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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치료 실마리 찾았다…KAIST ‘기억 형성원리’ 최초 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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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과 한진희 교수팀

시냅스 연결이 강화된 뉴런에

기억 인코딩되는 원리 밝혀

헤럴드경제

시냅스 강도 조절 메커니즘에 의한 기억저장 뉴런 선택. 학습 직후 일부 뉴런의 시냅스 강도를 조작하면 기억은 그대로지만 그 기억을 인코딩하는 뉴런이 변경된다. [KAIS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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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생명과학과 한진희 교수 연구팀이 무수히 많은 뉴런과 이들 사이의 시냅스 연결로 구성된 복잡한 신경 네트워크에서 기억을 인코딩하는 뉴런이 선택되는 원리를 최초로 규명했다고 13일 밝혔다.

KAIST 생명과학과 정이레 연구원이 제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6월 24일자에 게재됐다.

과거의 경험은 기억이라는 형태로 뇌에 저장되고 나중에 불러오게 된다. 이러한 기억은 뇌 전체에 걸쳐 극히 적은 수의 뉴런들에 인코딩되고 저장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뉴런들이 미리 정해져 있는 것인지, 아니면 어떤 원리에 의해 선택되는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이 질문을 해결하는 것은 신경과학의 미해결 난제 중 하나인 기억이 뇌에서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규명하는 것으로, 학문적으로 매우 중요할 뿐만 아니라 치매를 치료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하기에 막대한 사회·경제적 파급 효과가 있다.

캐나다 신경심리학자 도널드 올딩 헤브는 저서 ‘행동의 조직화’에서 두 뉴런이 시간상으로 동시에 활성화되면 이 두 뉴런 사이의 시냅스 연결이 강화될 것이라는 시냅스 가소성 아이디어를 제시했고, 이후 실험을 통해 학습으로 특정 시냅스에서 실제로 장기 강화(이하 LTP)가 일어난다는 것이 증명됐다.

이 발견 이후 LTP가 기억의 핵심 메커니즘으로 생각돼왔다. 하지만 LTP가 기억을 인코딩하는 뉴런을 어떻게 결정하는지 지금까지 규명된 적이 없다.

이번 연구에서는 이를 규명하기 위해 생쥐 뇌 편도체 부위에서 자연적인 학습 조건에서 LTP가 발생하지 않는 시냅스를 광유전학 기술을 이용해 특정 패턴으로 자극함으로써 인위적으로 그 시냅스 연결을 강하게 만들거나 혹은 약하게 조작하고 이때 기억을 인코딩하는 뉴런이 달라지는지 연구팀은 조사했다.

먼저 생쥐가 공포스러운 경험을 하기 전에 이 시냅스를 미리 자극해서 LTP가 일어나게 했을 때 원래는 기억과 상관 없었던 이 시냅스에 기억이 인코딩되고 LTP가 일어난 뉴런이 주변 다른 뉴런에 비해 매우 높은 확률로 선택적으로 기억 인코딩에 참여함을 발견했다.

하지만 학습하고 난 바로 직후에 이 시냅스를 다시 광유전학 기술로 인위적으로 자극해 이 시냅스 연결을 약하게 했을 때 더는 이 시냅스와 뉴런에 기억이 인코딩되지 않는 결과를 얻었다.

반대로 정상적으로 생쥐가 공포스러운 경험을 하고 난 바로 직후에 LTP 자극을 통해 이 시냅스 연결을 인위적으로 강하게 했을 때 놀랍게도 LTP를 조작해준 이 시냅스에 공포 기억이 인코딩되고 주변 다른 뉴런에 비해 LTP를 발생시킨 이 뉴런에 선택적으로 인코딩됨을 확인했다. 이러한 결과는 시냅스 강도를 인위적으로 조작했을 때 기억 자체는 변하지 않지만 그 기억을 인코딩하는 뉴런이 변경됨을 증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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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희 KAIST 생명과학과 교수. [KAIS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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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교수는 “LTP에 의해 뉴런 사이에서 새로운 연결 패턴이 만들어지고 이를 통해 경험과 연관된 특이적인 세포집합체가 뇌에서 새롭게 만들어진다”며 “이렇게 강하게 서로 연결된 뉴런들의 형성이 뇌에서 기억이 형성되는 원리임을 규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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