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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신학은 교회를 키우는 학문 정도로 인식되면서 홀대를 받아왔습니다. 이제 신학이 학문의 한 분야로 자리 잡아야 할 때가 됐어요."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는 한국기독교학회 왕대일 회장(67·전 감리교신학대 교수, 하늘빛교회 담임목사)은 "한국에서 신학의 본질을 다시 돌아볼 때가 됐다"고 말한다. 한국기독교학회는 3000명의 신학자가 가입한 대형 학회다. 회원학회만 14개가 속해 있다. "한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학술진흥재단 대분류에 신학이 빠져 있었어요. 홀대받은 거죠. 사실 신학 없이는 근대학문 성립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논리학 언어학 철학 모든 것이 신학에서 비롯된 것들이거든요."
한국의 신학은 목회자를 양성하는 교육 기능에 치중해왔다. 이것이 교회의 외형적 성장은 도모했지만 학문으로서는 크게 발전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신학이 교회의 눈치를 본 게 사실입니다. 반성해야 할 부분이죠. 학자로서의 본분을 지키고 신앙인으로서 헌신하는 자세가 필요했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오는 10월 30일부터 열리는 50주년 학술대회의 주제는 '뉴노멀 시대 빛을 만나다: 신학적 성찰의 과제'다. 코로나19는 신학계에도 큰 충격을 던져주었다. 이번 학술대회는 코로나19 이후 교회가 가야 할 길을 논의한다. 세계적인 신학자 케빈 정, 마이클 틸리, 조슈아 버먼 등 유명 신학자들이 영상으로 참석한다.
"코로나19가 끝나면 교회의 구도가 달라질 겁니다. 작은 개척 교회들과 초대형 교회는 기로에 설 거예요. 신자들은 열악하고 밀폐된 소형 교회를 선호하지 않을 겁니다. 온라인 종교행사가 일상화되면서 커다란 교회 건물은 의미를 잃을지도 모릅니다. 엄청난 변화죠." 학회장을 하면서 일선 교회 담임목사로도 활동하고 있는 왕 교수는 '교회의 인간화'를 강조한다.
"한국 사회는 두레사회입니다. 교회는 참 건전한 두레입니다. 그 역할을 확대해야 합니다. 교회는 하드웨어가 아닌 힘없는 사람들이 기댈 수 있는 위로자가 되어야 해요. 첨단 과학문명 시대에 위로는 더욱 중요합니다."
미국 클레어몬트대에서 구약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왕 교수는 성경 창세기 속에는 과학이 있다고 말한다.
"창세기 1장에는 빅뱅이론과 흡사한 묘사와 생명체가 물에서 비롯됐음을 상징하는 묘사들이 나옵니다. 성경은 바로 지구의 이야기입니다."
왕 교수는 미션스쿨(대광중·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개신교를 받아들인 1대 크리스천이다. 그는 한국 교회가 성장하는 데 복음주의가 큰 역할을 했음을 인정한다.
"배타적인 것이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교회 안에만 구원이 있다고 강조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교회를 찾아온 것이니까요. 하지만 이제는 달라져야 합니다. 교회 안과 밖을 다 살펴야 합니다. 신학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까지 교회 울타리 안에서 성장했다면 앞으로는 담장 밖으로 나가야 합니다."
한국에서는 신학이 홀대받았지만 세계에서는 좀 달랐다. 1980년대 민주화운동 분위기에서 뿌리내린 한국의 '민중신학'은 세계적인 분야가 됐다. '민중신학'의 학계 명칭은 우리말을 그대로 'Minjung theology'다.
"이제 신학의 이름으로 인문학적인 대화를 할 수 있어야 해요. 기독교 학문이 세상과 호흡해야 해요. 사회가 다원화하고, 환경이 급변하면서 문화신학, 사회신학이 발전할 겁니다."
[허연 문화선임기자 / 사진 =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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