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과실엔 "경영진 처벌보다 법인에 벌금"
민주당 "쌍팔년도서 오셨는가" "경악" 맹공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5일 서울 종로구 경희궁길 반기문재단에서 반 전 UN 사무총장을 예방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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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은 20일 야권의 유력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주 120시간 노동’ 발언 등과 관련해 “지독하게 재벌 편향적” “시대착오적 노동관”이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윤 전 총장은 “정치적으로 반대쪽에 있는 분들이 제가 120시간씩 일하라고 했다고 왜곡한다”고 반박했다.
앞서 윤 전 총장은 이날자 <매일경제> 인터뷰에서 “현 정부는 주 52시간제로 일자리가 생긴다고 주장했지만 일자리 증가율이 (작년 중소기업 기준) 0.1%에 불과하다는 통계도 있다. 실패한 정책”이라며 “스타트업 청년들을 만났더니, 주52시간 제도 시행에 예외조항을 둬서 근로자가 조건을 합의하거나 선택할 수 있게 해달라고 토로하더라. 게임 하나 개발하려면 한 주에 52시간이 아니라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기업의 형법상 과실에 대해 “경영진에 대한 직접 사법처리 문제는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법인의 잘못에 대해 몇몇 최고경영자 등을 처벌하기보다는 법인에 고액 벌금을 부과하는 등 방향으로 형사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주자들부터 윤 전 총장의 노동관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며 공격에 나섰다. 이낙연 민주당 전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일주일 내내 잠도 없이 5일을 꼬박 일해야 120시간이 된다. 아침 7시부터 일만 하다가, 밤 12시에 퇴근하는 생활을 7일 내내 계속한다 해도 119시간”이라며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 윤석열씨는 설명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재명 경기지사 캠프 선거대책본부장인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만일 윤 전 총장과 국민의힘의 조합이 결성된다면 ‘재벌 오너’의 형사 책임은 면해주고 민사소송은 불가능하게 만들 것”이라며 “그야말로 오너 리스크가 아니라 오너의 리스크를 줄여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경알못’(경제를 알지 못하는 사람)도 이쯤 하면 무지를 넘어 죄악”이라고 직격했고, 박용진 후보 역시 “국민 삶을 쥐어짜려는 윤석열의 현실 왜곡 악담이 참으로 개탄스럽다”고 평가했다.
노동계 출신인 이수진 민주당 의원(비례)은 “경총(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에 출마한 것이라면 인정하겠지만, 대통령 후보로 나가겠다면 그 18세기식 생각, 당장 바꾸라”고 촉구했다.
여영국 정의당 대표는 “윤 전 총장에게서 박정희 정권의 향수까지 엿보인다”며 “‘노동자는 기계가 아니다’는 말은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던 노동자들의 절박한 과제였다. 쉬지 마시고 120시간 바짝 선거운동부터 해보시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대구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치적으로 반대쪽에 있는 분들이 제가 120시간씩 일하라고 했다고 왜곡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일고의 가치도 없는 얘기”라고 반박했다. 스타트업 노동자들과 면담하며 들은 애로사항을 말한 것이 왜곡돼 전달됐다는 취지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오후 낸 입장문에서 “제게 그 말을 전달한 분들도 ‘획일적 적용에 따른 현장의 어려움’을 강조한 것이지 120시간씩 과로하자는 취지가 아니었다. (여당 정치인들이) 말의 취지는 외면한 채 꼬투리만 잡는다”면서 “노사 간 합의하에 근로자가 실질적 선택권, 일할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제도 보완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박홍두 기자 ·대구|심진용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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