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수고 짓는' 재건축, 수익성 높지만 규제 강화로 깜깜이
뼈대 남기는 리모델링, 규제 적어 '관심'…내력벽·수직증축은 과제
리모델링 사업 진행한 강남의 한 아파트. 2016.8.10/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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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스물셋. 사람 나이로는 한창때지만 아파트 나이론 조금 애매하죠. 슬슬 손볼 곳이 생기고, 옆 동네에 생기는 새 아파트랑 비교하면 구축이라 볼품없어 보이기도 하고요. 그러다 보면 집주인 입장에서는 슬슬 그런 생각이 들죠. '아, 새집에 살고 싶다.'
이번에 이야기해볼 것은 그 '새집'을 어떻게 만드느냐에 대한 겁니다.
그냥 헌 집 허물고 지으면 되는 거 아니냐고요? 알아보니 그게 그렇게 쉽지 않더라고요. 새로 지으려면 재건축을 해야 하는데…. 아시죠? 요즘 재건축 규제 심하다고 말이 많은 거. 그래서 대안으로 리모델링(새단장) 얘기가 나옵니다. 두 개를 비교도 많이 하고요.
우선 재건축은 아파트를 완전히 부수고 새로 짓는 겁니다. 리모델링은 기존 아파트의 뼈대는 남기고, 면적을 늘리거나 층수를 올려서 주택 수를 늘리는 방식이고요. 이왕 지을 거면 완전히 허무는 게 편하겠지만, 아까 말씀드렸듯이 그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일단 재건축은 준공 이후 30년이 넘어야 합니다. 서두에 예로 들었던 '스물셋' 아파트는 7년을 더 기다려야 나이를 겨우 맞추죠. 거기다 집을 새로 지으려면 노후, 불량 정도를 살피는 '안전진단'이 첫 관문인데, 재건축은 A~E등급 중 최하 수준인 D나 E등급을 받아야 합니다.
안전진단 이슈가 좀 큽니다. 2018년부터 붕괴 위험 같은 '구조 안전성'을 중요하게 보기로 하면서 낮은 등급 받기가 어려워졌습니다. 기준이 강화되기 전에는 수월하게 통과할 수 있었던 단지들도 2018년 이후로는 재건축 사업 '입구 컷'을 당하고 있습니다. 사업 시도조차 어려워진 상황이죠.
그렇다 보니 규제가 좀 덜한 방법을 찾게 됩니다. 리모델링은 연한 기준이 재건축 절반인 15년입니다. 안전진단에서도 유지·보수 등급(A~C) 중 B등급 이상이면 추진할 수 있고요. 재건축에 적용되는 초과이익환수제도 피할 수 있는 것도 솔깃한 지점이죠.
그래서 15년을 채운 단지들 위주로 재건축을 기다리느니 일찌감치 리모델링을 선택하는 일이 늘고 있습니다. 한국리모델링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전국 공동주택 리모델링 사업 추진단지는 5만3890가구로 2019년 말 기준보다 2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리모델링 공사 현장. 2016.8.10/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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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리모델링이 무조건 정답일까요? 그렇게 보기는 어렵습니다. 재건축보다 규제가 덜해 비교적 빠르게 사업에 착수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리모델링에는 사업성이라는 과제가 남아있거든요. 리모델링은 일반 재건축보다 공사 난이도는 높은데 일반 분양분을 많이 낼 수 없어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리모델링은 동을 더 짓는 별동 증축, 면적을 늘리는 수평증축, 층수를 높이는 수직 증축이 있는데요. 수직증축을 하면 최대 3층까지 늘릴 수 있어 분양 수익을 낼 수 있고, 수익성도 개선됩니다. 하지만 추가로 받아야 하는 안전성 검토가 까다로워 이때까지 적용 사례가 단 한 건뿐이었습니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규제를 부분 완화하긴 했습니다. 신기술·신공법 검증이 용이하도록 근거를 마련한 건데요. 앞으로 2차 안전성 검토가 더 원활해져 리모델링 업계가 수직증축 기술로 제안해왔던 '선재하 공법'이 사업에 적용될 수 있도록 숨통이 트이게 됐습니다.
다만 수직증축과 함께 또 다른 과제로 꼽히는 세대 간 내력벽 철거 완화는 아직 기약이 없습니다. 내력벽을 철거하면 좌우 확장을 통해 2~3베이 아파트를 신축 아파트처럼 3~4베이로 바꿀 수 있어 상품성을 높일 수 있지만, 아직 규제가 완화되지 않아 '동굴형 구조'를 벗어날 수 없는 상황입니다.
1기 신도시를 비롯해 늘어나는 도심 속 나이 든 아파트. 새집을 어떻게 지을지는 깊게 고민해 봐야겠습니다.
seungh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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