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16일 세월호가 침몰해 전복된 모습. 한겨레 김봉규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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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가족이 구조 과정에서의 정부의 잘못을 확인하기 위해 제기한 헌법소원 심판 청구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각하 결정을 내렸다. 다만 일부 재판관은 “(정부가) 희생자들에 대한 생명권 보호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유가족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라는 의견을 내놨다.
헌재는 지난달 30일 재판관 5(각하) 대 4(인용) 의견으로 세월호 사고에 대한 신속한 구호조치 등 부작위 위헌확인 심판청구를 각하한다고 밝혔다.
세월호 유가족 등은 지난 2014년 12월31일과 2015년 1월4일 희생자 34명 등을 포함해 “세월호가 기울기 시작한 때부터 완전히 침몰하기까지 국민의 생명을 구호할 의무를 진 피청구인이 신속하고도 유효·적절한 구호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부작위로 인해 청구인들의 기본권이 침해됐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법은 공권력이 행사되지 않아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경우도 헌재의 심판 대상이 된다고 정하고 있다. 유가족들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는 국가가 신속하고 적절한 구호 조치를 하지 않아 사고를 참사로 키웠으며, 이로 인해 헌법상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주장했다.
약 10년 만에 판단을 내놓은 헌재는 “세월호 사고와 같은 대형 해난사고로부터 국민의 생명을 보호할 국가의 포괄적 의무가 있음은 종래 헌재가 해명한 바 있다”며 “다만 구체적인 구호 조치의 내용은 관련 법령의 해석·적용의 문제로서 이미 법원을 통해 구체적인 위법성이 판단돼 그 민·형사적 책임이 인정되었으므로, 이 사건에서 헌법적 해명의 필요성을 이유로 예외적 심판청구 이익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심판청구를 각하했다.
헌재는 이 사건 구호조치가 심판청구 제기 전에 종료되었으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는 권리보호이익이 없었던 경우에 해당된다고 봤다. 이어 ‘위헌성’이 아닌 ‘위법성’이 문제 되는 경우이므로 헌법적 해명의 필요성이 없다고 봤다. 헌재는 “심판청구이익은 침해행위가 이미 종료되었더라도 헌법적으로 그 해명이 긴요한 경우에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것이므로, 공권력 행사에 대해 위헌성이 아니라 단지 ‘위법성’이 문제 되는 경우에는 유사한 침해행위가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하더라도 그 헌법적 해명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개별 기관 등이 이런 법령과 매뉴얼의 조치를 이행했는지 여부는 공권력 행사의 위헌성 판단 문제라기보다는 법령의 해석·적용에 관한 것으로서, 위법성 문제로 귀결된다”고 밝혔다. 위법성에 대한 민·형사적 판단이 있었고, 입법자가 재난 안전 대응을 강화하는 등 조치가 있었으므로 심판 청구의 이익이 없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반대의견을 낸 김기영·문형배·이미선·정정미 재판관은 심판청구 이익 필요성이 있다고 봤다. 이들은 반대의견을 통해 “세월호 사고와 같이 재해에 준하는 대형 해난사고로 국민의 생명권이 위협 받는 상황에서 국가의 기본권 보호의무 이행에 관한 문제는 앞으로 반복될 가능성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심판청구이익을 인정할 수 있다”며 “이 사건 구호조치는 과소보호금지원칙에 반해 희생자들에 대한 생명권 보호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므로, 유가족인 청구인들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재해에 준하는 대형 해난사고에서 국가의 생명권 보호의무가 제대로 이행됐는지 여부에 대해 헌재의 확립된 결정이 없는 점 △세월호 사고에 대한 법원의 확정판결은 개개인의 형사처벌 여부, 국가배상 인정 여부이므로 ‘피청구인의 헌법상 기본권 보호의무 위반 여부’가 문제되는 심판청구와 헌법적 의미가 다른 점 △만연한 안전불감증을 지적받는 해양 안전관리 실태와 구체적 위기상황에 대응할 피청구인의 책임을 헌법적으로 규명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인 점을 고려할 때 심판이익 청구가 인정돼야 한다고 봤다.
이어 “어느 한 기관도 통합적으로 정보를 관리하지 못했고, 주도적·적극적으로 다른 구조본부나 현장 구조세력에 전파하지 않았다”며 “대통령은 세월호 사고 발생 시부터 침몰 시까지는 물론 상당한 시간이 경과할 때까지 관저에 머물며 서면과 전화보고만 받았고, 17시15분경 중대본을 방문하기까지 구체적인 지휘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초기상황에 대한 정보파악과 취득에 관한 문제, 현장구조세력의 구조방식에 관한 문제, 해양경찰 지휘부의 판단 및 지휘에 관한 문제, 대통령과 청와대의 대응에 관한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함에 따라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기에 적절하고 효율적인 최소한의 조치가 이뤄지지 못하게 됐다”며 청구인들의 행복추구권 침해를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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