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美예일대 석좌교수의 병상일기 '치료받을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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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티머시 스나이더는 나치즘과 스탈린주의의 참상을 연구해 온 미국 예일대 역사학과 석좌교수다. 그는 패혈증으로 응급실에 입원했지만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해 증상이 더 나빠졌다. 결국 그는 2019년 12월부터 2020년 3월까지 병원 다섯 곳을 오가야 했다.
스나이더는 온갖 튜브를 몸에 연결한 상태에서 자유와 건강의 관계를 떠올렸다. 그의 생각은 자신을 방치한 응급실이 아니라 보험회사 같은 이해 집단에 좌우되는 상업적 의료 체계를 향했다.
신간 '치료받을 권리'는 스나이더의 병상일기다. 저자는 의료보장이 선택적 권리가 아니라 보편적 인권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사회적 지위나 부의 정도에 관계없이 모두가 평등하게 건강하고 치료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의 그의 생각이다.
미국은 의료보장 시스템이 민영화돼 있다. 이는 곧 치료가 보편적 인권이 아니라 경쟁의 영역에 속하며 치료받을 권리에서 배제된 계층이 광범위하게 존재한다는 의미다. 저자는 이런 미국의 현실에 대해 "집단 사망에 이르는 고통의 정치 속으로 끌려들어가고 있다"고 규정했다.
실제로 미국 흑인 여성이 낳은 영아 사망률은 알바니아, 카자흐스탄, 중국보다 높다. 미국인은 23개 유럽 국가, 한국, 일본 같은 아시아 국가 사람들보다 먼저 죽는다. 코로나19 사태 때 격차는 더 벌어졌다. 민간 병원은 의료진이 가장 필요한 팬데믹 와중에 의사들을 해고했다. 돈 되는 수술을 시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 연방정부는 2020년 초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위한 검사법을 확보해 미국 전역에 시행하는 일에 실패했다. 감염병 대책 기관들을 해체하거나 예산을 삭감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전염병을 통제하지 않으면서 통제하고 있는 척했던 이 기간에 발생한 막대한 피해와 고통은 고스란히 미국민들의 몫으로 돌아왔다.
저자는 중대 상황이 발생했을 때 진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발생한 고통을 오히려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정치인들의 무책임한 행태를 통렬하게 비판했다. 또한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는 언론의 부재, 허위 정보가 난무하는 소셜 미디어, 국민 건강 증진보다 개개인을 소비로 이끄는 일에만 관심 있는 빅 데이터의 공허함 등도 비판했다.
저자는 오스트리아의 사회복지 제도와 미국의 현실도 비교했다. 오스트리아는 2년 동안 유급 육아휴직이 제공한다. 이런 비교를 통해 저자는 신생아가 성장해 한 명의 성인이 될 때까지 사회적 차원에서 보다 많은 보살핌과 주의가 필요하다고도 말했다.
◇치료받을 권리/ 티머시 스나이더 지음/ 강우성 옮김/ 엘리/ 1만5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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