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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한뼘 치마, 명품 도배, 등산복… 당신도 혹시 꼴불견 골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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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의의 스포츠’라 불리던 골프, 젊은 층 유입에 패션 과감해져

“개성” “예의 지켜라” 갑론을박

조선일보

인스타그램 310만명 팔로어의 미국 프로골퍼 페이지 스피러낵. ‘미녀 골퍼’란 찬사와 함께, 과감한 노출 의상은 해외 매체에서 논란이 되기도 한다(왼쪽). 국내 남성 전문 편집숍인 샌프란시스코 마켓과 협업한 잭니클라우스. 올해 트렌드인 베이지색을 맞춰 입었다(가운데). 일러스트로 유명한 아티스트 ‘나난강(강민정)’과 협업한 빈폴 레이디스 골프. 패턴이 강할 땐 위아래 같은 색으로 맞춘다. /Paige Spiranac 인스타그램·잭니클라우스·빈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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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에 온 건지, 수영장에 온 건지, 눈을 어디 둬야 될지 모르게 민망할 때도 있어요. 요즘 치마 길이가 짧은 게 트렌드라면서 엉덩이만 겨우 가리는 패션도 적지 않은데, 심지어 어떤 분은 반바지가 부착되지 않은 치마를 입고 온 거예요. 캐디에게 전해 들으니 ‘내 옷 내가 입는데 무슨 상관’이냐며 오히려 당당했다네요.”

친구나 가족과 함께 골프장을 자주 찾는다는 회사원 정연진(29)씨는 “개성이 중요한 시대라도 기본 예의는 지켰으면 좋겠다”며 말했다. 직장인 김용태(35)씨는 “옷을 제대로 갖춰 입었더라도, 라운딩 중에 그늘집(골프 홀 중간 식·음료를 파는 공간)에서 양말 벗고 식사하는 꼴불견은 좀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골프는 가장 인기 있는 취미 중 하나가 됐다. KB경영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골프 인구는 약 515만명. 코로나 시작 전인 2019년 대비 46만명 늘었다. 이마트에서도 올 1~6월 골프 관련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3.5%나 증가했다. 최근 젊은 층의 ‘플렉스(자신의 성공이나 부를 뽐내는 것) 문화’가 골프 인기에 불을 붙였다는 설명도 나온다. 패션 브랜드는 다양해졌고, 트렌드도 과감해졌다.

◇한뼘 치마·꽉 끼는 옷·수박 패션 싫어요!

골프는 ‘예의의 스포츠’라 불리며 품위 있는 복장을 중요하게 여기는 운동으로 꼽히지만, 최근 늘어난 인기만큼 그 패션에 대한 갑론을박도 한창이다. 국내외 일부 연예인들이나 해외 골프 인플루언서들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노출 사진이 논란이 되면서다. “짧은 치마가 사진도 잘 나오고 예쁘다”라는 의견도 있는 반면 “보기 불쾌하다”는 반응도 있다. 트레이닝복 착용이나 문신에 관한 논의도 적지 않다.

조선일보

그래픽=이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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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본지는 20대부터 60대까지 골프 동호회·패션 회사·골프 애호가 등 남녀 187명을 대상으로 1대1 비대면(온라인) 설문 등을 통해 ‘골프장 꼴불견 패션’에 대해 조사한 결과, 가장 최악은 ‘노출이 심한 짧은 치마/바지’(23%)였다. 다음은 등산복(22.5%), 남녀 불문 너무 꽉 끼는 의상(20.3%), 과도한 문신(13.9%), 펑퍼짐한 배바지(8.6%), 트레이닝복 (8%) 순이었다. 주관식 질문에선 훨씬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손수건만 한 한뼘 치마, 레깅스, 반바지 허용되지 않는 곳에서의 반바지, 명품 브랜드 도배, 과도한 사치, 등산복, 수박패션(초록 바지에 빨간 셔츠)이나 형광색 등 현란한 색상 조합 등을 보기 불편하다고 꼽았다. 구력 20년이라는 골프 애호가는 “너무 화려하면 오히려 촌스럽다. 고수들은 오히려 차분하게 입는다”라고 말했다.

◇조거 팬츠, 점프 슈트, 후드 티? 튀지 않는 단일 컬러로 단정하게

해외에서도 골프패션 격식 파괴는 논쟁 중이다. 지난해 티럴 해턴(작년 기준 세계 랭킹 10위)은 후드 티를 입고 유럽프로골프투어(EPGA) BMW PGA챔피언십 우승컵을 거머쥐었고, 과거 세계 랭킹 1위였던 로리 매킬로이까지 PGA 경기에서 후드 티를 입고 등장했다. 골프다이제스트 등 외신은 아예 ‘후디 게이트(hoodie gate)’라는 딱지를 붙였다. ‘케케묵은 구습(舊習)에서 벗어나자’는 반박도 있다. 최근 매킬로이가 US오픈에서 입은 흰색 나이키 카모(군복 무늬) 바람막이 후디는 곧바로 전 세계에서 ‘품절’되기도 했다.

골프 브랜드 왁(Waac)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편한 의상’ ‘캐주얼 스타일’이 일상화되면서 후드 티셔츠, 조거팬츠(발목 부분을 조인 운동복 스타일), 점프슈트(위아래 하나로 붙은 것)나 사이즈가 큰 스웻셔츠(목깃이 없는 운동복 스타일 상의)가 인기를 끌긴 하지만, 이런 아이템을 입고 싶다면 무난한 컬러를 선택하는 것도 좋다”고 했다. 베이지, 다크 그린, 카키 등 자연과 어울리는 기본 색상들이다. 의상이 무난해서 포인트를 주고 싶을 땐 양말이나 모자를 택한다. 패션 컨설턴트 신류진 트렌드이슈폴리시 대표는 “모자 로고나 양말에 자기만의 장식이나 포인트를 넣어 꾸미는 것도 세련돼 보인다”고 추천했다.

‘일상생활에서도 입을 수 있는 디자인’도 올 시즌 가장 눈여겨봐야 할 트렌드다. 캘러웨이 어패럴 마케팅팀 원지현 부장은 “‘일상에서도 입는 복장'이 전 세계적으로 키워드가 되고 있다”면서 “전체적으로 튀지 않는 모노톤(단일색)의 컬러가 주를 이루며, 캐시미어 원단 같은 고급스럽고, 친환경적인 지속 가능한 소재를 추천한다”고 했다.

[최보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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