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 논란 '맞벌이' 예외로 끝? 취직자녀 있는 집은요?

오늘 與 의원총회서 기준 완화 논의

커트라인 올려도 형평성 논란 여전

2018년 ‘아동수당 사태’ 재연 우려

소득 하위 80% 가구에게 주기로 한 재난지원금(국민지원금) 선별 기준을 놓고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오늘 오후 정책의원총회를 열고 재난지원금 문제를 논의한다.

총회에서 민주당은 외벌이 가구보다 소득이 많은 맞벌이 가구에 대해 선별 기준을 완화할 방침이다. 하지만 또 다른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맞벌이 부부에 예외를 적용할 경우 취직한 자식이 있는 가구 등은 역차별받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7일 범정부 태스크포스(TF)에 따르면 소득 하위 80% ‘컷오프’ 기준은 건보료 직장 가입자를 기준으로 따지면 세전 월 소득으로 ▶1인 가구 329만원 ▶2인 가구 556만원 ▶3인 가구 717만원 ▶4인 가구 878만원 ▶5인 가구 1036만원 ▶6인 가구 1193만원 등이 검토되고 있다. 4인 가구 연 소득으로 환산하면 1억536만원 정도다.

국민지원금 대상 가를 소득 하위 80% 기준은.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가구를 분류할 때는 세대별 주민등록표에 함께 등재된 사람을 동일 가구로 본다. 다만 주소지가 다르더라도 건강보험상 피부양자로 등록된 배우자와 자녀는 한 가구로 간주한다.

예컨대 부모와 미성년 자녀 2명으로 구성된 4인 가구의 경우 외벌이라면 월급 878만원까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부모가 둘 다 소득이 있는 맞벌이라면 둘의 월급을 합쳐 계산하므로 탈락 가능성이 커진다.

이는 취직을 한 자녀가 부모님과 함께 사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만일 어머니가 전업주부인 외벌이 가구더라도 자녀가 소득이 있다면 사실상 맞벌이나 다름없다. 가구소득이 늘어나고, 그만큼 지원금을 받을 가능성은 줄어든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가구 구성 관련 사례별 지침을 TF에서 논의 중이다.

민주당과 TF에서 맞벌이에 대한 소득 기준을 일정 부분 상향하면, 취직 자녀가 있는 가구 등 다른 가구에 대해서도 예외를 적용해 달라는 요구가 나타날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다만 TF는 이런 문제가 있더라도 개인별보다는 가구별 선별이 합리적이라는 입장이다. 가구는 각자의 소득과 재산을 공유하는 공동체라는 점에서다.

경제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위한 국민연대(민평련) 소속 더불어민주당 주철현(왼쪽부터), 이동주, 홍정민, 진성준, 이규민 의원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이 필요하다'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오늘 열리는 민주당 의원총회에선 재난지원금 ‘컷오프’ 기준을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민주당 박완주 정책위 의장은 지난 5일 “7일 의원총회에서 80%로 할지, 90%로 할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라며 “정부는 80% 안을 올리겠지만, 예산을 짤 때 정부 원안대로 가는 일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컷오프 수준을 올리더라도 이런 형평성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예컨대 지급 기준을 소득 하위 90%까지 늘려도 지급ㆍ미지급의 경계선만 위로 올라가는 것일 뿐 경계 선상에서 몇 원 차이로 지원금을 못 받는 경우는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2018년 있었던 ‘제2의 아동수당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시 정부는 소득 하위 90%까지만 아동수당을 지급하려고 했다. 하지만 사회적 반발, 과도한 행정 비용 문제가 불거지자 계획을 백지화하고 결국 모든 아동으로 정책을 수정했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지급 기준으로 삼은 건강보험료가 소득파악 기준으로서 한계가 있다”며 “자산 규모가 작으나 가구소득이 많은 젊은 부부, 상대적으로 혜택이 줄어드는 1인 가구의 불만이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