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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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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밀어낸 BTS…“우리가 가는 길에 허락 따윈 필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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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불패 비결 키워드 ‘DANCE’

신곡 ‘PTD’ 7주 1위 ‘버터’와 바통 터치

힙합·아이돌·K팝 편견에 인정투쟁 성공

영어 싱글 등 새로운 길 찾아 영토 확장

‘팬데믹 3부작’ 그래미 수상 유력 기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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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미국 NBC ‘더 투나잇 쇼 스타링 지미 팰런’에서 ‘퍼미션 투 댄스’ 무대를 선보인 방탄소년단. 팬덤 색깔인 보라색 풍선으로 무대를 장식했다. [사진 N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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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BTS)이 방탄소년단을 밀어냈다. 미국 빌보드는 19일(현지시간) “방탄소년단의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ㆍ이하 PTD)’가 정상에 있던 ‘버터(Butter)’의 자리를 대체했다”고 밝혔다. 지난 9일 발표한 신곡이 7주 연속 싱글 차트 ‘핫 100’ 1위를 차지한 ‘버터’에 이어 바통 터치에 성공한 것.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8월 ‘다이너마이트(Dynamite)’로 첫 1위 이후 10개월 2주 동안 발표한 5곡을 내리 1위에 올려놓는 기염을 토했다. 굳이 솔로로서는 1987~88년 미국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9개월 2주), 그룹으로서는 1964년 영국 슈퍼밴드 비틀스(6개월) 이후 최단 기록임을 언급하지 않아도 명실상부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21세기 최고의 팝 아이콘이 됐다.

영국 싱어송라이터 에드 시런이 작사ㆍ작곡에 참여한 ‘PTD’는 ‘다이너마이트’와 ‘버터’를 잇는 세 번째 영어 싱글이다.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모두가 무기력한 상황에서 이를 헤쳐나갈 돌파구로 70년대 디스코와 80년대 신스팝을 소환한 데 이어 “우리가 춤추는 데 허락은 필요 없어(We don’t need permission to dance)”라고 외치는 경쾌한 곡이다. 하지만 가사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이들이 여기까지 오는 데 얼마나 많은 ‘허락’이 필요했는지 엿볼 수 있다. “항상 방해하는 무언가”를 맞닥뜨리고, “그냥 부딪혀 보는” 시행착오를 겪으며, “그 어떤 것도 우릴 막지 못해”라고 선언하기까지 말이다. DANCE(춤추다) 대신 들어가도 무방한, 허락 따윈 필요 없는 방탄소년단의 불패 비결을 다섯 가지 키워드로 정리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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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업데이트되는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 1위에 오른 방탄소년단의 ‘퍼미션 투 댄스’. 7주 연속 1위를 차지한 ‘버터’는 7위에 올랐다. [사진 빌보드 차트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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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숱한 오해와 편견, 지금의 BTS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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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미국 NBC ‘더 투나잇 쇼 스타링 지미 팰런’에서 ‘버터’를 선보인 방탄소년단. 코로나19로 직접 해외 방송에 출연할 수 없게 되자 한국의 다양한 명소에서 무대를 선보인 이들은 이번에는 개통을 앞둔 월드컵대교를 택했다. [사진 N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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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erve(자격이 있다) 지금이야 하이브가 시총 12조원을 넘는 글로벌 기획사가 됐지만 2013년 방탄소년단이 데뷔할 때만 해도 빅히트는 SMㆍYGㆍJYP와 비교할 수 없는 중소 기획사였다. 일명 ‘흙수저’ 아이돌로 시작한 이들은 끊임없이 인정 투쟁을 벌여야 했다. 지난달 『지금 여기의 아이돌-아티스트』(문학동네)를 출간한 김영대 대중음악평론가는 “BTS가 지금의 위치까지 다다를 수 있었던 것도, 수많은 오해와 편견을 마주해야 했던 것도 모두 RM(랩몬스터) 때문”이라며 “힙합 아이돌을 표방하며 해당 커뮤니티에서 더 많은 비판을 받았고 그에 대한 의심과 편견이 더 나은 길로 나아가는 동력이 됐다”고 평했다.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아이돌이라는 편견에서 벗어나기 위해 직접 가사를 쓰고 곡을 만드는 길을 택했고, 영미권 팝스타와 달리 “천편일률적인 K팝”이라는 무게가 더해진 이중고ㆍ삼중고를 이겨내며 ‘현존하는 최고의 보이밴드’라는 수식어를 가질 자격이 있음을 증명해온 셈이다.

