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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재난지원금 지급

재난지원금 '20만원'이냐 '25만원'이냐…2차 추경 결국 증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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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지원금 논쟁이 연장전에 돌입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결국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당론으로 채택해 추진하면서다. 관건은 재원이다. 지출 분야를 줄이지 않고 오히려 늘린 만큼 2차 추가경정예산안 전체를 증액하거나 다시 짜는 수준의 재검토가 불가피해 보인다.



전 국민 지급에 2조원 이상 필요



13일 기획재정부가 밝힌 2차 추경안에 따르면 가구 소득 하위 80% 이하에 1인당 25만원 재난지원금을 주면 10조4000억원 재정이 필요하다. 기재부 안에서 지급 대상만 전 국민으로 늘리면 산술적으로 약 2조원대 예산이 더 들어간다. 13일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추가 재정 소요가 “3조 원에 조금 못 미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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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피해지원 3종. 그래칙=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정치권이 전 국민 지급으로 방향을 잡으면서 추경안을 놓고 셈법이 복잡해졌다. 가장 먼저 검토되는 것은 예산 증액 없이 지급 대상을 확대하는 방법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제안대로 1인 지급액을 20만원으로 낮추면 현재 예산으로도 전 국민 지급이 가능하다. 하지만 소득 상위 20%에게 지원금을 주려고 하위 80% 지원금 액수를 깎는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25만원 지원금액을 유지하면서 전 국민에게 지급하려면 추경 예산을 더 늘리거나, 지출 사업을 조정해야 한다. 기재부는 올해 31조5000억원의 초과 세수가 걷힌다고 추산하고 이를 바탕으로 추경안을 짰다. 하지만 올해 5월까지 누계로 지난해보다 세수가 43조6000억원이 더 걷히면서 증액 여력이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도 국채 상환분까지 포함해 4조원대 증액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기재부는 하반기에는 초과 세수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추가 증액에는 난색이다.

사업 조정 가능성도 있다. 우선 논란이 됐던 카드 캐시백 지원 제도(1조1000억원)는 폐기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하는 상황에서 소비진작 대책을 쓰는 게 맞지 않다는 지적 때문이다. 하지만 캐시백 제도를 덜어내도 1조원 이상 예산을 더 확보해야 한다. 추경 증액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12조2000억원의 지방교부세를 줄이거나, 2조원의 국채 상환 규모를 축소할 수도 있다.



4차 대유행, 소상공인 지원 확대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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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서울 서대문구 한 상가에 임대 광고가 붙어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현재 6000억원의 소상공인 손실보상금 예산을 더 증액할 수 있다고 밝혔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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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수는 또 있다. 정치권은 소상공인 지원금 액수도 늘리기로 합의했다.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추경 서면질의에서 현재 최대 900만원의 소상공인 피해지원을 3000만원까지 늘려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 의원 안대로면 3조2500억원의 소상공인 지원 예산을 1조5400억원 늘린 4조7900억원으로 확대해야 한다.

소상공인 손실보상금 예산도 증액할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는 올해 손실보상금에 약 1조20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그 절반인 6000억원을 2차 추경안에 포함했다. 하지만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예산 확대가 불가피해졌다. 홍 부총리도 “6000억원으로 모자라면 국회 심의과정에서 의원들과 협의해 어떻게 늘릴지 고민하겠다”며 증액을 시사했다.



용돈지원금 될 수도…“피해 지원 집중해야”



여당의 '전 국민 지급' 당론 채택에도 기재부는 원안을 고수한다는 방침이다. 13일 홍 부총리는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재정 운용은 정치적 결정을 따라가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위계층에 줄 돈을 줄여서 (소득 최상위) 5분위 계층에 줘야 한다는 건 신중히 해야 한다”며 전 국민 지급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쓸 수 있는 재정이 한정된 만큼 피해계층 구제에 좀 더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소상공인 손실 보상 규모가 얼마나 커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재난지원금보다는 소상공인 보상 등을 더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대면 소비를 제한하는 상황에서 전 국민에게 지원금을 나눠주는 것은 모순된 정책”이라며 “피해 소상공인과 저소득층에 지원을 집중하는 것으로 정책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추가 재정 소요는 느는데 지급 대상을 전 국민으로 확대하면서 결국 재난지원금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럴 경우 지급액이 겨우 생색을 낼 정도의 ‘용돈지원금’으로 축소할 가능성이 있다. 결국 지급 대상과 범위·금액을 놓고 여·야·정이 벼랑 끝 대치를 벌이는 것은 결국 선거를 앞둔 표 공략 때문이라는 비판도 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정치권은 지급 기준에 대한 명확한 이유를 밝히지도 않고 지원 대상을 90~100%로 늘려야 한다는 논쟁만 반복하고 있다”며 “오로지 내년 선거만을 바라보고 하는 주장으로, 정치가 정책을 질식시키며 혼선만 키우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세종=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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