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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이슈 물가와 GDP

'폭염 물가'에 금달걀·금사과…금수저나 차릴 '여름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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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서울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20일 오후 여의도공원 앞 횡단보도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 기상청은 20일부터 내륙을 중심으로 무더운 날씨가 지속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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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길어진 무더위로 장바구니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먹거리 가격이 비싸질 대로 비싸진 데다, 정부 대책도 좀처럼 먹혀들지 않고 있다.

2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수산물 유통정보에 따르면 소매시장에서 사과 10개(후지)는 1년 전보다 28.6% 오른 3만4029원에 판매됐다. 배 10개(신고)도 51% 상승한 5만2573원에 팔렸다. 깐마늘 1㎏(국산) 값도 1년 전보다 51.6% 올랐다.

이런 장바구니 물가 불안이 폭염으로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 특보가 발효된 가운데 행정안전부는 이날 오전 10시 폭염 위기 경보 수준을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했다. 최고 단계인 ‘심각’ 다음으로 높은 수준으로, 폭염 장기화에 대비한 조치다. 기상청은 이날 이후 뜨거운 공기를 품은 북태평양 고기압과 티베트 고기압이 만나는 ‘열돔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는 당장 먹거리 물량 확보에 들어갔다. 이날 농림축산식품부는 올여름 작황 부진이 예상되는 품목의 비축을 늘리고 계약재배 물량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높은 온도와 강한 햇볕에 민감한 영향을 받는 고랭지 배추 1만t과 무 2000t을 수매해 비축한다. 사과는 계약재배 물량은 지난해(7000t)의 두 배인 1만4000t을 확보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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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달걀이 진열돼 있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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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선제적 물가 안정”을 강조했다. 홍 부총리는 19일 기재부 간부회의에서 “연간 2% 내의 물가 안정을 이루는 것도 필요하지만, 당장 추석을 대비해 농축수산물 가격 안정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치솟은 달걀 가격을 두고 홍 부총리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 이전 수준으로의 복귀, 또는 적어도 6000원대로 인하되도록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며 “작년 범부처 마스크 대책 태스크포스(TF)에 준할 정도의 각오로 대책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이날 달걀 한 판(30개)은 1년 전보다 44.6% 비싼 평균 7486원에 팔리고 있다.

물가 당국이 그동안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역대 가장 길었던 장마와 전국적 AI 확산으로 정부는 먹거리 공급과 가격에 직접 개입했다. 비축해 뒀던 물량을 시중에 풀고 부족한 물량은 수입했다. 방출 물량은 시장가보다 10~30% 싼값에 공급하고, 할인 쿠폰도 적용했다. 하지만 정부의 대응에도 농축수산물 가격은 급등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농축수산물 물가지수는 전년 누계 대비 12.6% 올랐다. 1991년 상반기(14.8%)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기후 변화에 따른 물가의 등락이 예견된 상황이었는데도 정부 대책은 효과를 보지 못했다. 과거에도 폭염이 길었던 해에는 식품 물가가 크게 올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에 따르면 관측 이래 폭염이 가장 심했던 2018년 여름 당시 배추 가격은 10㎏당 1만1703원으로 평년보다 23.1% 비쌌다. 사과도 10㎏당 3만6003원으로 평년 대비 11.4% 올랐다. 앞서 현대경제연구원 보고서를 보면 1991~2017년 7ㆍ8월 중 폭염일수가 평균(4.3일)보다 짧은 해의 신선식품 물가 상승률은 3.4%인데 비해, 폭염이 길었던 해는 8.0%로 높았다.

전문가는 달걀 등 축산물의 수급이 점차 개선되고 있지만, 폭우 등 잦은 기상 변화에 따라 농산물은 올해도 추가 작황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승용 KREI 농업관측센터장은 “지난해 수급이 좋지 않았던 작물을 저장해두는 업체가 늘었기 때문에 가격 상승에 대한 충격이 비교적 작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무더위와 폭우 등의 변수가 남아 있어 배추처럼 날씨에 민감한 작물의 수급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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