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갑질119, ‘지자체 갑질 신고 체계 보고서’ 공개
“정부, 3년 전 ‘종합대책’ 발표…지자체 여전히 미흡”
정부 대책 모두 따른 지자체 없어…“대책 마련 시급”
(일러스트=이미지투데이) |
노동인권단체 직장갑질119는 4일 공공상생연대기금의 지원을 받아 제작한 ‘17개 광역시·도 직장 내 괴롭힘 신고체계 및 처리 현황 조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단체는 보고서를 통해 “지방 정부는 중앙 정부의 대책을 무시하고 있다”며 “조례와 매뉴얼을 만들지 않은 건 물론, 실태 조사나 예방 교육도 하지 않았고, 제대로 된 지원체계도 꾸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18년 7월 공공분야의 직장 내 괴롭힘을 근절하겠다며 ‘공공분야 갑질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해당 대책엔 △사전 예방 인프라 구축 △신고·지원 시스템 마련 △적발·감시 체계 정비 △가해자 처벌·제재 강화 △피해자 보호·피해 회복 지원 등 단계별 방안이 담겼다.
그러나 직장갑질119는 가장 기본이어야 할 관련 조례와 규칙조차 제정하지 않은 지자체가 여전히 많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조례와 규칙을 모두 제정한 곳은 17개 광역시·도 중 5곳에 불과했다. 이들 단체는 “법적 근거도 없고 대책도 마련돼 있지 않고 피해자 보호 조치도 제대로 돼 있지 않은데, 누가 불이익 당할 걸 각오하고 신고하느냐”고 비판했다.
실제로 17개 광역시·도가 이은주 정의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월부터 지난 4월까지 광역 지자체에 접수된 직장 내 괴롭힘 신고 건수는 123건에 그쳤다. 이는 2019년 7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이후 지난 5월까지 고용노동부에 접수된 신고 건수 2387건의 5.1%에 불과한 수치다.
단체에 접수된 공공분야 피해 사례 중엔 신고 이후 제대로 된 조치가 없어 오히려 피해를 본 경우도 있었다. 공공기관 계약직 직원인 A씨는 “3년 동안 상사에게 인격모독·폭언·업무 배제·따돌림 등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해 신고했지만, 조사관은 상사 편을 들면서 오히려 ‘유난 떤다’는 식으로 대응했다”며 “신고한 뒤 진짜 고통이 시작됐다”고 토로했다.
(그래픽=직장갑질119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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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단체는 조례·지침 제정 외에도 근절 대책 수립 여부, 신고센터 운영, 전담직원 배치, 실태조사와 예방교육 시행 등 총 7가지 항목을 조사해 각 지자체가 직장 내 괴롭힘 근절을 위한 조치들을 얼마나 잘 수행하고 있는지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가 발표한 대책 기준에 따라 모든 조치를 시행하고 있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이들은 이에 대해 “17개 광역시·도가 정부의 공공분야 갑질 근절 종합대책에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는 뜻”이라며 “정부는 당장 중앙부처와 17개 광역시·도에 대해 전면적인 실태조사를 벌여 정부의 종합대책을 이행하고 있는지 조사하고, 직무유기를 하는 공공기관에 그에 따른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 단체는 또 공공기관 직장 갑질 근절을 위한 대책으로 △조속한 관련 조례 제정·계획 수립과 체계적 시행 △주기적인 실태조사와 모니터링 △안전한 상담·신고 체계 마련 △실효적인 예방교육 시행 △공공기관·기관장 평가 반영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이들은 특히 직장 갑질이 2회 이상 확인된 공공기관에 대해 특별감사 등을 실시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김성호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정부가 공공부문에서 선도적으로 갑질을 근절하겠다고 선포했지만, 실상은 매우 미흡하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정부의 종합대책에도 나와 있는 것처럼 갑질을 개인의 비위행위로 인식하지 말고, 권위적인 공직문화를 개선하도록 종합적인 실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도 “공공부문은 근로기준법이 정한 법률적 최저 기준을 넘어 모범적 사용자가 돼야 하는데도 민간에도 미치지 못하는 조치를 하는 건 공공부문의 책임성을 망각한 행태”라며 “앞으로 정기 국정감사에서 지자체의 직장 내 괴롭힘 근절 조치 미비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룰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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