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인터뷰] ④“백운규 영장 청구되자 검수완박·중수청 얘기 수면 위로…사퇴 결심”
- 이른바 ‘추·윤 갈등’이 2020년 한해 동안 뉴스를 장식했어요. 추 전 장관은 지난 1월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이른바 ‘윤석열 사단’이 ‘하나회’처럼 군림한다고 주장했어요.
“추 장관이 검찰에 대해 뭘 압니까? 정신 나간 이야기죠. 저는 일 잘하면 예뻐하고 어떤 사건 있을 때 발탁해서 쓰고 그런 거지 무슨 후배들을 사단이라고 해서 정기적으로 밥 먹고 이런 거 안 합니다. 2013년 대구고검으로 좌천돼 내려갔을 때도 특검 때 같이 일했던 친구들 중 따로 만나 밥 먹은 건 국정원 댓글 수사팀밖에 없어요. 그것도 딱 두 명. 댓글수사 모임이 있고 제가 도와줘야 해서였지, 다른 검사들과 만난 적이 없어요. 저는 실력으로 프로가 되라고 하지 무슨 인적 내트워크로, 휴먼 릴레이션에 기대서 하는 거는 안 합니다.”
- ‘추·윤 갈등’의 최고조는 지난해 말 윤 전 총장에 대한 직무배제, 징계청구였어요. 나가라는 압박으로 받아들이진 않았나요.
“실제로 나를 무조건 옷을 벗기려고 했어요. 징계청구와 직무정지명령을 지난해 11월에 했잖아요. 그게 깨지면서 제가 12월1일 복귀하니까 이 사람들이 멘붕이 와서 나한테 그러더라고요. ‘그냥 추미애 장관과 동반 퇴진하면 징계는 없는 걸로 하겠다’고. 추 장관에게 나에 대한 징계를 철회시키라고 하면 반발할 것 아니에요? 그러면 물러나라 하고 차관이 직무대리로 하면 되는 거죠. 그러니까 내가 물러나준다는 약속만 해주면, 대통령 입장에선 일거양득인 거예요. 그런 일을 비롯해서 다양한 종류의 사퇴압박이 있었어요.”
- 대통령의 뜻인가요.
“대통령은 아니라고 하시겠지만 그렇다고 봐야 하지 않겠어요? 물러나 주는 걸로 약속만 해주면 추미애도 즉각 물러나게 하고 징계는 없던 것으로 해주겠다고 했어요. 그러다가 검사징계심사위원회(2020년 12월10일)가 열리는 날이 다가오니까 징계를 아주 약하게 해줄테니 거기에 대해 다투지 말아달라는 이야기가 계속 있었어요.”
- 지난 5일 서울대 주한규 원자핵공학과 교수를 면담하고 나온 뒤 기자들과의 문답에서 “(월성 원전) 사건 처리에 대해 음으로 양으로 굉장한 압력이 있었다”며 “더는 자리에 앉아있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어요. 어떤 압력들이 들어왔나요.
“검찰총장은 병풍이 되고 버팀목이 돼야 하기에 총장이 받은 총알을 다 공개할 수는 없어요. 그러나 이걸 한번 보라고. 작년부터 월성원전 감사 끝물부터 시작해서 검찰시작 단계까지 얼마나 많은 여권 관계자들이 공격을 가했습니까? 이게 대통령의 통치행위에 대한 도전이라는 둥, 정부정책에 대한 수사라는 둥 하면서. 공개적으로 그 정도면 비공개적으로는 검찰총장에게 수사하지 말라는 취지의 다양한 압력이 얼마나 들어왔는지 짐작할 수 있잖아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검찰총장 시절 ‘조국 사건’을 계기로 문 정부와 대척점에 섰다. 이른바 ‘추·윤 갈등’도 1년 내내 뉴스를 장식했다. 윤 전 총장은 두 차례에 걸려 직무정지를 당했다. 박민규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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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총장직을 던졌군요.
“저는 7월24일까지 어떻게든 임기를 마무리하려고 했어요. 제가 인사청문회 통해 검찰총장에 임명된 이상, 임기 2년 동안은 원칙대로 일하는 게 국민에 대한 의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작년에 잇따라 직무집행정지와 정직 2개월 징계를 당했을 때 재판하지 말고 사표 내고 나와서 차라리 이걸 계기로 정치를 하라는 권유도 있었지만 저는 안 된다고 했어요. 직무정지 효력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과 징계 취소 및 집행정지 신청 소송을 거쳐 12월24일 크리스마스에 복귀했죠. 무조건 임기를 채우겠다는 생각이 강했고 정부 쪽에서도 그런 제 생각을 읽지 않았겠습니까. 제가 존경하고 저와 학창시절부터 굉장히 가까웠던 신현수 선배가 민정수석으로 온 것도 그와 무관하지 않다고 봐요.”
