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김부겸 국무총리는 국회 시정연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피해를 본 소득 하위 80%에 해당하는 국민께 10조4000억원 규모의 상생 국민지원금을 지급할 계획”이라며 정부안 처리를 호소했다. 전날 여당이 정책 의원총회를 연 뒤 지급안을 재검토하기로 한 상황에서다.
이에 김 총리는 “작은 차이로 지원금을 받지 못하시는 분, 기여만 하고 혜택은 받지 못한다고 섭섭하게 생각하실 분도 계실 것”이라면서도 “가족의 삶과 생계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으신 분에게 조금 더 양보해달라”고 당부했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8일 국회 본회의에서 33조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과 관련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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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김 총리는 시정연설에 앞서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 집중’에 출연해서도 “예산은 총액이 있는데 전 국민에게 (지원금을) 주게 되면 다른 부분에 못 간다”며 “(전 국민 지원을 위해) 빚을 내겠다 하면 국민이 동의를 하겠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기획재정부 역시 80% 지급안을 고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 입장은 강경하지만 여당은 수정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80% 경계선에서 지원금 탓에 소득이 역전되는 문제, 맞벌이와 1인 가구가 상대적으로 소외받는다는 논란 등을 염두에 둔 것이다.
이날 윤호중 민주당 의원은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예산은 기재부가 정하고 당 지도부와 협의하면 의원들은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토론하고 숙의하는 게 민주주의고 의회주의”라며 원안 수정 가능성을 열어놨다.
여당은 지난 7일 열렸던 토론회, 정책 의원총회 결과를 토대로 내부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오는 15~16일로 예정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재난지원금 지급 범위가 판가름이 날 전망이다.
일각에선 대면 소비 진작을 통한 경기 부양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의 틀 자체를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추경안은 재난지원금, 카드 캐시백, 소비 쿠폰ㆍ바우처 등이 중심이다. 온라인 쇼핑, 배달을 제외한 음식점ㆍ카페ㆍ전통시장 등 대면 소비 용도로 한정돼 있다.
하지만 이날 신규 확진자 수가 1275명을 기록하는 등 4차 대유행은 현실이 됐다.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이달 말이면 2000명을 웃돌 수도 있다(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는 경고까지 나오고 있다. 확산세가 심각한 서울권을 대상으로 오후 6시 이후 3인 이상의 사적 모임을 금지하는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 상향도 검토되는 상황이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비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재난지원금을 수정해야 한다”며 “K자 양극화 극단에 있어 어려움이 더 커진 소상공인, 자영업자, 저임금 근로자 등에 대한 지원을 더 집중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당정은 올해 2차 추경을 통해 피해 소상공인에게 최대 90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과거 매출 감소분에 대한 보상 성격이 크다. 4차 대유행으로 인한 추가 손실까지 고려한 액수는 아니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백신 접종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화될 것이란 기대가 사라지며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더욱 가중되게 됐다”면서 “재난지원금 대상 결정보다 사회적 거리 두기에 따른 행정 조치로 발생하는 손실을 어떻게 국가가 보상할지에 대한 후속 규정(보상ㆍ심의 기준, 집행 체계 등)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게 더욱 시급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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