Achieve(성취하다) 한국 가수 최초로 전 세계 음악 시장을 뒤흔드는 전문 미답의 길을 가다 보니 남들보다 더 엄격한 기준을 들이대는 경우도 많았다. 2017년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톱 소셜 아티스트’를 수상하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의 인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등장했고, 2018년 정규 3집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LOVE YOURSELF 轉 Tear)’가 한국어는 물론 월드앨범 최초로 ‘빌보드 200’ 1위에 올랐을 땐 “앨범 차트는 팬덤에 의한 것”이라는 깎아내림이 존재했다. 2012년 싱글 차트에서 7주 연속 2위를 기록한 싸이의 ‘강남스타일’과 비교하는 시선도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8월 ‘다이너마이트’로 싱글 차트 1위를 기록했지만 “영어 곡이라 가능했다”, 10월 ‘새비지 러브(Savage Love)’로 1위를 하자 “피처링이라 가능했다”는 반박이 계속됐다. 마침내 한국어 곡 ‘라이프 고스 온(Life Goes On)’으로 1위에 오르면서 감히 비교할 수 없는 성취를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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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열린 제63회 그래미 어워드에서 ‘다이너마이트’ 무대를 선보인 방탄소년단.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 후보에 올랐으나 아쉽게도 수상에는 실패했다. [사진 빅히트 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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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vigate(항해하다) 방탄소년단은 헤이터나 안티를 상대하는 대신 새로운 길을 찾는 것을 택했다. 지난 3월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 후보에 오른 그래미에서 수상에 실패하자 영어 곡에 집중했다. 지난해 『갈등하는 케이, 팝』(스리체어스)를 펴낸 한국 조지메이슨대 교양학부 이규탁 교수는 “미국ㆍ영국ㆍ캐나다ㆍ호주 등 영어권이 아닌 동아시아, 그것도 한국에서 온 가수에게 가장 큰 장벽은 언어일 수밖에 없다. 서사가 탄탄한 시리즈 앨범은 방탄소년단의 정체성과 직결돼 있기 때문에 한국어 앨범과 영어 싱글 투 트랙으로 가게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취약점이 보이면 이를 극복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라디오 방송 횟수가 부족하면 팬들은 DJ를 상대로 캠페인을 벌였고 유통사는 버스 투어를 돌며 신곡을 알렸다. ‘라이프 고스 온’이 단 한차례 1위에 그치자 ‘버터’는 ‘하터’ ‘스위터’ ‘쿨러’ 등 각종 리믹스 버전을 추가 공개하고 69센트에 할인 판매하며 7주 연속 1위를 수성했다.



성별·연령·인종 넘어 장애 품은 연대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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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TD’가 빌보드에서 1위를 차지하자 지민이 팬 커뮤니티 위버스에 올린 큰절하는 사진. [위버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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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nect(연결하다) ‘PTD’ 1위 소식을 듣고 지민이 팬 커뮤니티 위버스에 큰절하는 사진을 올린 것처럼 ‘아미’는 지금의 방탄소년단을 만든 일등공신이다. 팬덤명처럼 힘들 땐 같이 싸워주는 든든한 군대가 되어주기도 하고,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는 누구보다 가까운 친구이기도 하다. 2018년 『BTS 예술혁명』(파레시아)을 쓴 세종대 교양학부 이지영 초빙교수는 “아미가 가진 잠재력과 연대의 힘을 확실히 인지 및 활용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를테면 스포티파이의 집계 방식이 불리하게 느껴진다면 또 다른 플랫폼 스테이션헤드를 찾아내 공유하고 전파하는 식이다. 성별ㆍ연령ㆍ인종을 넘어 다양한 소수자를 품어온 방탄소년단은 ‘PTD’에서 국제 수어를 활용한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각종 SNS에는 아미 생일에 발매한 곡에 맞춰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함께 춤추는 모습을 보면서 울컥했다는 고백이 줄을 이었다.





Evolve(진화하다) 방탄소년단의 진화는 현재진행형이다. 가온차트 기준 지난해 ‘맵 오브 더 솔(MAP OF THE SOUL): 7’과 ‘BE’로 각각 437만장, 269만장의 판매고를 기록한 이들은 국제음반산업협회(IFPI) 선정 글로벌 아티스트 차트 1위에 올랐고, 올 상반기 ‘버터’로 기네스 세계 기록 5개를 경신했다. 김영대 평론가는 “이른바 ‘팬데믹 3부작’으로 그래미 수상에도 한 발짝 가까워졌다”고 전망했다. 마이클 잭슨과 스팅을 언급한 ‘버터’와 엘튼 존을 소환한 ‘PTD’ 등으로 영미권 대중문화를 녹여내는 동시에 코로나19로 지친 전 세계인을 위로하는 메시지로 ‘코스모폴리탄’다운 행보를 보여줬다는 분석이다. 설사 “떨어지더라도 어떻게 착륙하는지 알기에 걱정할 필요 없다”는 마음가짐이라면, 그다음 방탄소년단을 밀어내고 새 기록을 쓰는 것 역시 방탄소년단일 것이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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