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말투 바꾸고, 소제목 달고, 촌평에 화두도…3년 홀로 번역작업 결실
이현주 목사 |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목사이자 동화작가, 번역가로 활동해온 이현주(77) 씨가 최근 펴낸 '관옥 이현주의 신약 읽기'는 새로운 시도다.
보통 성경 번역작업에 여러 명의 성직자, 신학자가 매달렸던 것과 달리 이 목사는 홀로 약 3년의 시간을 신약성경을 우리말로 옮겨 쓰는데 할애했다. 한 개인이 온전히 번역을 감당한 국내 첫 사역본(私訳本) 신약성경으로 볼 수 있다.
신약성경은 하느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을 전해 들은 제자들이 나중 사람들을 위해 남긴 기록을 묶은 것이다. 마태오·마르코·루가·요한복음 등 4복음서와 서간들로 구성돼 있다.
그간 신약성경은 1800년대 말 중국에서 한문 성경의 일부가 우리말로 옮겨진 이래로 지속적인 번역을 통해 원전 메시지에 근접해왔다. 대표적으로는 대한성서공회의 개역개정판, 천주교와 개신교가 함께 작업한 공동번역 성서가 꼽힌다.
하지만 시대와 환경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해석은 멈추지 않았고, 이 목사의 신약읽기도 이같은 시도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그는 '번역자를 위한 신약성경'을 참고로 새 번역 작업에 나섰고, 기존 개역개정판과 공동번역 성경을 대조했다고 한다. 공동번역 성서는 고(故) 문익환 목사가 책임 번역자로 나섰는데, 당시 이 목사는 성서의 문장 교정 역할을 보며 함께 했다.
그의 이번 신약읽기는 기존 신약성경 번역본과 차별되는 부분이 많다.
우선 예수의 말투를 기존 성경 번역본의 '해라체'를 대신해 '하오체'를 썼다. 스승과 제자를 수직적 상하관계에서 수평적 도반 관계로 변화를 시도한 것이다.
"예수와 제자들 사이에 한쪽은 말을 놓고 다른 쪽은 말을 높이는 게 오래전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분이 세상에 오신 건 우리와 같은 지평에서 우리를 앞서가시며 나를 따라오라고 그러면 제대로 살게 된다고 진정한 삶의 본을 보이려는 것이었는데 종교는 그분을 높은 자리에 올려 모시고 우러러보며 당신이 원치도 않는 예배를 드리고 있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말투를 바꾸었다."(머리말 중)
성경에는 단락과 구절마다 '몇 장 몇 절'이라는 표기가 들어가는데 이 목사의 번역본은 이런 구분을 강조하지 않는 대신 주제별로 소제목을 달았다.
소제목만 봐도 다음 말씀이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는지 알 수 있도록 도왔다.
또 다른 하나는 각 소주제의 끝마다 옮긴이의 짤막한 생각을 정리한 코멘트를 들 수 있다. 소주제를 풀이한 해설이라기보다 번역자의 통찰, 그가 던지는 화두다.
짧은 비평을 통해 독자는 성경을 문구대로 따라가는 것을 넘어 예수의 말씀이 그 시대,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에 주는 의미를 곱씹어볼 수 있다.
이 목사의 번역본은 일상의 언어로 풀어놓은 만큼 쉽게 읽히는 것도 특징이다.
그는 이번 사역본을 두고 "제 생각대로 옮겨 베낀 신약성경"이라고 했다.
이 목사는 머리말에서 "베끼다 보면 무슨 생각이 떠오른다. 그것도 될수록 간략하게 달아보았다. 그래서 나온 책이 이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희랍어를 모른다. 그러니 이건 번역서가 아니다. 그냥 누가 제 생각대로 옮겨 베낀 신약성경"이라고 겸손해했다.
eddi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