며 “안철수 신드롬이 확 떴는데, 점점 저물었던 이유가 그런 모호한 화법 때문”이라고 지적키도 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헤럴드경제=이상섭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왼쪽)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7일 정오 서울 종로구 한 중국식당(중심)에서 오찬 회동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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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윤 전 총장을 대하는 국민의힘 분위기도 지난 4·7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당시 안 대표를 대하는 국민의힘 상황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
이 대표는 앞서 언급한 발언 외에도 윤 전 총장을 ‘비빔밥의 당근’을 비유하는 등 연일 입당을 압박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이 입당하든 말든 ‘8월말 경선버스’를 출발시키겠다는 의지도 강하다.
반면, ‘친윤계’로 꼽히는 당내 일부 중진들은 야권 유력주자를 당이 보호해야 한다며 이 대표의 발언에 공개적으로 강하게 반발하는 상태다.
“4·7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한 요인은 윤석열”(정진석), “당대표는 후보들에 대한 평론가가 아니다”(권성동),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위험한 것이 아니라 제1야당 대표의 발언이 위험해보인다. 이것이야말로 자해정치”(장제원) 등의 비판이 쏟아진다.
천안함 폭침 희생자인 고(故) 정종율 상사의 부인 정경옥씨가 암 투병 끝에 별세한 소식이 알려진 22일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인천시 동구 청기와장례식장을 찾아 유족을 위로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헤럴드경제=이상섭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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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이 대표는 23일 국회서 기자들과 만나 “너무 선을 넘었다. 정중동의 자세로 가야하는 것 아닌가”라고 물러서지 않았다.
자신의 페이스북에서도 “저 이준석, 당외주자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아야 한다느니 모셔와야 된다느니 꽃가마를 태워야 된다느니 하는 주장에 선명하게 반대하고 공정한 경선만을 이야기 하면서 전당대회에서 국민과 당원의 선택을 받았다”며 “흔들림 없이 가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이끌었던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국민의힘을 떠난 뒤 언론 인터뷰에서 당 주자인 오세훈 후보가 아닌 안철수 대표를 야권 단일후보로 만들려고 작당한 세력이 당내에 있다고 비판했었다.
yun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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