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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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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지고 깨지고…'하도급 강요 의혹' 콘진원 홀로그램사업 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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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식량영단 재조명 시설 '조악'…"하자 보수 수없이 요구했다"

연합뉴스

깨지고 갈라져 보수한 군산 홀로그램체험존
[촬영: 임채두]


(군산=연합뉴스) 임채두 나보배 기자 = "저기 보세요. 곧 쓰러질 것처럼 조형물이 휘고 깨지고 수평도 안 맞아요."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전북 군산시 영화동의 옛 조선식량영단 군산출장소.

군산시 직원들은 7일 오전 '홀로그램체험존'으로 탈바꿈 중인 이곳 1층에 설치된 조형물 여기저기를 가리키며 말을 잇지 못했다.

홀로그램체험존 콘텐츠 제작 및 인프라 구축 사업은 전북콘텐츠융합진흥원(전북콘진원)이 공모를 통해 선정한 업체들과 진행했다.

자물쇠로 잠겨 있던 출입구 개방과 동시에 한기가 흘러나오더니 이내 썰렁한 내부가 눈에 들어왔다.

1층 왼편으로 시선을 옮겼다. 일제의 쌀 수탈 전진기지였던 옛 군산출장소를 축소 제작한 '디오라마' 모형은 곳곳이 깨지고 갈라져 있었다.

심지어 수직으로 뻗어 있어야 할 벽면이 볼록하게 휘어 있었다.

이 모형을 비추고 있는 빔프로젝터도 단 2대에 불과했다.

빔프로젝터가 디오라마 모형을 홀로그램으로 감싸는 방식으로 입체감을 연출하려 했으나, 이대로라면 조악한 모형이 관람객 눈에 훤히 드러날 수밖에 없다.

쌀 수탈의 역사가 담긴 조선식량영단의 설립 이후 변천사를 '홀로그램 매핑' 기법으로 보여주기에 설비가 턱없이 허술해 보였다.

이날 빔프로젝터를 가동할 수는 없었지만, 앞서 한 차례 홀로그램 시연을 지켜봤다는 군산시 관계자는 "조악한 수준"이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 관계자는 "전북콘진원이 사업을 수행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지난해부터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보수를 요구했다"며 "벽면에 구멍이 뚫리고 모형 이음부가 어긋나고 수평은 맞지도 않고 해도 해도 너무한다"고 전했다.

이어 "한차례 홀로그램 시연을 봤는데, 전문가가 아닌 일반의 시선으로 본다고 해도 화질이 떨어졌다"며 "왜 만들었는지 알 수가 없을 정도"라고 혀를 내둘렀다.

연합뉴스

군산 홀로그램체험존 VR 기기
[촬영: 나보배]


1층 오른편 가상현실(VR) 체험실에는 2인승 VR 기기 4대가 놓여 있었다.

독립투사에게 전달할 폭탄을 쌀 수레에 숨겨 운반했던 일제강점기 이야기를 VR 기술로 생생하게 복원, 아픈 역사를 전달하기 위한 목적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기기에 먼지가 소복이 내려앉아 가동하기 어려웠고, 군산시 관계자는 "(VR 헤드기어를 쓰면) 쌀 수레가 알 수 없는 이유로 공중에 뜬다"며 빈약한 스토리 라인을 지적했다.

조선식량영단이라는 근대 문화유산을 홀로그램체험존으로 바꿔 관광객을 끌어들이려던 사업 전반에 '균열'이 감지된 것이다.

더군다나 전북콘진원 예산 약 11억원이 투입된 이 홀로그램체험존은 앞으로 한 달 뒤 외부 개방 행사를 앞두고 있다.

아울러 이 사업에는 전북콘진원으로부터 '불법 하도급'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업체가 참여했다.

국내 굴지의 통신기업과 함께 전북콘진원으로부터 이 사업을 따낸 한 디자인업체는 "전북콘진원이 특정 업체에 사업을 넘길 것을 요구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종국에 이러한 사업을 인수해야 하는 군산시는 "이대로는 사업을 넘겨받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여기에는 도비와 시비 35억원 가량도 들어갔다.

군산시 관계자는 "당초 협약 때 전북콘진원이 사업을 운영하기로 했는데 나중에 문화체육관광부 지침을 내세워 운영을 못 하게 됐다고 통보했다"며 "시비와 도비가 들어가서 결국은 우리가 인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올해까지 하자 보수 기간"이라며 "당초 계획한 사업비 안에서 (하자 보수 등이) 해결되지 않으면 우리가 새로 예산을 세워야 하는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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