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본 방탄소년단의 여정
‘버터’ 이어 ‘PTD’로 빌보드 1위
10개월 만에 5곡 정상에 올려
마이클 잭슨 이후 최단 기록
‘팬데믹 3부작’ 그래미 수상 기대
14일 미국 ‘더 투나잇 쇼 스타링 지미 팰런’에서 ‘퍼미션 투 댄스’ 를 선보인 방탄소년단. 팬덤 색깔인 보라색 풍선으로 장식했다. [사진 NB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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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BTS)이 방탄소년단을 밀어냈다. 신곡 ‘퍼미션 투 댄스(이하 PTD)’가 19일(현지시간) 미국 빌보드 싱글 차트 ‘핫 100’ 1위에 올랐다. 지난주까지 7주 연속 1위였던 ‘버터’에 이어 바통 터치에 성공한 것. 이로써 지난해 8월 ‘다이너마이트’의 첫 1위를 시작으로 5곡을 내리 1위에 올려놓는 기염을 토했다. 그 기간은 불과 10개월 2주. 미국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9개월 2주) 이후, 그룹으로는 영국 슈퍼밴드 비틀스(6개월) 이후 최단 기록이다. 방탄소년단은 명실상부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21세기 최고의 팝 아이콘이 됐다. ‘PTD’는 방탄소년단의 세 번째 영어 싱글. “우리가 춤추는 데 허락은 필요 없어(We don’t need permission to dance)”라고 외치는 경쾌한 곡이다. 하지만 가사를 찬찬히 보면 이들이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허락’이 필요했는지 엿볼 수 있다. “항상 방해하는 무언가”를 맞닥뜨리고, “그냥 부딪혀 보는” 시행착오를 겪으며, “그 어떤 것도 우릴 막지 못해”라고 선언하기까지 말이다. 그 여정을 다섯 가지 키워드로 정리해봤다.
BTS 빌보드 ‘핫 100’ 1위 기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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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erve(자격이 있다)
소속사 하이브(빅히트)는 지금은 시총 12조원을 넘는 글로벌 기획사가 됐지만 2013년 방탄소년단 데뷔 때만 해도 중소 기획사였다. 일명 ‘흙수저’ 아이돌은 끊임없이 인정 투쟁을 벌여야 했다. 김영대 평론가는 “BTS가 지금의 위치까지 다다를 수 있었던 것도, 수많은 오해와 편견을 마주해야 했던 것도 RM(랩몬스터) 때문”이라며 “힙합 아이돌을 표방하며 해당 커뮤니티에서 더 많은 비판을 받았고 그에 대한 의심과 편견이 더 나은 길로 나아가는 동력이 됐다”고 평했다. 방탄소년단은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아이돌이란 편견에서 벗어나려 직접 가사와 곡을 만들었고, “K팝은 천편일률적”이라는 비판까지 이겨내며 ‘현존하는 최고의 보이밴드’라는 수식어에 충분한 자격이 있음을 증명해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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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hieve(성취하다)
한국 가수가 세계 음악 시장을 뒤흔드는 전인미답의 길을 가다 보니 남들보다 더 엄격한 기준을 들이대는 시선도 많았다. 2017년 빌보드 뮤직 어워드 ‘톱 소셜 아티스트’ 상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의 인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2018년 정규 3집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의 ‘빌보드 200’ 1위에는 “앨범 차트는 팬덤에 의한 것”이라는 깎아내림이 존재했다. 지난해 ‘다이너마이트’로 싱글 차트 첫 1위 때도 “영어 곡이라 가능했다”는, 두 달 뒤 ‘새비지 러브’로 다시 1위를 하자 “피처링이라 가능했다”는 반박이 계속됐다. 마침내 한국어 곡 ‘라이프 고스 온’으로 1위에 오르면서 비교할 수 없는 성취를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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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vigate(항해하다)
방탄소년단은 비판에 맞서는 대신 새 길을 찾곤 했다. 지난 3월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후보에 오른 그래미 수상에 실패하자 영어 곡에 집중했다. 한국 조지메이슨대 교양학부 이규탁 교수는 “영어권이 아닌 동아시아, 그것도 한국에서 온 가수에게 가장 큰 장벽은 언어일 수밖에 없다. 서사가 탄탄한 시리즈 앨범은 방탄소년단의 정체성과 직결돼 있기 때문에 한국어 앨범과 영어 싱글 투 트랙으로 가게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취약점이 보이면 극복하려 총력을 기울였다. 라디오 방송 횟수가 부족하면 팬들은 DJ를 상대로 캠페인을 벌였고 유통사는 버스 투어를 돌며 신곡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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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nect(연결하다)
이날 ‘PTD’ 1위 소식에 지민은 팬 커뮤니티 위버스에 큰절하는 사진을 올렸다. 팬덤 ‘아미’는 지금의 방탄소년단을 만든 일등공신이다. 힘들 땐 같이 싸워주는 든든한 군대이자,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는 친구다. 세종대 교양학부 이지영 초빙교수는 “아미는 자신들의 잠재력과 연대의 힘을 확실히 인지하고 활용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를테면 스포티파이의 집계 방식이 불리하게 느껴진다면 또 다른 플랫폼 스테이션헤드를 찾아내 공유하고 전파하는 식이다. 성별·연령·인종을 넘어 다양한 소수자를 품어온 것은 방탄소년단의 특징이자 강점. 신곡 ‘PTD’ 뮤직비디오는 국제 수어를 활용한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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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olve(진화하다)
이들의 진화는 현재진행형이다. 지난해 ‘맵 오브 더 솔: 7’과 ‘BE’로 각각 437만 장, 269만 장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국제음반산업협회 선정 글로벌 아티스트 1위에 올랐고, 올 상반기에는 ‘버터’로 기네스 세계 기록 5개를 경신했다. 김영대 평론가는 “이른바 ‘팬데믹 3부작’으로 그래미 수상에도 한 발짝 가까워졌다”고 전망했다. 가사에 마이클 잭슨과 스팅을 언급한 ‘버터’와 엘튼 존을 소환한 ‘PTD’ 등 영미권 대중문화를 녹여낸 동시에 코로나19로 지친 세계인을 위로하는 메시지로 ‘코스모폴리탄’다운 행보를 보여줬다는 분석이다. ‘PTD’의 노랫말처럼 “떨어지더라도 어떻게 착륙하는지 알기에 걱정할 필요 없다”는 마음가짐이라면, 방탄소년단을 밀어내고 새 기록을 쓰는 것 역시 방탄소년단일 것이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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