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비판·천안함 묘역 등
정치 데뷔 2주간 '반문·안보'
'보수층만 겨냥한 행보' 비판
야권 유력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정치권 데뷔 후 2주간 행보는 반문(재인)과 안보로 요약된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부동산 정책에 비판적인 전문가들을 찾아갔고, 천안함 생존자 및 서해 피살 공무원 유족 등을 만나 안보를 강조했다. 민심탐방이라고 이름 붙였지만 보수층만을 겨냥해 듣고 싶은 말만 들은 ‘답정너(답은 정해져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 행보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윤 전 총장이 언급했다는 ‘빅플레이트(큰 그릇)’를 위한 중도층 확장 목표에도 맞지 않고, 시민들의 의견을 두루 청취하는 민심탐방이란 취지에도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10일 서울 광화문 캠프 사무실에서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사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씨의 형 이래진씨 등 유가족과 면담하고 있다. 윤 전 총장 측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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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전 총장은 11일 서울 광화문 캠프 사무소에서 김헌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 본부장을 만나 부동산 정책 등을 논의했다. 김 본부장은 이 자리에서 문재인 정부에서의 집값 상승을 거론하며 “무주택자인 청년들을 약탈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전 총장도 “현 정부의 주택 정책은 시장과 싸우는 정책뿐”이라고 거들었다. ‘윤석열이 듣습니다’의 세번째 공식 일정도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는 ‘반문’ 행보였다.
윤 전 총장의 반문 행보는 지난달 29일 공식 출마 선언 후 약 2주간 뚜렷했다. 지난 6일 첫번째 ‘윤석열이 듣습니다’ 일정에선 문 정부 탈원전 정책을 비판해온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와 탈원전에 반대하는 카이스트 학생들을 만났고, 탈원전 반대 토론회에 참석했다. 민심탐방 목표가 중도층 공략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반문 정서를 자극하는 일정으로 채워져 있는 셈이다.
윤 전 총장은 안보 이슈도 부각했다. 지난 4일 여권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의 ‘미 점령군’ 발언이 나오자 “셀프 역사 왜곡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색깔론적 공세에 나섰다. 지난 6일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아 천안함 46용사묘역과 연평해전 전사자 묘역 등을 찾은 것도 대표적이다. 지난 10일엔 서해 실종 피살 공무원 유족들과 비공개 면담했다. 안보·이념 이슈를 내세우면서 ‘반문’ 정서도 자극한 것이다. 대권 출마 선언 전날인 지난달 28일 행사장인 윤봉길 기념관을 사전에 답사할 때 천안함 모자를 쓴 모습이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됐다.
이 같은 행보는 민심탐방이란 취지의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전 총장은 민심탐방을 통해 국민의힘 입당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윤 전 총장 측에선 입당 여부 결정을 유예하고 있는 이유로 중도층 이탈을 들고 있다. 압도적 정권교체를 위해선 중도층 포섭이 필수적인데 입당시 중도층이 이탈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윤 전 총장의 행보는 반문, 안보 이슈로 보수층만을 노린 행보로 보인다. 민심탐방이라지만 현 정부에 비판적인 사람들만 만나 반쪽짜리 민심만 듣는다는 지적도 있다.
민심탐방이 반문 정서 자극용 ‘보여주기 행사’란 평가가 나오면서 민심탐방으로 국민의힘 입당 여부를 결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있다. 윤 전 총장 주변에선 ‘8월 입당론’과 ‘11월 야권 후보 단일화론’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경선 일정이 시작되기 전에 입당해 당내 지원을 받자는 의견과 입당하지 않고 국민의힘 최종 후보와 단일화를 하자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하며 “윤 전 총장 주변에서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말자는 주장이 나오는 것은 입당 시 기득권을 뺏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윤 전 총장과 가까운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윤 전 총장은 자기 페이스대로 움직이는 사람”이라면서도 “현실적으로 밖에서 정치적 이벤트를 계속 만들어내는 것이 쉽지 않다. 개인적으로는 8월까지는 입당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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