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BTS)이 파트너십을 맺거나 홍보대사 또는 광고 모델을 맡고 있는 회사들의 목록이다. 가전과 자동차, 생활용품, 식음료, 해외 명품 브랜드까지 10여 곳에 이른다(표 참조). 최근 미국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 6주 연속 1위를 차지한 BTS가 음반 시장 뿐 아니라 광고 시장까지 장악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BTS가 광고 계약 등을 맺은 곳들. [자료 빅히트 뮤직] |
9일 한 광고업계 관계자는 “BTS 인기는 원래 대단했지만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 해외 공연이 줄고 국내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최근 들어 광고를 더 많이 찍는 것 같다”며 “광고 출연료는 30억~50억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는데, 코로나 영향으로 낮춰 협상한 사례도 있는 등 계약 내용에 따라 편차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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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영상 20시간 만에 348만회 조회
그렇다면 실제 광고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BTS가 모델로 나서면 우선 해외에서의 인지도가 높아진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BTS와 광고 계약을 맺었던 한 기업 관계자는 “글로벌 진출 확장 계획이 있다 보니 그런 점을 염두에 두고 모델로 썼고 인지도가 많이 올랐다”고 전했다. 특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의 반응은 놀라울 정도라고 한다. 루이비통은 BTS가 참여한 패션쇼 영상을 7일부터 공개해 화제가 됐다. 루이비통 관계자는 “유튜브에 업로드한 BTS영상은 공개 20시간 만에 누적 조회수 348만회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루이비통 패션쇼에 나온 BTS. [사진 루이비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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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에서 정수기 등으로 매출 1조원을 노리는 코웨이는 6월 말에는 BTS가 등장하는 매트리스 광고를 진행했다. 코웨이 관계자는 “BTS 영상 평균 조회수가 226만 뷰에 달했는데 다른 광고 영상 조회수의 7배 수준”이라고 말했다. 휠라코리아는 트위터 팔로워가 100만 명을 넘어선 게 ‘BTS 마케팅’ 덕분이라 본다. 휠라코리아 관계자는 “BTS 화보를 올릴 때마다 다양한 언어 댓글이 많이 달려 해외 홍보 효과를 실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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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면세점, BTS콘서트 열어 160만명 회원 유치
롯데면세점은 BTS가 참여하는 온라인 콘서트를 여는데, 2020년과 2021년 각각 90만 명, 70만 명 총 160만 명의 신규 회원 유치에 성공했다. 이중 대부분이 외국인이었다. 이런 분위기는 실제 판매 실적으로도 이어진다. hy(옛 한국야쿠르트)가 상품 패키지에 BTS 사진을 입힌 ‘hy 콜드브루 아메리카노’는 세계 판매 실적에 힘입어 판매량이 91만 개(2019년)에서 약 3배인 270만 개(2020년)로 늘었다.
약 한 달 간 BTS세트를 내놓았던 한국맥도날드는 국내에서 세트 143만 개를 판매하는 기록을 세웠다. 맥도날드 관계자는 “미국 본사의 제안으로 BTS세트가 만들어졌는데 이처럼 세트가 단기간 안에 판매량이 높게 나온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 세트는 전세계 50개국에서 판매했는데 인도네시아에선 인파가 몰려 매장 10여 곳이 영업을 중단하는 판매 대란이 일기도 했다.
현대자동차는 BTS가 로봇개와 함께 춤추는 영상을 공개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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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가 거두는 경제적 효과는 몇몇 기업 차원을 뛰어 넘는다는 연구 결과도 잇따라 나왔다. 지난해 9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BTS 빌보드 1위의 경제효과가 1조7000억원”이라는 자료를 발표했다. 당시 BTS의 싱글 ‘다이너마이트’가 빌보드 핫100 차트 1위’를 차지한 데 따라 BTS 소속사의 매출 규모, 한국은행 투입산출표,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 구글 트렌드 검색량 등을 종합해 경제적 효과를 분석했다고 했다. 이에 따르면 ‘다이너마이트’로 인한 직접적 매출 규모는 2457억 원, 이와 관련된 화장품, 식료품, 의류 등 연관 소비재 수출 증가 규모는 3717억 원으로 추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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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보드 1위 효과 1조7000억
또 이러한 수익에 대한 산업 연관 효과를 보면, 생산 유발 효과는 1조2324억 원, 부가가치 유발 효과는 4801억 원, 고용 유발 효과는 총 7928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당시 문체부는 “해당 분석 결과는 최근까지 코로나19로 인해 해외 이동이 제한되고 현장 콘서트 등이 전혀 이루어지지 못하는 현실을 감안해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따른 효과 부문을 제외한 결과”라며 “국가 이미지, 국가 브랜드 등의 상향에 따른 상승효과 등을 추가 고려하면 경제적 파급 효과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이런 연구는 이전에도 있었다. 2018년 현대경제연구원은 “BTS의 경제적 효과는 연 평균 5조5600억원”이라고 했다. BTS의 인기를 구글 검색량으로 측정하고, 인지도가 1포인트만큼 올라갈 때마다 옷·화장품·음식 수출액이 얼마나 올랐는지 등을 측정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BTS의 인지도가 1포인트 증가할 때 당월 주요 소비재수출액이 의복류 0.18%p, 화장품 0.72%p, 음식류 0.45%p 증가효과가 발생한다는 계산이 나왔다고 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방탄소년단(BTS)의 경제적 효과' 리포트(2018). [현대경제연구원 리포트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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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성적 팬이 버즈 마케팅에도 적극적
팬들이 BTS의 광고와 광고 속 제품을 소비하는 방식은 연구자들에게도 몇몇 시사점을 준다는 분석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BTS팬들은 BTS가 광고하는 제품을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인터넷에 올려 광고 효과를 크게 만드는데, 이게 버즈 마케팅(꿀벌이 윙윙거리는 것처럼 소비자들이 상품에 대해 말하는 입소문 마케팅)”이라며 “단순 구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물건으로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것이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의 특징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제 기업은 일회성 고객이 아니라 ‘락 인’(Lock-in, 일명 자물쇠 효과)되는 ‘팬’을 끌어와야 하는 시대”라며 “BTS에 대한 호감이 한국산 제품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로 이어질 수 있도록 세계 곳곳에 있는 잠재고객들을 어떻게 묶어 둘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백일현 기자 baek.il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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