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월 영국 런던의 의회 의사당 밖에서 나부끼는 영국과 EU 국기의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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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BBC는 이날 영국과 EU가 북아일랜드행(行) 냉장육 통관 검사를 9월 말까지 유예하는 데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이날은 작년 12월 양측이 합의한 냉장육 통관 검사 6개월 유예를 만료하는 날이었다. 영국이 먼저 유예 기간 연장을 요청하고 나선 지 약 2주 만에 추가 유예 합의가 달성된 것이다.
그러나 양측 간 입장차는 여전했다. 마로스 세프쵸비치 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은 “북아일랜드에 있는 슈퍼마켓이 이 기간 새로운 공급 체인 조정을 완료할 수 있도록 유예 기간을 연장한 것일 뿐”이라며 이날 합의에 대한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영국 측 협상 대표 데이비드 프로스트 장관은 “냉장육 유예 기간 연장에 합의해 기쁘다”면서도 “냉장육은 북아일랜드 협정이 작동하는 방식으로 인해 발생하는 수많은 문제 중 하나일 뿐”이라고 밝혔다.
‘소시지 전쟁’의 발단은 작년 12월 체결한 북아일랜드 협정이다. 이 협정은 브렉시트로 인해 서로 땅덩이가 붙어있는 북아일랜드와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의 국경이 차단되는 일을 막기 위해 북아일랜드를 EU 단일 시장에 남겼다. 반면 영국 본토에서 북아일랜드로 수출하는 상품엔 통관·검역 절차가 생기게 됐다. 하나의 연방 내 두 지역에 사실상의 국경이 생긴 것이다. 영국은 북아일랜드와의 식료품 수급난을 방지하고자 수요가 많은 냉장육에 대해선 6개월, 채소 등 기타 식료품에 대해선 3개월의 유예 기간을 이 협정에서 설정했다.
그럼에도 우유나 생선, 달걀 등 통관·검역이 그대로 강화된 품목들 위주로 수급 문제가 발생했다. 영국 수출업체들이 달라진 절차에 대비하지 못해 필요한 서류 등을 갖추지 않아 북아일랜드 항구에서 병목 현상이 일어난 게 원인이었다.
이에 영국은 지난 3월 일방적으로 냉장육 이외 식료품의 통관 절차 강화를 6개월간 추가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EU는 국제법 위반이라며 즉각 반발해 유럽사법재판소(ECJ)에 판단을 요청하는 등 법적 조치에 돌입했다. 이 가운데 이날 냉장육 통관 검사에 대한 유예 기간 종료가 다가오자 영국이 재차 유예 연장을 요청하고 나섰다. 양측 간 갈등이 고조됐으나 이날 극적인 합의가 이뤄지면서 급한 불은 끄게 됐다.
그러나 북아일랜드를 둘러싼 영국과 EU의 골이 깊어 냉장육 등 식료품 수급 문제는 앞으로도 갈등의 불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은 본토와 북아일랜드 간 통관 절차 강화가 야기하는 불편으로 북아일랜드 내 분리·독립 요구가 거세지지 않기를 바라는 반면, EU는 영국에 특혜적 예외를 적용해 줘 불리한 선례를 남길 순 없다는 입장이다.
뉴욕타임스는 “영국과 EU가 ‘소시지 전쟁’을 휴전하긴 했으나 온전히 해결되기는 쉽지 않다”며 “향후 북아일랜드의 미래를 둘러싼 성가신 문제를 선명히 드러내고 있다”고 평했다.
[남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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