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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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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카드론 금리 인하 경쟁… ‘고신용자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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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高)신용자들을 유치하기 위한 신용카드사들의 카드론 최저금리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정부 규제로 시중은행 대출 문턱이 높아지자 부동산 취득자금과 주식 투자자금을 마련하려는 고신용자 수요가 카드론에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9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삼성카드는 7일자로 카드론 이자율을 이전보다 1%포인트(P) 낮춰 연 4.9~19.9%로 조정했다. 같은 날 신한카드는 연 5.36%에서 5.30%로, 롯데카드는 연 4.95%에서 4.90%로 내렸다. 하루 전에는 현대카드가 카드론 금리를 연 4.5~19.5%로 낮췄다.

주요 카드사 가운데 금리 인하 신호탄을 가장 먼저 쏘아올린 곳은 KB국민카드다. KB국민카드는 지난 3월 고신용자의 카드론 금리를 최저 3.9%까지 끌어내렸다. 카드사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앞서 우리카드 역시 우량회원을 대상으로 출시한 카드론 ‘우카 마이너스론’을 내놓으면서 최저금리를 기존 5.9%에서 4%로 내렸다.

현재 주요 전업카드사 8곳(신한·KB국민·삼성·현대·하나·우리·롯데·BC카드) 가운데 절반 이상인 5곳의 최저금리가 5%를 밑돈다. 시중은행의 마이너스 통장 대출(유동성 한도대출) 금리가 보통 연 2% 중반에서 4%를 밑도는 점을 감안하면, 카드론 금리와 마이너스 통장 대출 금리가 1~2%포인트 정도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고신용자는 연체 위험성이 낮아 대손 충당금을 줄이는 데도 도움을 준다”며 “연체율이 낮아지면 카드사 효율이 높아지기 때문에 이자 부담을 덜어 주면서까지 유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선비즈

그래픽=이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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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카드론은 금리가 높아 고신용자들에게는 급전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이용자 입장에서 썩 매력적이지 않은 상품에 속했다. 그러나 빡빡해진 대출규제로 수입이 높아도 은행에서 대출을 원하는 만큼 받을 수 없게 되자 사정이 달라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카드사 7곳의 카드론 잔액은 33조178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0조3047억원보다 9.5%가 증가했다. 1년 새 약 3조원이 늘어난 셈이다.

은행들이 대출을 조이기 시작한 지난해 3분기부터는 유독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4분기에는 카드론 잔액이 32조464억원을 기록하며, 3개월 만에 2조원 가까이 불어났다. 관련 대출 규제가 더 까다로워진 지난해 말과 올해 1분기 사이에도 3개월 사이 1조1324억원(3.5%)이 증가했다.

카드사들은 본업인 카드 결제 부문에서 잇따른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기대 수익이 점차 줄고 있다. 카드론은 그 자리를 메울 새로운 ‘밥줄’이라는 것이 카드업계의 평가다.

최근 카드사 수익 구조를 보면 카드론은 가맹점수수료와 더불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올해 1분기 8개 카드사의 카드수익은 4조4113억원을 기록했는데, 그 중 1조695억원(24.2%)이 카드론에서 발생했다. 8개 카드사의 카드론 자산도 2018년 말 26조7030억원에서 작년 말 32조464억원으로 불어났고, 올 3월 말에는 33조원 선을 넘어섰다.

이유정 금융개발원 연구위원은 “이달부터 시행한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내년까지는 카드론이 포함되지 않아 추가자금이 필요할 내 집 마련 고신용자를 중심으로 당분간 카드론 수요가 높아질 것”이라며 “고신용자 대상 카드론은 연체가 잘 발생하지 않아 카드사 입장에서 관리하기도 어렵지 않고 위험성도 적은 상품”이라고 말했다.

카드론 규모가 급격히 불어나자 금융당국은 일단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관리 차원에서 카드론 시장 확대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수차례 밝혔다. 앞서 5월 말에도 각 카드사의 올해 가계대출 목표치를 취합하면서 신용대출과 카드론 확대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금융감독원이 여신금융협회와 일부 카드사들에게 구두로 ‘카드론 속도 조절’을 주문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당분간 금융당국이 카드론에 직접적인 개입을 하긴 어려워 보인다고 평가했다. 카드사 연체율이 지극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카드사 연체율은 1분기 기준 0.26~1.52%다. ‘카드대란’ 직전이었던 2002년말 당시 1개월 이상 카드대출 연체율이 거의 9%에 육박했던 것과 비교하면 건전성에는 아직 문제가 없다는 의미다.

유진우 기자(oj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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