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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상처 딛고 선 그들의 용기있는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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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겨레] 7살때 르완다 대학살서 생존
‘희망의 페달’로 올림픽 출전


‘니욘슈티 삶’ 영국서 다큐 제작
“사이클링은 나를 전진하게 한다”


7살 때였다. 형제 여섯명이 살해당했다. 외가 쪽 친척 60명이 한꺼번에 죽었다. 1994년 투치-후투족 분쟁으로 80만여명이 숨진 르완다 대학살은 꼬마에게 지옥이란 어떤 것인지를 보여줬다. 어린 시절부터 지독한 두통에 시달린 아드리엔 니욘슈티(26·사진)는 삼촌이 준 자전거에 올라 바람에 눈물을 말렸다. 그는 아마추어 사이클 선수가 된 지 3년 만인 2006년 프로 사이클 선수 출신인 족 보이어(58)를 만났다. 그리고 그의 인생은 새로운 페이지로 넘어갔다.

보이어는 1981년 미국인 최초로 사이클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투르 드 프랑스에 출전한 인물이었다. 명성을 얻었지만 내면은 점점 황폐해져 갔다. 무질서한 생활로 감옥까지 갔다. 보이어는 2006년 르완다의 산악사이클 대회에 게스트로 초대됐다가 니욘슈티를 발견했다. 그리고 그의 삶도 바뀌었다. 열악한 조건에서 고군분투하는 르완다의 사이클 국가대표팀 ‘팀 르완다’의 코치를 맡았고, 니욘슈티를 팀 르완다에 영입했다. 보이어의 헌신적인 지도를 받은 니욘슈티는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아프리카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올림픽 사이클 종목에 출전했다.

<알자지라>는 지난 9일 영국에서 처음 상영된 다큐멘터리 <잿더미를 딛고>(Rising from Ashes)가 관객들의 열렬한 호평을 받았다며 니욘슈티와 동료들의 이야기를 조명했다. 티 시 존스톤이라는 독립영화 감독이 만든 이 영화는 비영리단체인 ‘그라티스7 미디어그룹’과 ‘프로젝트 르완다’에서 80만달러의 기부금을 받아 제작됐다. 팀 르완다의 선수들은 니욘슈티처럼 대부분 대학살 생존자들이다. 보이어가 팀 르완다를 만났을 때 이들 다수는 전기·수도가 없는 집에서 살았고, 영양실조를 겪고 있었다. 건강검진은 꿈도 못 꿨고 어떤 선수는 ‘치과의사’라는 말조차 알지 못했다. 문맹자도 있었다. 하지만 보이어는 이들의 열정에 마음의 문을 열었고, 기꺼이 이들의 ‘아버지’가 됐다. 보이어는 앞으로 투르 드 프랑스에 아프리카 출신으로만 꾸린 팀을 출전시키려는 목표를 세웠다.

니욘슈티는 자신이 희망의 증거가 되길 바란다. 그는 <알자지라> 인터뷰에서 “사이클링은 나를 전진하도록 했다. 자전거를 통해 나는 과거의 나쁜 기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발견한 희망의 힘을 ‘전염’시키기 위해 다음달 르완다에서 17살 미만의 소년·소녀를 위한 사이클 아카데미를 열 계획이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7가족력 유방암 예방위해
‘양쪽 유방 절제술’ 고백



앤절리나 졸리 선택에 잇단 찬사
일부 “성급한 일반화” 우려도


“양쪽 유방 절제와 재건 수술을 받았다.”

할리우드 스타 앤절리나 졸리(38·사진)의 고백이 일으킨 반향이 크다.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여배우이자 입양과 출산을 통해 자녀 6명을 둔 ‘모성의 상징’ 이미지를 가진 그다. 이 때문에 그의 이번 수술 공개는 1974년 미국 퍼스트레이디 베티 포드의 ‘유방암 고백’ 이후, 약 40년 만에 가장 파급력이 큰 ‘유방암 선언’으로 평가된다. 반면 절제술을 받지 않아도 치료가 가능한 유방암 환자들이 성급하게 졸리를 뒤따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통계를 보면, 세계적으로 해마다 137만여명이 유방암에 걸리며 사망자만 45만여명에 이른다. 이런 가운데 졸리는 14일 <뉴욕 타임스>에 ‘나의 의학적 선택’이라는 글을 기고했다. 자신은 ‘BRCA1’이라는 유전자 변형으로 유방암 확률이 87%, 자궁암 확률이 50%였다고 밝혔다. 유방암 위험이 더 높아 일단 예방 차원의 유방절제술을 선택했다고 덧붙였다. 외신들은 졸리의 글이 “유전적 고위험 여성들은 예방 차원에서 유방절제술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담대한 메시지’를 전했다”고 평가했다. 졸리가 의학적 지식에 기반을 둔 선택을 했으며, 가족력이 있는 여성들에게 유전자 검사의 필요성을 자각하게 했다고 분석했다. <시엔엔>(CNN) 방송의 앵커 조라이다 샘벌린이 방송 도중 “나도 예방적 유방절제술을 받을 것”이라고 밝히는 등 졸리의 용기에 대한 찬사가 봇물을 이뤘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성급한 일반화’를 우려한다. 유방과 자궁의 암으로 발전할 수 있는 ‘BRCA1’과 ‘BRCA2’ 변이유전자 보유 비율은 높지 않다. 미국 백인 여성의 경우, 유방암의 5~10%와 자궁암의 10~15%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다만 ‘BRCA’ 보유 여성들의 유방암 평균 발병률이 65%로, 일반 여성의 12%에 비해 매우 높다. 뉴욕의 유방암 전문가 모니카 모로는 “‘BRCA’ 변이는 특별하고, 매우 위험하다. 이런 고위험군 여성들에게는 예방적 유방절제술이 합리적이다. 그러나 소수의 여성들만 그 범주에 들어간다”고 주장했다. ‘BRCA’를 갖고 있지 않고 다른 쪽 가슴에 전이될 가능성도 낮은 경우는 심리적 부작용이 큰 절제수술을 재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유방암 전문의 수전 러브는 새로운 유방암 예방법 개발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졸리를 계기로, 현재 좋은 유방암 예방법이 없다는 사실이 부각되길 바란다. 병을 예방하려고 멀쩡한 몸의 일부를 잘라내는 것은, 정말 야만적이다”라고 말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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