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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사관도 화장 후 알았다니..."...50대 교민 사망사건이 남긴 베트남 코로나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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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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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짜오 베트남-151] 얼마 전 베트남에서 한 교민이 코로나19로 치료를 받다가 숨을 거두고 곧바로 화장되는 불행한 사태가 있었습니다.

사람의 생명과 직결된 일이기에 파장이 컸습니다. '베트남 호찌민에서 11세 아들과 사는 엄마입니다'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이 올라왔고, 분노한 한 교민이 '베트남 한인회와 영사관, 대사관 감사 청원합니다'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외교부에 따르면 고인의 유해는 지난 22일 한국에 도착해 유족 품에 안겼습니다. 뒤늦게 파장을 우려한 베트남 정부도 긴급히 사과 성명을 내며 유감을 표하는 중입니다. 외교부에 따르면 베트남 측은 정부 외교 채널을 통해 유가족과 공관에 대한 통보 없이 국민의 시신이 화장된 데 유감을 표하고 재발 방지 약속을 했습니다. 사건이 일어난 베트남 호찌민시 당국과 해당 병원장도 유가족에게 애도 서한과 사과 서한을 전달했습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 22일 오전 총리 취임 후 처음으로 해외 고위 인사와의 전화통화를 팜민찐 베트남 총리와 가졌는데, 이 역시 교민 사망 여파가 크게 영향을 미쳤을 것입니다.

김 총리는 베트남 내 한국 국민의 안전한 생활을 위해 베트남의 관심을 당부하며 조속한 백신 접종 등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베트남 측은 "베트남 내 한국 국민과 기업이 코로나19로 인한 불편을 겪지 않도록 적극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약속하기도 했습니다.

베트남 외교부 측은 공식성명을 통해 "이번 일처리 방식에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한다. 사망자와 유족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다시 한번 전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향후 중앙 및 지방 당국은 유사한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관련 절차를 검토하고, 외국 대표 및 공관과 긴밀히 협력해 문제를 적시에 해결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 특히 한국 국민을 포함해 베트남에 있는 모든 외국인의 의료서비스와 건강을 보장하는 데 주의를 기울임에 있어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곧바로 잘못을 인정하고 시정할 뜻을 밝힌 것입니다. 베트남 정부가 이 사태를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앞으로 베트남에서 코로나19에 걸린 외국인들은 이전보다 훨씬 섬세하고 체계적인 진료와 절차를 밟게 될 것입니다. 다만 이 모든 것이 고인의 희생을 기반으로 이뤄진 것이라 안타까울 뿐입니다.

이렇게 사태는 일단락되고 돌아가신 분의 기억도 희미해지겠지만 재발 방지를 위해 이분이 겪었을 경험에 대해 간접적으로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이 사건은 베트남의 50대 남성 한인이 코로나19에 걸려 치료를 받다가 현지 병원에서 쓸쓸하게 숨을 거뒀고 시신이 곧바로 화장된 사건입니다. 이 과정에서 총영사관이나 한인회는 시신이 화장된 이후에야 사망 사실을 들었고 그래서 현지 교민을 공포와 충격으로 몰아넣었습니다.

돌아가는 상황을 종합하면 고인은 7월 6일 이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시설에 격리된 것으로 보입니다. 고인은 지인과의 통화를 통해 상당한 불안감을 호소합니다. 식사나 음료도 부족하지만 가장 큰 고통은 앞으로 어떤 식으로 격리될 예정인지 전혀 안내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또 열이 나고 기침을 하는데 아무 처방이 없어 힘들어지고 있다고 고통을 호소합니다.

이후 이분은 급하게 격리시설로 만들어진 한 대학의 기숙사로 이관된 것으로 보입니다. 기존 기숙사를 헐어 격리시설 공사를 하는 곳이라 시설은 열악했습니다. 그러다가 이분은 12일께 병이 악화됐는지 병원으로 이송되었고 지인은 15일께 고인의 휴대폰이 꺼져 있다고 걱정합니다. 이후 17일 지인은 고인의 화장 소식을 전해듣습니다.

사실 베트남에 거주하는 대다수 한인들은 백신을 맞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베트남의 백신 수급이 절대적으로 달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상당히 불안해합니다.

게다가 지난 22일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베트남 하루 기준 확진자가 가장 많이 나온 날이었습니다. 하루에만 6164명이 나왔습니다. 특히 확진자는 호찌민을 비롯한 남부 지역에서 쏟아지고 있습니다.

지금 베트남에서는 호찌민을 탈출하기 위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베트남은 호찌민에서 하노이로 가는 비행기를 하루 14편에서 2편으로 대거 줄일 정도로 수도 하노이 보호에 힘쓰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확진자가 남부 위주로 많아지고 있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베트남이 수도이자 삼성 등 외국계 공장이 몰려 있는 하노이의 코로나19 확진 상황을 은폐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음모론입니다. 베트남 내부에서 육로로 하노이를 가는 사람도 무조건 2주간의 시설격리를 해야 합니다. 여러모로 수도 하노이만큼은 지켜내려는 베트남 정부의 강한 의지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특히 호찌민에 거주하는 교민들의 불안감은 날로 더해가고 있습니다. 창살 없는 감옥에 사는 것과 진배없는 상황입니다. 베트남 북부 하노이는 대기업 주재원이, 남부 호찌민은 상대적으로 자영업자 비중이 더 높습니다. 어떻게든 먹고살 요량으로 삶의 기반을 호찌민으로 옮겨놓고 자식을 키우고 삶을 영위하는 교민들의 고통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일 것입니다. 문제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상황을 타개할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런 가운데 터진 호찌민 교민의 사망 소식은 베트남의 현주소를 가감 없이 보여준 사례가 되었습니다.

[하노이 드리머(홍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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