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02 (일)

"사람 있을 수도…" 화염 뚫고 들어간 구조대 막내 '순직'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울산중부소방서 노명래 소방사, 인명 수색 중 화상 입고 3층 창문서 탈출

화상 전문병원 이송 하루 만에 숨져…10월 결혼 앞둔 예비 신랑

연합뉴스

순직한 노명래 소방사
(울산=연합뉴스) 울산소방본부는 중부소방서 구조대 소속 노명래(29) 소방사가 30일 새벽 사망했다고 밝혔다. 노 소방사는 지난 29일 울산 원도심 상가 건물 화재 현장에 투입돼 구조 활동을 하다가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아왔다. 2021.6.30 [울산소방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canto@yna.co.kr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내부에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는 말에 망설임 없이 화염을 뚫고 들어간 구조대 막내.

불길을 피해 3층 창문으로 가까스로 탈출한 그는 끝내 하루 만에 숨을 거뒀다.

울산 상가 화재 현장에서 불길을 헤치고 인명을 수색했던 중부소방서 구조대 노명래(29) 소방사가 30일 새벽 숨졌다는 비보에 울산소방본부 직원들은 깊은 슬픔과 함께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2도 화상'의 중상이라는 안타까운 소식은 전해졌지만, 생명이 위태로울 것이라고는 생각한 적이 없어서다.

특히 화재 현장에서 노 소방사의 마지막 모습을 목격했던 동료들은 아직 그의 죽음을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동료들의 말을 종합하면 중구 원도심 3층짜리 건물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는 지난 29일 오전 5시 5분 접수했다.

현장과 가까운 성남119안전센터가 5분 만에 출동해 화재 진압에 나섰고, 노 소방사가 소속된 구조대는 약 8분 뒤 도착했다.

연합뉴스

울산 상가 화재 진압하는 소방
지난 29일 오전 울산시 중구 성남동 한 상가 건물에서 불이 나 소방당국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 불로 소방관 5명 등 7명이 부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울산소방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당시 건물 옥상에 살던 50대 남성 등이 자력으로 대피했는데, 주변에서 "불이 난 3층 미용실에서 가끔 직원들이 숙식한다"는 말이 들렸다.

119안전센터 소속 2명, 구조대 소속 3명 등 대원 5명은 공기호흡기, 방화복 등 20㎏가량의 보호장구를 착용한 뒤 서슴없이 건물로 진입했다.

당시 3층에서는 노란 불길이 치솟고 있었지만, 시간을 더 지체할 수는 없었다.

혹시 내부에 있을지 모를 사람을 구하려면, 화재 진압과 인명 수색을 동시에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오래된 건물로 진입하려면 사람 1명이 지나다닐 만한 좁은 계단 통로를 이용하는 방법이 유일했다.

옆 건물과 간격이 수십㎝에 불과할 정도로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서 마땅찮은 다른 출입구조차 없었다.

노 소방사 등이 들어간 지 20분가량 지났을 때, 3층 내부에서 불길이 급격히 거세졌다.

'혹시 있을지 모른다'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건물 밖으로 보이던 노란 불길은 검붉은 화염으로 바뀌었다.

내부의 대원들은 갑자기 3층 유리창을 깨기 시작했다.

불길에 쫓겨 긴박하게 탈출하려는 시도였다.

외부 대원들은 상황을 인지하고 곧장 바닥에 안전 매트를 설치했고, 5명의 대원은 밖으로 몸을 던졌다.

4명은 화상을 입었고, 1명은 허리 통증을 호소했다.

구급대원들이 탈출한 5명의 보호장구를 벗기고 확인했을 때, 노 소방사는 등과 몸을 중심으로 살갗이 벌겋게 익는 등 2도 화상을 입어 부상이 가장 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연합뉴스

울산 중구 상가 건물서 불
(울산=연합뉴스) 29일 오전 울산시 중구 성남동 한 상가 건물에서 불이 나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4명은 부산의 화상 전문병원으로 이송됐는데, 애초 생사를 오가는 대원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노 소방사의 부상은 겉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심했다.

상태가 위중해진 그는 30일 새벽 숨졌다.

울산의 동료들은 그의 정확한 사인조차 모른 채 그의 죽음부터 통보받았다.

노 소방사는 특전사 출신 구조 특채로 지난해 1월 임용된 구조대 막내 대원으로, 고작 1년 6개월 만에 현장에서 품어왔던 소방관의 꿈을 마감했다.

그는 올해 2월 혼인신고를 마친 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오는 10월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던 예비 신랑이기도 하다.

동료들은 "노 소방사는 어린 나이에도 차분한 성격에 배려심이 많고, 힘든 출동과 훈련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소방대원이었다"라며 "그가 숨졌다는 소식이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고 침통해 했다.

노 소방사의 빈소는 울산영락원에 마련됐다.

영결식은 7월 2일 오전 10시 울산시청 광장에서 울산광역시장(葬)으로 거행된다.

울산소방본부는 장례 절차와 영결식 등을 지원하고 1계급 특진을 추서할 계획이다.


hkm@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