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정 우주과학자의 탐색안내서 '우주 쓰레기가 온다'
8.5t 무게의 버스 크기만 한 톈궁 1호의 잔해가 사람 사는 곳에 떨어진다면 큰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었던 위험 상황. 바짝 긴장한 세계 각국은 그 추락 궤도를 실시간으로 예측하며 혹시 모를 피해에 대비했고, 한국도 위성추락상황실을 운영하며 만반의 준비를 해야 했다.
이처럼 우주 쓰레기 위협이 현실이 돼가고 있다. 현재 지구 궤도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인공위성은 2천300여 개. 그 궤도를 따라 떠다니는 우주 쓰레기는 2만여 개에 이르고, 그중 매년 평균 400여 개가 지구 대기권으로 추락한다. 지구를 둘러싼 인공우주물체의 90퍼센트가량이 우주 쓰레기인 것이다.
지난 60여 년 동안 인류가 개척해온 우주의 뒤편에는 쓰레기가 남아 있고, 그 쓰레기들이 다시 지구로 돌아오고 있다. 인류의 자업자득이랄까. 톈궁 1호의 추락은 효용을 다한 인공우주물체, 즉 우주 쓰레기의 추락이 우리에게 실질적인 위협이 될 수 있음을 실감케 한 사건이었다. 발견되지 않은 우주 쓰레기까지 모두 찾는다면 그 수는 무려 1억 개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구 주변의 인공우주물체들을 나타낸 3D 그래픽 이미지.[한국천문연구원 제공자료] |
[한국천문연구원 제공자료] |
우주과학자인 최은정 한국천문연구원 우주위험연구실장은 신간 '우주 쓰레기가 온다'로 지구에 성큼 다가온 우주 쓰레기의 현황과 전망을 들려준다. 최 실장은 톈궁 1호 위기 때도 최종 추락 범위와 시각을 예측하며 위험 상황에 침착하게 대응하는 데 기여했다.
이번 책은 뉴 스페이스 시대를 맞아 갈수록 치열해지는 우주개발 경쟁의 현주소를 훑어보며 저자가 우주감시의 최전선에서 목격한 우주 쓰레기 문제를 상세하게 톺아본다. 그러면서 지구 밖을 향한 인류의 꿈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희생되고 있는지 직시하자고 제안한다. 우주 공간을 '과학기술'의 관점을 넘어 '환경'의 관점에서 새롭게 조명하는 것이다.
실제로 세계 각국은 인공위성과 우주 쓰레기의 수를 파악하고 그 움직임을 예측하기 위한 우주감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한다. 가장 대표적인 시스템이 미국 연합우주작전센터가 운영하는 우주감시네트워크. 이곳에서는 발견된 모든 인공우주물체를 하나하나 목록화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우주 쓰레기의 수는 이 우주감시네트워크가 광학망원경과 레이더를 이용해 찾아낸 지름 10㎝ 이상의 인공물체를 말한다.
우주를 향한 인류의 꿈이 실현되기 시작한 때는 소련의 스푸트니크 1호가 발사된 1957년이었다. 이후 미국과 소련이 정부 주도로 군비 경쟁 성격을 띤 우주개발에 나섰고, 지금은 국가뿐 아니라 민간과 개인도 자유롭게 우주로 향하는 뉴 스페이스 시대가 됐다. 인공위성 없는 생활이 더이상 불가능하다고 할 만큼 대우주 시대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것이다. 그런 만큼 그 그림자인 우주 쓰레기에도 주목해야 한다.
이 우주 쓰레기는 총알보다 7~8배 정도 빠른 속도로 지구 궤도를 돈다. 저자는 우주 쓰레기야말로 가장 위험하고 파괴적인 쓰레기라면서 작은 크기의 파편이라도 빠른 속도로 움직이며 추락하고 충돌하기 때문에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다고 거듭 경고한다. 이제는 우주 공간을 인류가 활동하는 공간, 우리를 둘러싼 '환경'으로 심각하게 인식해야 하며, 그랬을 때 우주 쓰레기 문제의 대책을 마련하고 지속 가능한 우주 활동의 길도 모색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아무리 많은 인공위성을 보내도 부딪힐 염려가 없을 것 같았던 드넓은 우주가 이제는 버려진 우주 쓰레기들을 피해 다녀야 하는 복잡하고 붐비는 공간이 됐다. 다행히 앞날을 위해서는 지구 궤도를 떠다니는 우주 쓰레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사실을 이제 전 세계가 깨달아가고 있다. 인류의 평화로운 우주 활동을 위한 해법이 필요한 때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에서는 아리랑 2호 등 인공위성에 탑재되는 소프트웨어를, 쎄트렉아이㈜에서는 두바이위성 등 해외로 수출하는 인공위성을 개발하는 우주공학자로 일했던 저자는 현재 한국천문연구원 우주위험감시센터에서 인공위성과 우주 쓰레기의 추락과 충돌 등 위험을 예측·분석하는 우주과학자로 일하고 있다.
갈매나무. 276쪽. 1만7천원.
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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