- 그런데요.
“지난 2월7일 박범계 (법무)장관이 신현수 민정수석과 검찰총장인 저를 패싱한 채 검찰 인사를 기습적으로 발표했잖아요. 신 수석은 굉장히 불쾌하고 배신감을 느꼈던 모양이에요. 제가 전화도 하고 따로 만나기도 하면서, 어차피 작년에 추미애 장관이 연초 인사, 하반기 인사를 자기 마음대로 했으니 저한테 부담감 느끼시지 말라, 저도 임기 끝까지 마칠 테니까 선배님도 그냥 계시라, 더 이상은 대통령께 사표 수리해달라고 요구하지 말라고 설득했어요.”
- 한데 왜 그로부터 한 달이 채 안돼 윤 전 총장과 신 수석 둘 다 그만뒀나요.
“제가 작년 12월24일에 두번의 가처분 소송에서 이기고 복귀하니까 추 장관과 민주당 쪽에서 저를 내보내려고 작심했던 사람들이 굉장히 충격을 받았던 것 같아요. 그때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 중수청(중대범죄수사청) 이야기가 처음 나왔어요. 신현수 수석이 ‘대통령은 그런 생각을 갖고 계시지 않다, 그리고 이번에 지명된 박범계 장관도 대통령의 생각을 충실하게 따를 사람이기 때문에 크게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상황은 잘 지켜봐야겠다’ 이런 정도의 이야기를 건넸어요. 그런데 다른 이야기가 나오는 거예요.”
- 어떤?
“중수청 설치와 관련해 문 대통령의 속도 조절 주문 해석이 있었을 때 박범계 장관이 2월25일에 ‘저는 기본적으로 여당 국회의원’이라며 당론에 따르겠다는 뜻을 피력했어요. 김경수 경남지사까지 나서 ‘대통령 한 말씀에 일사불란하게 당까지 정리되는 게 과거 권위적인 정치’라고 주장했고요. 김 지사는 문 대통령의 복심이잖습니까? 그래서 아, (중수청, 검수완박) 가기로 청와대와 얘기가 끝난 모양이구나 생각했죠. 그 사이에 있었던 일이 2월4일 월성 원전 수사팀이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거예요.”
- 백운규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니까 검수완박, 중수청 설치를 밀어붙였다는 거군요.
“추 장관이 2020년 1월 인사와 7, 8월 인사를 자기 마음대로 했잖아요. 대검 간부(검사장)들 인사조차도 제 의사가 전혀 반영 안됐다는 말이에요. 그래서 추 장관이 물러가고 박범계 장관이 내정된 후 신현수 민정수석과 당시 공감대를 이루며 인사를 어느 정도 정상화하려고 하던 차였어요. 인사 핵심은 ‘첫째, 추 장관과 함께 총장 징계에 관여했던 간부들은 2선으로 뺀다, 둘째, 기조부장 등 대검 핵심 참모 2~3명은 총장이 원하는대로 해준다’였고요. 하지만 백운규 장관의 구속영장 청구가 되니까 박 장관이 검사장 인사를 기습적으로 발표한 거예요. 그러곤 수면 아래로 조금 가라앉는 듯 했던 검수완박, 중수청 이야기가 나온 거죠.”
- 청와대가 신 수석을 통해 백운규 장관을 구속시키지 말라고 압력을 가한 건가요.
“신 수석은 굉장히 훌륭한 사람이에요. 그렇게 이야기하진 않았어요. 그 영장이 들어가면 어느 정도 협의해서 하는 인사가 굉장히 어렵다는 식의 분위기 정도는 제가 캐치는 했죠. 하지만 월성원전 수사팀이 자료를 딱딱 정리해서 보고하는데 그걸 검찰총장이 거부하고 불구속하라 하기 어려웠어요. 다른 사건이면 당연히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거든요. 저도 그때 여러가지 고민을 했습니다.”
※인터뷰 ⑤편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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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연 선임기자 j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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