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런드 메룰로 장편소설 '수상한 휴가'
천주교와 티베트 불교의 정신적 지도자인 교황과 달라이라마가 갑자기 사라졌다. 달라이라마의 바티칸 방문 기간에 두 종교 지도자가 의기투합해 비밀 휴가를 떠난 것이다.
이들은 까만 장발에 선글라스, 수염 등으로 변장까지 한 채 교황의 수석보좌관이자 사촌인 파올로 부부만 데리고 이탈리아 시골 마을로 '탈출'한다. 심지어 이들이 몰고 떠난 승용차는 연두색 스포츠카이다. 누가 이들이 교황과 달라이라마 일행이라고 꿈에서조차 상상할 수 있겠는가?
종교 지도자들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들로 독보적 장르를 개척해낸 베스트셀러 작가 롤런드 메룰로의 장편소설 '수상한 휴가'는 이렇게 시작한다. 오후의 서재 출판사에서 이은선의 번역으로 국내 독자들에 소개한다.
교황과 달라이라마의 '실종'에 세계는 발칵 뒤집힌다. 하지만 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사람들의 눈을 피해 일상의 행복을 즐긴다. 평범한 사람들의 생활을 경험해보러 떠났지만, 이들의 여정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은 전혀 평범하지 않다.
도로에서 호객하는 창녀, 무솔리니 추종자들, 사치와 향락에 빠진 퇴역 영화배우, 자연재해로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 홀로 산속에서 사는 자연인 양치기 등 다양한 인간 군상이 이들을 맞이한다. 이들의 돌발적이고 기상천외한 탈출 여행은 어떤 결말을 불러올까.
매춘부를 만난 교황은 예수를 연상케 한다. 교황은 도로변에 도발적인 몸짓을 하며 서 있는 여성을 보자 그냥 지나가자는 보좌관의 만류를 무시한 채 점심을 함께하자고 제안한다. 그러면서 교황은 그 여성을 "주님의 자녀"라고 칭한다.
작가는 제266대 교황 프란치스코와 제14대 달라이라마 텐진 갸초를 모티브로 삼아 종교 간 차이를 뛰어넘는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이 소설을 썼다고 한다.
무엇보다 이 소설은 우리 인생이 한 치 앞을 알 수 없기에 아름답고 의미 있으며, 살만한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우리는 사는 동안 이렇게 한 치 앞밖에 보지 못한단 말이지. 뭐가 기다리고 있는지 누가 알겠어."
미지의 두려움을 무시하고 여정이 정해지지 않은 길 위로 무작정 몸을 던져야만 우리가 살아 있음에 감사할 수 있다고 소설은 말한다.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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