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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긴급재난지원금

'연봉 5001만원' 흙수저 탈락···월 400 버는 금수저엔 지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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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재난지원금)을 받는 맞벌이 3인 가구의 연 소득 기준이 기존 8605만원에서 1억532만원으로 상향됐다. 고소득자를 제외한 전체 국민의 87.7%가 1인당 25만원의 재난지원금을 받게 된다. 국회는 24일 새벽 본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총 34조9000억원 규모의 2차 추경안을 가결 처리했다.

핵심 쟁점이었던 재난지원금 지급 범위는 전 국민 87.7% 선에서 접점을 찾았다. 이는 맞벌이 가구와 1인 가구에 대한 지급 기준을 보완한 데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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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 변동 내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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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는 은퇴한 노인 가구 비율이 높아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의 소득 수준이 다른 가구에 비해 낮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1인 가구의 경우 지급 기준을 연 소득 3948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올렸다. 총 107만 가구가 추가로 재난지원금 대상으로 들어오게 됐다.

맞벌이 가구는 홑벌이와 가구원 수가 같아도 부부의 소득을 합산하게 되면서 소득 하위 80%에 들어가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맞벌이 가구의 경우 홀벌이 가구 기준에서 가구원 수를 1인 더해 산정하는 방식으로 지급 기준을 올렸다. 예를 들어 맞벌이 4인 가구이면 홑벌이 5인 가구 지급 기준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맞벌이 가구의 연 소득 기준은 ▶2인 가구 8605만원 ▶3인 가구 1억532만원 ▶4인 가구 1억2436만원 ▶5인 가구 1억4317만원 이하로 상향된다. 추가 혜택을 받는 맞벌이 가구는 71만 가구다.

홀벌이 가구의 경우 연 소득이 ▶2인 가구 6671만원 ▶3인 가구 8605만원 ▶4인 가구 1억532만원 ▶5인 가구 1억2436만원 이하다. 여기에 저소득층을 두텁게 지원하기 위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차상위, 한부모가족에게는 1인당 10만원의 '저소득층 소비플러스 자금'이 추가 지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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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인원별 연소득 기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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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추경이 통과되면 한 달 안에 국민지원금 지급이 시작되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힌 만큼다음 달 말 이전에 지급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재산세 과표가 9억원 이상(주택 공시가격 약 15억원, 시가 약 21억원)이거나 금융소득이 연 2000만원 이상인 고액자산가는 지급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적으로 보면 정부의 소득 하위 80% 지급안과 민주당의 전 국민 지급안을 절충한 대안이다. 하지만 정책적으로 뜯어보면 ‘누더기 재난지원금’이란 비판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 지급 대상을 놓고 소득 하위 80%·84%·90%·100% 얘기가 나오다가 ‘국민 87.7%’라는 모호한 기준으로 결정된 과정부터가 그렇다.

무엇보다 형평성 논란이 이번에도 반복될 전망이다. 이른바 ‘소득 역전’ 현상이 대표적이다. 기준의 경계 선상에서 불과 몇 원의 소득 차이로 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가구는 지원금을 받는 가구보다 오히려 연 소득이 적어지는 현상이다.

예컨대 월 877만원을 받아 소득 하위 80%에 들어간 홑벌이 A가족(4인 가구)은 1인당 25만원씩 총 100만원의 재난지원금을 받는다. 재난지원금이 나오는 달 A가족의 소득은 977만원이 된다. 하지만 소득이 월 878만원인 홀벌이 B가족은 재난지원금 탈락이다. 재난지원금이 나오는 달은 A가족이 B가족보다 소득이 99만원 많은 ‘소득 역전’ 현상이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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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차 추경 주요 증감 내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더불어민주당 유력 대권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23일 YTN에 출연해 “세금 많이 낸 게 무슨 죄라고 (상위 12%를) 굳이 골라서 빼느냐”며 “이미 (2017년 아동 수당 지급 당시) 하위 90%만 지급한다고 했다가 상위 10% 대상자를 골라내는 비용이 더 들어서 100%로 바꿨다. 경험 속에서 배우지 못하는 사람이 제일 모자란 사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소득은 높지만 재산은 적은 이른바 ‘흙수저’ 가구는 지원금을 못 받고, 역으로 재산은 많은데 소득은 적은 ‘금수저’ 가구가 지원금을 받는 사례도 나올 수 있다.

예컨대 지방에서 올라와 서울 외곽의 월세방에서 살며 연봉 5000만원 넘게 받는 1인 가구는 재난지원금 대상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시가 20억원의 아파트에 살면서 월 400만원을 받는 1인 가구는 지원금을 받게 될 전망이다. 재난지원금 지급기준이 되는 건보료 계산에서, 소득만을 반영하는 ‘직장 가입자’와 달리 소득과 자산을 모두 반영하는 ‘지역 가입자’가 불리한 부분도 적지 않다.

앞으로 계속 형평성에 대한 소모적 논쟁이 불거지고,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할 가구가 나올 가능성이 큰 이유이기도 하다. 소득을 파악하기 신속하고, 행정적으로 편리하다는 이유로 건보료를 기준 삼아 지원 대상을 정하면서 발생한 일이다.

결과적으로 ‘선별’도 ‘보편’도 아닌 어정쩡한 기준이 적용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실상 전 국민 지급에 가까운 선별 지급 방침을 정하면서 어느 쪽의 장점도 살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 국민에게 다 주느냐, 88%에게만 주느냐는 사실 큰 차별성이 없다”면서 “오히려 이런 논쟁으로 생긴 사회적 갈등, 또 지급 대상 선별에 들어가는 비용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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